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Thoughts on Internet

12월 2012의 보관물

포스트 노키아 시대에 대처하는 노키아의 자세-브리지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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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의 한 노키아빌딩 입구.(출처 플릭커)

핀란드의 한 노키아빌딩 입구.(출처 플릭커)

지난해(2011년8월)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의 이익이 되다“라는 블로그포스팅을 한 일이 있다. WSJ에서 읽은 Nokia’s Losses Become Finland’s gain이라는 기사내용을 소개한 것이다. (링크)

핀란드국가경제에 큰 기여를 하던 노키아가 몰락하면서 핀란드경제에 큰 위기가 닥치게 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우려했던 것 만큼의 위기는 아니고 오히려 노키아와 함께 20년동안 양성된 세계수준의 모바일엔지니어들이 노키아의 몰락과 함께 스타트업생태계로 쏟아져 나오고 있어 새로운 벤처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보면 핀란드는 특정 대기업에 쏠려있던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위기와 함께 맞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오늘 또 주간조선의 헬싱키발 기사에서 비슷한 내용을 읽었다. 99년부터 핀란드현지에 거주하면서 여러매체에 글을 기고하시는 이보영님의 “헬싱키에서 본 2012“라는 기사다. 핀란드에서 본 2012년을 리뷰하는 이 글에서 인상적으로 읽은 부분을 소개한다. (주간조선기사 링크)

핀란드는 오히려 요즘 ‘포스트 노키아(Post Nokia)’ 시대에 대해 새로운 희망을 걸고 있다. 앵그리버드 게임을 만들어 세계 모바일게임계를 평정한 업체 로비오(Rovio)를 필두로 세계가 주목하는 여러 신생 회사들이 핀란드에서 속속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도 이전에는 노키아 같은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어했지만 요즘은 스스로 스타트업(Start-up)을 창업하거나 아니면 취업을 하더라도 성장의 가능성이 더 큰 스타트업 회사가 인기다.

중략….

또 하나 놀라운 것은 포스트 노키아 시대에 대처하는 노키아의 자세다. 회사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노키아는 직원을 해고할 때 이들을 그냥 거리로 내모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창업의 길을 열어주려 한다. 노키아는 ‘브리지(Bridge)’라는 해고자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해고자들이 창업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면 1인당 2만5000유로(약 3500만원)까지 지원해준다. 경제적 지원뿐만 아니라 해고자들을 적당히 팀으로 짜주어 창업 자금의 크기도 키워주고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조언도 해준다.      

자신의 집에 난 불도 끄기 어려운데 나가는 사람 창업까지 지원해 주는 것이 잘 이해가 안 가서 이 분야 전문가인 한 대학교수에게 질문하니 “노키아가 세계적 기업이 되기까지 핀란드 정부로부터 든든한 지원을 받았는데 그때 받았던 은혜를 나라에 되돌려준다는 의미가 있으며, 또 하나는 기업이 단순히 영리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윤리적 책임을 져 나가는 좋은 예”라는 답이 돌아왔다. 비록 예전의 영화는 사라졌지만 뒷모습까지 아름다운 기업, 노키아를 보유한 핀란드가 살짝 부러웠다.

윗글을 읽고 감탄해서 검색을 해보니 이 프로그램에 대해 2011년 4월에 나온 노키아의 공식보도자료도 있다. (링크) 노키아의 이 브리지센터는 핀란드뿐만이 아니라 덴마크, 영국, 루마니아, 인도 등 핀란드의 주요지사가 있는 곳에 다 설치된 듯 싶다.

지난 7월에 나온 Zdnet의 기사 “인사이드 노키아브리지: 어떻게 노키아가 전직원의 새로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가“라는 기사에 보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약 300여개의 새로운 스타트업창업이 있었다고 한다.

핀란드 창업경제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앵그리버드’의 로비오는 현재 약 5백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수조원의 기업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공룡이었던 노키아에 댈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기업들이 열개정도만 나와도 노키아의 자리를 메꿀 수 있지 않을까?

중년의 엔지니어들이 대기업을 그만두고 치킨집을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인 나라(너무 자조적?)에서는 필히 참고해야하는 사례가 아닐까 싶어서 소개해본다.

Update : 핀란드 현지에 계신 현지의 분위기에 대해서 아주 좋은 글을 댓글로 아래 남겨주셨습니다. 핀란드 현지의 분위기는 노키아의 몰락과 스타트업붐의 상관관계가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핀란드에서 Linux가 태어났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래 글도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Written by estima7

2012년 12월 31일 at 2:44 오후

오바마 이메일에 숨겨진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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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한달전에 시사인에 기고했던 오바마의 이메일 이야기입니다. 저는 지난 1년여동안 미국에서 대선을 지켜보면서 오바마선거캠페인팀의 능력에 대해서 경외심을 가질 정도로 놀랐습니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정밀하게 마이크로타겟팅을 해서 유권자를 공략하는 능력이 대단했거든요. 아래 글은 오바마의 대선캠페인홈페이지에 직접 가입해서 이메일마케팅의 대상이 되었던 제가 직접 느낀 점과 최근 비즈니스위크의 기사에서 알게 된 사실을 더해서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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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een Shot 2012-12-02 at 3.35.21 PM

미트 롬니가 공화당의 정식대선후보로 확정되고 오바마와의 대결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올해 6월말, 나는 뉴욕타임즈 웹사이트를 보다가 오바마의 선거캠페인배너광고를 만났다. “버락과 저녁을. 항공권은 우리가 부담”(위에 보이는 배너광고)이라고 써있었다. 현직 대통령이 무슨 인터넷쇼핑몰이나 하는 스타일로 낚시광고를 내다니 좀 신기하기도 하고 목적이 뭘까 궁금했다. 그래서 한번 클릭해봤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그것은 대통령선거자금을 모금하기 위한 캠페인이었다. 8월에 시카고에서 열리는 오바마의 생일파티에 온라인으로 5불이상을 기부한 이들중 몇명을 추첨해 초대한다는 것이었다. 오바마가 온라인에서 선거캠페인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했던 나는 소액을 기부하고 내 이메일을 등록해봤다.

Screen Shot 2012-12-02 at 1.55.14 PM

호기심으로 이메일을 등록했는데 이게 에러였다. 내 예상이상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오바마의 사람들’에게서 이메일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미쉘 오바마가 “우리를 만나러 날아오세요.(Fly out to meet us)”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오바마와의 결혼생활을 회고하는 글로 시작한 이 이메일은 11월의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부로 힘을 보태달라며 당첨될 경우 공짜로 파티에 참석할 수 있다고 끝맺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오바마의 대선기획단장인 짐 메시나, 부통령 조 바이든, 수석보좌관 데이빗 액셀로드 그리고 가끔은 오바마 대통령 본인의 이름으로 “커피 한잔 사고 싶다(I want to buy you a coffee)”,  “이런 말을 하게 되서 슬프지만(Sad to say)” 등등 짧은 제목의 이메일이 매일처럼 날아왔다. 사진과 그림으로 장식된 요란한 메일은 아니고 모두 텍스트로만 된 간결한 이메일이었다. 모두 나름 호소력있는 메시지로 기부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Screen Shot 2012-12-02 at 3.34.47 PM

예를 들어 위의 이메일 같은 것은 제목을 보고 스팸메일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제목이 “Warning : This picture is cute”(경고:이 사진은 깜찍합니다).

이렇게 한달동안 수십통의 이메일을 받은뒤 이건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결국 이메일수신거부를 신청했다. 그리고나서야 오바마의 이메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효과가 있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최근 비즈니스위크에 실린 “오바마 캠페인이메일에 숨겨진 과학“이란 기사에 따르면 오바마가 온라인에서 모금한 6억9천만불(약 7천5백억원)의 대부분은 이런 모금이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오바마의 이메일팀은 매번 이메일을 보낼 때마다 각기 다른 제목과 내용으로 보통 18가지 다른 버전을 만든 뒤 일부 작은 그룹에게 보내 반응을 시험했다. 제목만 다른 것이 아니고 기부를 요청하는 최소금액, 내용, 포맷까지 변화시키며 다양하게 효과를 시험했다. 그래서 가장 많은 클릭을 유도하는 버전을 선정한 다음에야 비로소 수천만명에게 메일을 발송했다. 소위 A/B 테스팅이라고 하는 이런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오바마캠프는 효과적인 모금을 위한 몇가지 비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마치 친구에게 받은 것처럼 친숙하고 편안한 제목을 단 이메일이 가장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헤이(Hey)’라는 제목의 메일 하나는 수백만불을 모금했다. 두번째로는 이메일을 많이 보내면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됐다. 이메일을 더 많이, 자주, 보내더라도 실제로 해지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오바마팀은 선거전 막바지에는 20명의 작가팀을 총동원해 수백개의 다양한 이메일제목과 내용을 작성해 효과가 있는 것들을 지지자들에게 보내서 엄청난 온라인모금액을 올리는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많은 이메일을 받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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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캠프의 디지털선거전에 대한 투자는 롬니캠프를 10배로 압도했다. (PBS뉴스캡처)

이처럼 오바마는 2008년 대선당시 지지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갈고 닦아 보완해 효과적으로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데이터분석에 기반한 선거운동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오바마캠프는 통계분석팀을 4년전보다 5배 확대하고 디지털캠페인에 예산을 3배증액하는 등 디지털선거전략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감으로 하는 선거는 이제 끝났다.

Written by estima7

2012년 12월 26일 at 2:44 오후

캠페인매니저 컨퍼런스에서 느끼는 미국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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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Campaign Decision Makers Conference (Photo Credit: Martha Stewart-Flickr)

2012 Campaign Decision Makers Conference. Nov. 29. (Photo Credit: Martha Stewart-Flickr)

우연히 “Campaign Decision Makers Conference”라는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하버드의 정치연구소(Institute of Politics)에서 주관하는 행사다. 매 4년마다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몇주안에 공화당, 민주당 양 진영의 캠페인매니저, 즉 주요 대선참모들과 뉴욕타임즈, CNN,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미디어의 정치담당 간부급 기자들이 모여서 이틀동안 토론하는 행사다. 올해는 11월 6일의 미국 선거일후 약 3주가 지난 11월 29일에 열렸다.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1972년이래 40년동안 4년마다 한번도 빠지지 않고 양 진영의 주요참모들이 모여서 선거를 복기해 왔다는데 대해 감탄했다. 이 행사에는 오마바와 롬니캠프뿐만이 아니라 릭 페리, 허먼 케인, 릭 샌토럼 등 공화당 경선후보들의 참모들도 모두 빠지지 않고 참가해 당시 치열한 전쟁중의 전략과 성공, 과오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놨다.

오마바캠프의 캠페인매니저 짐 메시나(위), 롬니캠프의 캠페인 매니저 맷 로즈(아래) 출처 하버드 IOP홈페이지

오마바캠프의 캠페인매니저 짐 메시나(위), 롬니캠프의 캠페인 매니저 맷 로즈(아래) 출처 하버드 IOP홈페이지

양 진영을 총지휘한 캠페인매니저 둘이 의외로 젊다는 점도 놀랍다. 오바마캠프의 짐 메시나는 42세, 롬니캠프의 맷 로즈는 37세다. 이 두 사람은 이 컨퍼런스에서 허심탄회하게 지난 선거에서 잘했던 점과 못했던 점을 털어놓은 듯 싶다.

예를 들어 맷 로즈는 롬니의 47% 발언이 담긴 테이프가 있는지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이 모셨던 보스에 대해서 누가 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비교적 솔직히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특히 이번해의 행사부터 모든 토론내용이 오디오로 녹음되어 팟캐스트로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다. 누구나 듣고 싶은 사람은 전체 약 8시간분량의 토론을 들을 수 있다. 다운로드도 가능하다.

Screen Shot 2012-12-10 at 5.58.52 PM

행사를 시작하는 첫번째 팟캐스트를 들어보니 IOP디렉터인 트레이 그레이슨이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컨퍼런스는 모든 진영의 선거참모들이 모여 그들이 겪었던 성공과 어려움을 공유하도록 한다. 이런 토론은 역사학자들은 물론 미래의 캠페인참모가 될 젊은 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치열한 대통령선거를 마치고 양 진영의 핵심참모와 언론인들이 모여 모든 것을 다 까놓고 토론하는 것. 그리고 그 기록이 다 남아서 후대의 선거참모들과 정치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

이런 것이 정말 미국의 힘, 저력이 아닐까 싶다.

Written by estima7

2012년 12월 10일 at 6: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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