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Thoughts on Internet

강남스타일과 한국드라마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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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10년 전 미국유학 시절 친하게 지내던 이웃 아저씨 집에 저녁식사 초대를 받아서 다녀왔다. 50대 백인 아저씨 몇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자연스럽게 요즘 인기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화제에 올랐다. “너무 멋지고 흥겨운 곡”이란 대답에, 내친김에 그럼 한국 드라마도 본 일이 있느냐는 질문을 해봤다.

약 일년여전 넷플릭스에 입성한 겨울연가.

약 일년여전 넷플릭스에 입성한 겨울연가.

그러자 다소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한 분은 “<겨울연가>를 감동적으로 봤고, 몇몇 드라마를 거쳐 지금은 <마이더스>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했다.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된 나도 잘 모르는 드라마 제목을 열거해 좀 당황했다. 티브이 없이 컴퓨터로만 티브이 프로그램을 본다는 또다른 분은 “요즘 <페이스>(신의)라는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항상 외국인들에게 권하는 한국 드라마인 <대장금>을 보라고 추천을 해주었다. 그러자 “그건 3년 전에 벌써 봤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당시 그 긴 드라마에 푹 빠져 한번에 12시간을 내리 보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훌루의 한국드라마코너에 있는 신의(Faith)

훌루의 한국드라마코너에 있는 신의(Faith)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내 아시안들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지는 좀 되었다. 하지만 문화적 배경이 많이 다른 주류 백인층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못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라고 절친한 미국 지인들에게 DVD를 선물한 일도 있지만, 볼만한 콘텐츠가 넘치는 땅에 사는 그들이 한국 콘텐츠에 호기심을 갖게 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렇게 한국 콘텐츠가 미국 주류층에 퍼지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인터넷의 힘이다. 미국 청소년은 이제 라디오보다 유튜브로 더 많이 음악을 듣는다고 한다. 유튜브 덕분에 케이팝이 미국 젊은층에 급속히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보스턴 교외의 중학교에 다니던 우리 아들은 백인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그 친구의 누나가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어서 놀랐다고 했다. 알고 보니 유튜브를 통해 한국 노래를 접하게 됐고, 더 나아가 한국 드라마까지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PC는 물론 아이폰, 안드로이드, 구글TV, Roku 등을 통해 한국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게 해주는 Dramafever의 서비스

PC는 물론 아이폰, 안드로이드, 구글TV, Roku 등을 통해 한국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게 해주는 Dramafever의 서비스

둘째는 그에 따른 대중의 미디어 소비 방법의 변화다. 예전에 티브이를 통해서만 영상 콘텐츠를 접하던 미국인들은 점점 피시,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를 통해 동영상을 소비하고 있다. 그러면서 넷플릭스, 훌루 등 방대한 영화·드라마 콘텐츠를 쌓아놓고 언제든지 원할 때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인터넷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드라마를 미국 전국방송을 통해 방영시키기는 어렵다. 하지만 강남스타일의 사례에서 보듯 경쟁력 있는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들어가 있다면 입소문을 통해 세계적으로 3000만명이 넘는 넷플릭스 가입자에게 선택받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작년 7월 WSJ은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몰아서보는 시청경향을 소개한 기사에서 한국드라마 Shining Inheritance, 즉 '찬란한 유산'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작년 7월 WSJ은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몰아서보는 시청경향을 소개한 기사에서 한국드라마 Shining Inheritance, 즉 ‘찬란한 유산’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이미 <겨울연가> 등 수많은 한국 드라마가 넷플릭스와 훌루를 통해 미국에 소개됐다. 위에서 소개한, 내가 만난 한국 드라마를 보는 백인 남성들도 모두 넷플릭스와 훌루를 통해 시청하고 있다. 그들이 점차 한국 콘텐츠에 맛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예전부터 나는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은 아시아의 할리우드’라고 소개하곤 했다. 하지만 한국을 생소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와닿지 않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강남스타일의 성공으로 모두가 한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강남스타일의 경우처럼 세계적으로 초대박을 내는 한국 드라마가 갑자기 나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한국 드라마에는 아직도 아쉬운 점이 많다. 일부 주먹구구식 제작관행, 허술한 구성, 지나친 드라마내 간접광고(PPL)들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준비된 모습으로 기회가 왔을 때 글로벌 스타로 발돋움한 싸이처럼 한국 드라마도 치밀한 준비로 미국 시장에 본격 상륙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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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한겨레신문에 썼던 칼럼 내용을 이제야 블로그에 옮겼다.

이렇게 한국드라마가 미국의 온라인서비스에 침투하고 있는데는 이유가 있다.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구입할 수 있는 미국 헐리웃영화사나 메이저방송국의 콘텐츠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가져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주류층까지 크게 저변확대는 안되어 있지만 의외로 꽤 많은 미국인들이 한국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있다.

그리고 그 한국드라마 보급의 첨병역할을 하는 것이 드라마피버 같은 회사다. (광파리님의 드라마피버 박석대표 인터뷰기사 참고) 드라마피버는 자체사이트를 통해서 한국드라마를 비롯, 동양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훌루, 아이튠스스토어 등에 배급도 대행한다.

Screen Shot 2013-01-25 at 11.37.01 PM위는 작년에 뉴욕에 갔을 때 드라마피버의 새 사무실에서 박석대표(공동창업자중 한명)을 만나서 찍은 사진이다. 당시 한달 방문자수가 2천5백만이 넘으며 사용자의 대부분은 한국인은 커녕 아시안도 아니라고 했었다. 그는 스페인출신 교포다. 스페인어가 유창하고 히스패닉의 정서를 이해한다는 장점을 활용해 스페인어메뉴와 자막을 적극적으로 제공, 히스패닉층과 라틴아메리카시장을 더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넷플릭스에 재가입한 덕분에 이 글이 생각나서 블로그로 옮겨 써봤다. 일년여만에 다시 들어가본 넷플릭스에도 한국영화와 드라마가 꽤 많이 늘었다. 더 많이 늘어나서 아예 독립된 한국코너가 생기길 기대한다. (훌루에는 이미 있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1월 25일 at 11:52 오후

8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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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국게임을 10년전부터 하고 있다는건 아무도 관심들이 없다는게 유머

    시그

    2013년 1월 26일 at 1:03 오전

    • 리니지나 메이플스토리를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estima7

      2013년 1월 26일 at 9:33 오후

      • Big Bang Theory 보면 하워드 방에 리지니2 포스터 붙어있는게 보이네요 .ㅎㅎ

        Ellery

        2013년 1월 27일 at 1:25 오후

  2. 넷플릭스도 한국 영화나 한국 드라마를 몇개 보면 바로 suggestion category에 “Korean movies for you…”라는 식으로 추천이 되더라구요 :)

    Luke Sungho Ahn

    2013년 1월 26일 at 9:58 오후

  3.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는 댓글입니다만…
    ‘신의’라는 드라마의 제목이 왜 ‘Faith’로 불리는지 의아하네요.
    혹시 ‘신의’를 ‘信義(믿음과 의리)’라고 생각한 것일까요?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神醫(신과 같이 병을 잘 고치는 의원)’가 맞는 표현인 것 같은데 말입니다.
    영어로 어떻게 옮겨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신기해서 댓글 남겨 봅니다.
    -> 해당 서비스에 남겨야 할 댓글인데… 누군가는 이 댓글도 재미있겠죠? ^^;

    Chang-yong Jung

    2013년 1월 27일 at 5:54 오후

    • 그리고 보니 정말 그렇네요! 진짜 이상한데요. 진짜 번역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사전에 있는 영어의미를 그대로 옮긴 것일까요?

      estima7

      2013년 1월 27일 at 6:42 오후

      • 지금 검색해보고 이유를 알았습니다. 이런 보도가 있었네요. “SBS 새 월화미니시리즈 ‘신의’(극본 송지나ㆍ연출 김종학)가 한자제목을 변경했다.

        제작진은 드라마의 한자 제목을 ‘신의(神醫)’에서‘신의(信義)’로 변경했다.”

        http://sports.hankooki.com/lpage/entv/201207/sp2012071207041694350.htm 바꾼 이유가 좀 그렇긴 하지만… 그래서 영어제목도 Faith로 간 것 같습니다….

        estima7

        2013년 1월 27일 at 11:16 오후

  4. 저도 유학시절에 보니까 특히 히스패닉들이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더군요. 정서가 잘 맞으면서도 스토리 전개가 빨라서 좋아한다고들 했습니다.

    Taekyung Kim

    2013년 1월 29일 at 11: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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