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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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누스 토르발즈와 스티브 잡스: 잡스의 인재에 대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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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red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다. Linux의 아버지, 리누스 토르발즈가 요즘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본 “Linus Torvalds: The King of Geeks (And Dad of 3)“라는 기사다. 이 글에 따르면 3아이의 아버지가 된 토르발즈는 오레곤주의 포틀랜드시 교외의 한적한 마을로 이사가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삶을 만끽하고 있다. 생각보다 돈은 별로 많이 벌지 못한 듯 한데 (그의 선택으로) 욕심없이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그의 모습이 멋지다. King of Geeks라는 제목이 확실히 맞는 듯 싶다.

리누스 토르발스사진출처:위키피디아

그런데 내 눈을 끈 것은 기사중에 잡스가 그를 애플로 데려가려고 시도했다는 부분이다. “The Job Offer From Steve Jobs”라는 부분인데 이 부분을 읽고 참 11년전이나 임종전까지 그는 변함이 없었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다음은 토르발즈가 그때의 기억을 이야기한 부분이다.

Torvalds has never met Bill Gates, but around 2000, when he was still working at Transmeta, he met Steve Jobs. Jobs invited him to Apple’s Cupertino campus and tried to hire him. “Unix for the biggest user base: that was the pitch,” says Torvalds. The condition: He’d have to drop Linux development. “He wanted me to work at Apple doing non-Linux things,” he said. That was a non-starter for Torvalds. Besides, he hated Mac OS’s Mach kernel. “I said no,” Torvalds remembers.

토르발즈는 빌 게이츠를 한번도 만난 일이 없었다. 그러나 그가 아직 트랜스메타에서 일할 2000년즈음 그는 스티브 잡스를 만났다. 잡스는 그를 애플의 쿠퍼티노캠퍼스에 초청해서 그를 애플에 조인시키려고 설득했다. “가장 큰 사용자베이스를 가진 유닉스: 그것이 잡스의 설득포인트였습니다.” 라고 토르발즈는 말했다. 단 조건이 있었다. 그는 리눅스개발을 중단해야 했다. “잡스는 내가 애플에서 리눅스일을 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는 말했다. 그것은 토르발즈에게는 말이 안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맥OS의 마하(Mach)커널을 혐오했다. “난 No라고 했습니다.” 토르발즈는 그렇게 회상했다.

확실히 잡스는 인재욕심이 대단했다. 아니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대단했다고 봐야 할 듯 싶다. 궁금하면 무조건 전화를 직접 들어서 자기가 직접 통화를 시도했다. 반드시 IT업계사람들에게만 연락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의 관심은 다방면에 걸쳐있었다. 웨스트윙, 소셜네트워크각본가인 애론 소킨 같은 사람도 갑자기 잡스에게 전화를 받은 일이 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잡스전기에 나오는 얘기지만 잡스는 애론 소킨에게 스탠포드졸업식축사작성 도움을 받으려고 했던 듯 싶다. 그런데 소킨이 무안하게 외면해버리자 어쩔 수 없이 자기가 직접 하룻밤만에 원고를 쓴다. 그 원고가 아마도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졸업식축사가 된 것이다.)

얼마전 WSJ에 실렸던 창의성의 비밀(abulaphiaa님의 번역정리 참고)에 따르면 창의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어울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잡스는 그것을 일찍부터 실천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리고 위 에피소드에서 보면 잡스의 성격이 또 드러난다. 통제욕구다. 애플에 들어오는 이상 외부일을 하면 안되고 애플내부의 일만 집중해서 하라는 얘기다. 토르발즈가 받아들였을리가 만무하다. 난 잡스가 그가 거절할 것을 알면서도 잡을 제의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로서는 그 유명한 토르발즈를 직접 만나보고 싶었을 것이다.

인사이드애플은 애플이란 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경영되는지를 수십명의 전현직 직원을 인터뷰해 파헤친 책이다. 한글판은 청림에서 4월말에 출간될 예정이다.

인사이드애플에는 Master networker로서의 잡스를 나타내는 부분이 나와있다.  그래서 살짝 소개해본다. (이 책은 내가 번역하고 있고 4월말에 청림에서 한글판이 나올 예정이다.)

An unsung attribute of Steve Jobs that Apple also will miss is his role as a masterful networker and gatherer of information. Had times gotten really rough, Jobs would have made a fine journalist. He furiously worked the phones, calling up people he’d heard were worthy and requesting a meeting. No one turned down the chance to meet with Jobs, of course, and he used the opportunity to soak up information. His uncanny insight into trends in business and technology weren’t a fluke. Jobs worked hard for his market intelligence.

애플이 또 아쉬워할 스티브 잡스의 잘 알려지지 않은 특징은 최고의 인맥관리자와 정보수집가로서의 역할이다. 그는 기자가 됐더라도 아주 훌륭하게 잘 해냈을 것이다. 그는 만나볼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 주위에 정보를 구하고, 그런 사람을 찾으면 열심히 전화를 걸어 미팅을 요청했다. 물론 누구도 잡스를 만날 기회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그 기회를 깊은 정보를 얻는 기회로 활용했다.  그의 비즈니스와 기술트렌드에 대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통찰력은 우연이 아니다. 잡스는 마켓정보를 얻기 위해서 대단히 노력했다.

인사이드애플에서는 위 글에 이어 세상을 떠나기 불과 2달여전인 2011년 6월말에 한 젊은 벤처기업가를 만난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그는 사진을 찍은 후에도 특수센서로 초점을 마음대로 조절해서 볼 수 있는 카메라를 개발하고 있는 라이트로(Lytro)라는 스타트업의 젊은 CEO에게 만나고 싶다고 지인을 통해서 연락했다.

Lytro카메라와 CEO 렌 엉(출처 Lytro홈페이지)

스탠포드박사출신의 천재 컴퓨터과학자인 이 회사의 CEO, 렌 엉은 바로 잡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잡스는 직접 집에서 전화를 받자마자 “오늘 오후에 시간이 된다면 우리가 만날 수도 있겠다”라고 답했다. 엉은 팔로알토로 바로 달려갔고 잡스에게 라이트로카메라의 데모를 보여주었다. 그날 잡스와 토론을 했던 엉은 잡스의 너무나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세계최대 기업체의 CEO가, 그것도 죽음과 싸우면서도, 조그만 스타트업의 CEO를 먼저 연락해서 만난다. 인사이드애플에 보면 잡스는 자신을 Entrepreneur라고 항상 생각했고 그래서 실리콘밸리의 가능성있는 창업자들을 기꺼이 만나고 조언해주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그의 사망증명서직업란에는 “Entrepreneur”라고 쓰여있다.) 야후의 제리양, 구글의 래리페이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모두 그가 멘토를 해줬던 사람들이다.

나도 사실 이렇게 하지 못한다. 또 일부 기업의 CEO나 오너가 회사가 성공하고 커진 이후에 새로운 사람을 더 이상 만나지 않고 인의 장막뒤로 숨어버리는 것을 본 일도 있다. 철저하게 CEO나 오너들 그룹끼리만 어울리는 사람들도 있다. 잡스도 충분히 그래도 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런 것을 생각해보면 사람에 대한 잡스의 이런 열정과 호기심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토르발즈의 기사를 읽다가 또 잡스가 생각나서 한번 적어보았다. (잡스얘기만 너무 많이 하는 듯 싶다.ㅎㅎ)

Written by estima7

2012년 3월 22일 at 11:44 오후

10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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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잡스가 죽기 전에 고용한 사람도 IT쪽 사람이 아니라 스시직인이었죠. http://www.businessinsider.com/steve-jobss-last-gift-to-apple-employees-2012-3?utm_source=twbutton&utm_medium=social&utm_campaign=sai

    Dongjin Lee (@nyxity)

    2012년 3월 22일 at 11:57 오후

    • 전 무슨 말씀인가했는데… 읽어보니 정말이네요.^^ 그런데 이 스시직인은 잡스가 고용한 것이 아니라 애플이 고용한 것 아닐까하는 약간의 의구심이…ㅎㅎ

      estima7

      2012년 3월 23일 at 7:38 오전

      • 그사이 기사에 추가 글이 생겼네요. 스시직인 와이프의 코멘트가 추가되었습니다. 스티브잡스가 고용한 것이 맞는 것같네요.

        Dongjin Lee (@nyxity)

        2012년 3월 26일 at 3:15 오전

      • 그렇군요. 지금 읽고 나서 전말을 이해했습니다. 잡스를 매번 돌려보냈다니 그것 참…ㅎㅎ 잡스의 또 다른 면모를 여기서 보는군요.

        estima7

        2012년 3월 26일 at 8:54 오전

  2. 사망증명서 직업란에서 코끝이 찡.. 이 정도 강박이면 끊임 없는 애플의 혁신을 만들어 낸 것 아닐까요?

    Eric Jeong

    2012년 3월 25일 at 6:12 오후

  3. Steve Jobs’s Last Gift To Apple Employees 애플직원들에 대한 잡스의 마지막 선물
    http://www.businessinsider.com/steve-jobss-last-gift-to-apple-employees-2012-3?utm_source=twbutton&utm_medium=social&utm_campaign=sai

    스티브 잡스가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채용한 직원은 스시셰프였다는 이야기.

    처음 나온 글을 읽고 아무리 그 스시집에 잡스가 단골이어도 그렇지 스시직인을 채용하는 일까지 잡스가 관여했을까 싶었음. 그런데 이 글에 그 스시직인의 부인이 자종치종을 설명하는 글을 보냈음.

    잡스가 단골인 이 스시레스토랑은 번성했지만 힘겨운 일에 지친 이 부부는 레스토랑을 팔고 은퇴를 모색중이었다고. 그 이야기를 들은 잡스가 먼저 애플내 카페테리아에서의 쉐프로 채용을 해주겠다고 제의했다는 것. 다행히 이 부부는 레스토랑을 팔고 애플에 조인할 수 있었는데 마침 레스토랑을 마감하는 마지막날이 잡스의 장례식날이었다는 것.

    잡스는 정말 단골이었다는데… 내 눈길을 끈 것은 주인부인이 쓴 아래 부분.

    Steve has been very good to us, being one of our regular customers for many years. We didn’t treat him any different from other customers; and I regret that I had to turn him away many times when we didn’t have seats for him and his guests. But, I think he liked the fact that he wasn’t getting any special treatment.

    잡스는 그들에게 잘 해줬지만 그들은 잡스를 특별대우하지 않았다는 것. 자리가 없어서 잡스를 돌려보낸 적도 많아서 지금 돌이켜보면 미안했다는 얘기. 하지만 잡스도 그것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예약을 안받는지 궁금하기도)

    우리나라의 재벌회장님들이라면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생각해봄. 뭐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맛집에 가면 그럴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잡스는 실리콘밸리 토박이라 더더욱 그러지 않았을까 싶음.

    estima7

    2012년 3월 26일 at 1:54 오후

    • 정말 그렇네요. 보면 볼수록, 들으면 들을수록, 배울점이 많은 분 같습니다..:) 최근에 자서전이 지나치게 개인적인 부분만 서술된 것 같아 아쉬운 면이 있네요!~

      ideaots

      2012년 3월 26일 at 6:33 오후

    • 단골음식점에서도 자리가 없으면 그냥 돌아가는 사장님, 박물관에서 식사하시는 여사님, 문화의 차이라고 하기엔 좀 씁슬해 지는 모습이네요..

      종철 (@cooljc23)

      2012년 3월 28일 at 3:05 오전

      • 그런데 그 또한 우리가 만들어낸 산물이 아닐까요?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재벌회장이 와도 내 뒤에서 기다리게 하는 일반인들의 의식이 그런 문화를 만들거라 생각합니다. 사장이 복사기 앞에서 줄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것을 경험한 저로서는 우리 모두가 권위의식을 내려놓게 하는 의 주인공이라 생각합니다.

        You

        2012년 4월 16일 at 11:27 오후

    • 책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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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ngjin Lee (@nyxity)

      2013년 12월 12일 at 5: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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