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Thoughts on Internet

생각의 단편’ 카테고리의 보관물

한국인과 창의력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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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미래창조과학부 주최로 열린 창조경제글로벌포럼에 다녀왔다. 기조연설에 <프리>, <롱테일경제학> 등의 저서로 유명한 혁신전도사 크리스 앤더슨이 나왔다. 그는 창조경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일반대중들이 인터넷을 통해 아이디어를 공유해 창조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개방적 혁신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참여해서 낸 아이디어로 독특한 드론(무인비행기)을 만들고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는 오픈소스 하드웨어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DIY드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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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이 끝나고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그런데 그가 창의적인 혁신을 위해 필요하다고 역설한 글로벌한 개방형 지식플랫폼에 실제로는 한국인들의 참여가 떨어지는데 그 이유를 아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앤더슨은 아주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글로벌한 개방형 혁신커뮤니티에서 한국 사람들의 활동이나 기여도는 낮다. 왜 그런지 나도 궁금하다. 그래서 예전에 한국에 왔을 때 누군가에게 물어본 일이 있다. 그랬더니 ‘한국 사람들은 일하느라 매우 바쁘다. 보통은 늦게까지 일하느라 시간도 없고 지쳐서 취미생활을 즐길 여유도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아마도 그게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한국인이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기여가 적은 것은 아마도 영어장벽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공헌도는 훨씬 높은 이웃나라 일본을 보면 꼭 그것이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앤더슨의 말처럼 한국인은 너무 여유없이 바쁘게 살아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미국에 살면서 관찰해보니 미국인들에게는 여유로운 ‘저녁’과 ‘주말’이 있었다.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은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지인인 한 벤처기업의 사장은 차고에서 아들들과 모형비행기를 같이 만들어서 주말마다 비행기를 날리러 갔다. (참고 글 – 창조경제는 ‘저녁이 있는 삶’에서 시작된다:한국아버지와 실리콘밸리 아버지의 차이-머니투데이 유병률기자)

 반면 우리는 너무 바쁘다. 보스의 눈치를 보면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대기업 직원들이 많다.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은 “아침에 별 보고 출근에 나섰다가 매일 밤 야근으로 파김치가 돼서 늦게 귀가한다. 주말에는 잠만 자다가 영화 보기 등 여가생활도 밀린 일 하듯이 한다”며 “쌓이는 것도 없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것도 무리다”라고 괴로워한다.

 또 즐길 줄 모르는 문화도 창의력의 적이다. 앤더슨은 “창의력은 놀이(Play)에서 나온다. 3D 프린터를 가지고 놀다 보면 창의적인 제품이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는 무엇도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책도 순수히 즐거움을 위해서 읽지 않는다. 남들이 읽는 베스트셀러를 경쟁하듯 읽는다. 베스트셀러 수위에는 자기계발서가 다수 포진해 있다. (참고글 : 즐거움을 위한 책 읽기-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얼마 전 보드게임을 만드는 회사 대표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아이들을 위해 보드게임을 사는 엄마들이 반드시 물어보는 말이 있다고 했다. “이거 뭐에 좋아요?”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어쩔 수 없이 틀에 박힌 대답을 한다고 한다. “두뇌개발에 좋고요. 인지능력도 향상됩니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일을 더 오래, 열심히 하자고 직원들을 독려하는 조직이 많다. 하지만 그것은 조직의 창의력을 죽이는 일이다. 그것보다는 정해진 시간 안에 집중해서 더 효율적으로 빨리 업무를 마칠 수 있도록 일을 하는 방법과 문화를 바꿔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여유로워진 남는 시간에 휴식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순수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자. ‘경쟁’이라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평등하게 토론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자. 그러다 보면 창조경제가 자연스럽게 되지 않을까.

***

크리스 앤더슨이 준 깨달음(?)을 계기로 써본 한겨레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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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3월 29일 at 1:55 오후

“우리나라에서는 안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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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캐시 화면

스퀘어캐시 화면

지난해 미국에서 저녁에 맥주모임을 가진 일이 있다. 모임을 끝내고 계산을 위해 각자 20달러씩 달라고 했다. 그런데 몇분이 현금을 가져오지 않았다. 그러자 한 사람이 스마트폰을 꺼내서 내 이메일을 물어보더니 바로 1분 만에 돈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을 따라 바로 내게 이메일로 돈을 보내줬다. 상대방의 이메일 주소를 알고 은행 현금카드만 있으면 즉석에서 손쉽게 돈을 보내줄 수 있는 ‘스퀘어캐시’(Square Cash)라는 앱이었다. 나는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단 몇번의 클릭으로 쉽게 이메일로 받은 돈을 은행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정말 신기한 서비스라며 나중에 사람들과 이야기했다. 그리고 누가 “한국에서도 될까?”라고 질문했다. 바로 나온 반응은 “우리나라에서 돈을 주고받으려면 액티브엑스(X)와 공인인증서 같은 것이 막고 있잖아. 우리나라에서는 안 될 거야”였다.

사진출처 Blog.lyft.com

사진출처 Blog.lyft.com

 샌프란시스코에 갔다가 핑크색 콧수염 장식을 단 차들을 만났다. 자동차 공유 서비스인 리프트(Lyft.com)에 가입한 차들이다. 자신의 차를 가지고 리프트 운전사로 등록해서 통과가 되면 원하는 시간에 마치 택시처럼 운행해서 돈을 벌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은 리프트 앱으로 차를 불러서 이용하고 돈은 앱으로 내면 된다. 실제로 이용해 봤는데 쉽게 차를 잡고 택시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900억 가까운 돈을 투자받아 미국 20여개 도시로 확장중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9월 기본안전규정과 보험규정만 제대로 따른다면 이런 승차 공유 서비스를 허용한다고 결정하기도 했다. 한 신문의 기자와 이 모델이 한국에서도 될까 하는 이야기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 될 겁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걸릴 것이고 또 어떤 다른 규제 이슈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요. 규제만 없다면 될 텐데요.”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서울을 방문한 한 홍콩 투자자를 만났다. 한국 인터넷회사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한국 인터넷회사는 미국이나 다른 나라 인터넷회사에 비해서 저평가되어 있다. 나와 같은 해외투자자들이 한국 인터넷회사에 투자하는 데서 가장 망설여지는 것이 한국 정부의 규제다.” 그는 “한국 사람이 온라인쇼핑을 하는 것을 봤는데 아이디, 패스워드 넣고 신용카드번호, 주소 등을 매번 다시 입력하는 것을 봤다”며 “너무 복잡했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당신도 알다시피 전세계 어디 가도 아이디, 패스워드 넣고 미리 입력해둔 카드번호 선택하고 보안번호만 입력하면 결제가 끝난다. 한국이 이제는 다른 어떤 나라도 쓰지 않는 액티브엑스까지 포함해서 이렇게 복잡하게 결제시스템을 만든 이유가 이해가 안 간다”고 물어봤다. 나는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알리페이와 텐페이 로고

알리페이와 텐페이 로고

 그는 이어서 “중국 정부가 인터넷산업을 규제할 것 같지? 아니다. 거의 통제가 없다. 콘텐츠 검열을 제외하고는 인터넷업계가 다 자유롭게 알아서 한다. 그래서 엄청나게 빠르게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는 중국에 가면 알리페이나 텐페이를 이용해 현금 없이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타고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한국 인터넷회사들도 자기가 보기에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쓸데없는 규제 이슈에 발목을 잡혀서 제 실력 발휘도 못하고 글로벌 진출도 안 되는 것 같다는 설명이다.

 2007년 아이폰이 열어젖힌 스마트폰혁명이 이제는 모든 산업에 파괴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더는 낡은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시대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많은 장애물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장애물이 우리의 상상력을 위축시킨다. 그리고 항상 “우리나라에서는 안 될 거야”라는 말을 하게 만든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

2014년 3월4일자 한겨레신문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칼럼으로 기고한 글.  한국에서는 인터넷비즈니스를 하기에는 공인인증서, 액티브X, 본인확인제, 게임셧다운제 등 너무 규제가 많다는 생각을 평소하고 있었다. 그런데 몇주전 후배의 소개로 우연히 만나 이야기한 홍콩의 투자자의 이야기가 뇌리에 남아있어서 써봤다. 그 친구는 그나마 한국의 인터넷회사에 아직도 관심이 있으니까 그런 애정어린 걱정(?)을 해준 것 같다.

예전에 휴고 바라의 중국 인터넷마켓 이야기라는 포스팅에서 중국의 인터넷업계혁신이 얼마나 빠른지 전한바 있다. 이제는 그런 얘기가 곳곳에서 들린다. 한때는 한국의 인터넷회사를 벤치마킹하기에 열중했던 중국 인터넷회사들이 이제는 한국에는 매력있는 인터넷회사가 없다는 얘기를 공공연하게 한다고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인터넷망 속도만 빠른 ‘IT강국’ 허상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 안그러면 멀지않아 혁신은 전혀 없고 인터넷망만 좋은 ‘IT약소국’이 될지도 모르겠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3월 6일 at 6:00 오후

평등한 토론에서 나오는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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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가 주재하는 어떤 한국 회사의 회의에 초대되어 간 일이 있다. 6명쯤이 같이 한 회의였는데 한 시간 동안 그 리더와 나 둘이서만 이야기했다. 이상하게도 그 리더 밑에서 일하는 다른 참석자들은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반면 그 리더는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회의가 끝났다. 그러자 그 리더는 사무실로 들어가고 남은 사람들은 “차 한잔 하자”며 나를 잡아끌었다. 회사 밖의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며 그들은 그제야 내게 이야기를 걸어왔다. 그래서 “아니 왜 아까는 전혀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다. 그러자 “리더가 부하들의 얘기를 들어주지 않고 의견을 내면 면박만 준다. 그래서 점차 시키지 않으면 아무도 말을 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심기에 거슬리는 말을 하면 벼락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위계질서와 자기검열이 이 정도로 심한데 무슨 좋은 아이디어가 이 조직에서 나오고 실행될 수 있을까. 그 리더가 스티브 잡스라도 이런 조직에서는 혁신을 이뤄내기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에 이스라엘에 다녀왔다. 이스라엘인들은 회의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거침없이 난상토론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나는 몇년 전에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사람들과 워크숍을 한 일이 있다. 그때 서로 싸움을 하듯이 거칠게 자기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상대적으로 나는 조용히 듣기만 했는데 나중에 상관인 이스라엘 CEO에게서 주의를 받았다. “모든 사람이 다 자기 머릿속에 있는 의견을 꺼내놓아야 한다”며 나에게도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해 의견을 낼 것을 주문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만난 한 이스라엘 벤처기업 임원에게도 당신들도 그렇게 평등하게 회의에서 토론하는지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는 “좀 극단적으로 느낄 수 있겠지만”이란 단서를 달며 이렇게 설명했다. 자기 부하가 CEO와 임원인 자기와 같이 회의를 할 때 CEO나 임원의 의견에 대해서 “어리석은 생각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하가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게 말을 할 수 있고 그것을 CEO나 임원들이 받아들이는 문화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첨단 스타트업 기업들이 쏟아져 나오는 ‘창업국가’로 유명하다. 과연 이런 명성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D스쿨과 데이빗 켈리(사진출처 스탠포드대와 IDEO홈페이지)

D스쿨과 데이빗 켈리(사진출처 스탠포드대와 IDEO홈페이지)

혁신적인 디자인 사고를 가르치는 곳으로 유명한 미국 스탠퍼드대의 D.School이라는 곳이 있다. 이 학교의 공간을 디자인한 세계적인 디자인컨설팅회사 아이디오의 데이비드 켈리는 <공간 만들기>(Make Space)라는 책 서문에 이렇게 썼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면서 우리의 첫번째 과제 중 하나는 학생들과 교수진의 위치를 평등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교실에 들어오면 누가 가르치는 사람인지, 누가 배우는 사람인지 판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혁신은 이런 평등함 속에서 번창합니다. 보스나 교수가 방의 머리 부분에 서 있으면 마치 ‘무대 위에 서 있는 현인’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보스가 내 생각을 싫어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에 아이디어를 나누는 것을 주저하게 됩니다. 공간적 관계를 재설정하는 것은 사람들의 참여를 진정으로 환영한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One of our first challenges was to equalize the respective status of students and faculty. When you walk into one of our classes, it’s almost impossible to tell who’s teaching and who’s learning. Innovation thrives on this kind of equality. With a boss or a professor standing at the head of the room, it feels like a “sage on stage”-people are reluctant to share their ideas(“What if the boss doesn’t like it?”). Reconfiguring the physical relationship is a powerful signal that participation is truly welcome. -David Kelley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다양한 의견에서 나온다. 회의석상에서 윗사람이 권위로 아랫사람을 짓눌러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나온 아이디어가 발전하기도 어렵다. 여러 사람이 모인 ‘팀’의 힘을 증폭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창조경제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회의실에서 권위주의를 몰아내고 모두가 평등하게 말할 수 있는 문화를 북돋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한겨레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으로 기고한 글.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스티브 잡스의 ‘run by ideas, not hierarchy’ 라는 말이 생각났다. 예전에 블로그에 썼던 글이지만 워낙 인상에 남는 부분이며 ‘평등한 토론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낳는다’는 윗 글의 주제에도 연결되는 것 같아 다시 옮겨본다.

http://youtu.be/ptCzGuXaG7c

(동영상 링크. 2분 50초지점부터)

Jobs: What I do all day is meet with teams of people and work on ideas and solve problems to make new products, to make new marketing programs, whatever it is. (내가 하루종일 하는 일은 팀원들과 만나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궁리해내거나 신제품을 만드는데 있어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마케팅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등입니다.)

Mossberg: And are people willing to tell you you’re wrong? (그럼 직원들이 (잡스가 틀렸을때) 당신이 틀렸다고 기꺼이 발언을 하는지요?)

Jobs: (laughs) Yeah.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럼요.”)

Mossberg: I mean, other than snarky journalists, I mean people that work for… (내 말은, 짜증나는 기자들이 아닌, 당신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 직원들이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Jobs: Oh, yeah, no we have wonderful arguments. (아, 물론이죠. 우리는 항상 멋진 논쟁을 벌입니다.)

Mossberg: And do you win them all? (그럼 당신이 항상 모든 논쟁을 이기겠지요?)

Jobs: Oh no I wish I did. No, you see you can’t. If you want to hire great people and have them stay working for you, you have to let them make a lot of decisions and you have to, you have to be run by ideas, not hierarchy. The best ideas have to win, otherwise good people don’t stay. (아닙니다. 내가 모든 논쟁을 다 이겼으면 좋겠지요. 하지만 그럴수 없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만약 뛰어난 사람들을 채용하고 그들이 당신을 위해서 계속 일하게 하고 싶다면 그들이 많은 결정을 직접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결정은 회사의 계급에 따라 이뤄져서는 안되며 아이디어에 따라 이뤄져야 합니다. 최고의 아이디어가 항상 논쟁에서 이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훌륭한 사람들은 회사를 결국 떠나게 됩니다.)

Mossberg: But you must be more than a facilitator who runs meetings. You obviously contribute your own ideas. (하지만 잡스 당신은 단순히 회의를 진행하는 사람이 되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요? 자신의 아이디어로 기여하고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Jobs: I contribute ideas, sure. Why would I be there if I didn’t? (물론 나도 내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Written by estima7

2014년 2월 21일 at 11:09 오후

IT 비정상의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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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초에 한 보안업체 보안전문가와 식사를 했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사용하기에 너무나도 복잡한 한국의 온라인 금융과 쇼핑 사이트에 대한 이야기로 옮아갔다. 나는 미국의 아마존에서 단 한번의 클릭으로 사고 싶은 물건을 쇼핑하고, 피시든 맥이든 스마트폰이든 태블릿 컴퓨터에서든 별 불편 없이 온라인 은행거래를 하고 신용카드 사이트를 이용하던 경험을 말했다. 그리고 이제 한국에 돌아오니 새로운 사이트에 가입할 때마다 매번 휴대전화 본인인증을 통해 주민등록번호 등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입력해야 하며 피시에서만 실행되는 공인인증서, 액티브엑스 설치 등을 요구해 이용이 너무 불편하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신문 회원 가입, 족구하라고 해요-들풀님의 글이 내 심정을 잘 표현해주셨다.)

아무리 보안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왜 이렇게 동의할 것이 많은지 모르겠다.

아무리 보안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왜 이렇게 동의할 것이 많은지 모르겠다.

참고기사-[이슈추적] 개인정보 동의 강요는 기업들 ‘돈벌이용’(중앙)

십여년간 이런 시스템에 익숙해진 한국인들에게는 문제가 아닐지 모르지만 내게는 명백한 ‘비정상’인 것이다. 그리고 내 생년월일 등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드러난 주민등록번호를 넘겨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는 말도 했다. 그러자 그분은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사실은 아마존처럼 고객 입장에서 사용하기에 간단하고 쉽게 만드는 것이 업체에게는 더욱 어려운 것입니다. 아마존이라고 왜 보안 문제를 걱정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고객은 느끼지 못하게 하는 한편 뒤에서는 다양한 첨단 보안기술을 적용해 각종 해킹 시도를 막는 것입니다. 반면 우리나라 사이트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이중 삼중으로 고객이 복잡하게 인증을 하도록 해서 보안 강화를 한 것 같지만 사실 내부적으로 보안 기술은 별것이 없고 정보보호 관리체제도 허술합니다. 보안에 나름 투자하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에 집중하기보다는 겉에 보이는 것만 보안을 강화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 보안 기술이 다양하게 잘 발전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고객에게만 복잡한 보안인증절차를 강요하고 필요 이상으로 과도한 개인정보를 받는 한국의 문화가 고객만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고 아이티(IT)업계 전반의 혁신과 발전까지도 가로막는 비정상적인 문화라고 생각했다. 고객 중심이 아닌 행정편의적 문화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나눈 지 불과 이틀 뒤에 케이비국민카드, 롯데카드, 엔에이치농협카드에서 보유하고 있던 회원정보 1억건이 불법유출됐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어처구니없게도 이번 정보유출은 개인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의 직원이 개인정보를 유에스비 메모리에 담아서 외부 업자에게 돈을 받고 팔다가 적발됐다. 보안전문가가 우려했던 대로 내부의 허술한 보안체계에서 사고가 터진 것이다.

NYT, WSJ에 실린 타겟의 사과광고. 카드정보유출로 물의를 빚었었다.

NYT, WSJ에 실린 타겟의 사과광고. 카드정보유출로 물의를 빚었었다.

고객이 온라인 사이트를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다. 선진국에서도 해킹을 통한 정보유출 사고는 빈발하지만 해당 업체는 신속한 사과와 관련 조처를 취해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유출 사고로 인해 설사 피해를 입더라도 절대 고객에게는 책임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한다.

인천세관에 쌓여있는 배송박스들. 자세히 보면 대부분 아마존박스다. (MBC방송캡처)

인천세관에 쌓여있는 배송박스들. 자세히 보면 대부분 아마존박스다. (MBC방송캡처)

불신에 사로잡힌 한국의 온라인 쇼핑족들은 해외 직접구매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가격이 싸다는 장점도 있지만 이용하기도 편한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직구’ 규모가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한국 고객들을 대상으로 엄청난 매출을 올리는 미국 온라인 쇼핑몰들이 회원들에게 미국 휴대전화번호를 통한 본인인증과 사회보장번호를 요구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반대로 보면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들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는 셈이다.

이제는 미국의 페이팔을 능가하는 거래액을 자랑한다는 중국의 인터넷결제수단 알리페이. 당연하지만 우리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인터넷결제에 액티브액스는 필요없다.

이제는 미국의 페이팔을 능가하는 거래액을 자랑한다는 중국의 인터넷결제수단 알리페이. 당연하지만 우리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인터넷결제에 액티브액스는 필요없다.

이제는 쇼핑도 온라인으로 국경 없이 이뤄지는 시대에 전근대적인 전봇대가 곳곳에 박혀 있는 한국의 온라인 보안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한국의 아이티업계는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혁신을 거듭하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자들에게 밀려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할지 모른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도록 아이티 비정상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1월21일자 한겨레신문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 칼럼으로 게재한 내용.

Written by estima7

2014년 1월 23일 at 11:07 오후

아마존과 엑티브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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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한국에 진출한다고?”

지난주 한 매체가 아마존의 한국 진출설을 보도한 이후 국내 누리꾼들이 술렁였다. 미국 시애틀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마존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는 공룡기업이다. 아마존은 시가총액이 190조원에 이르며 세계 최대의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와 맞짱을 뜨는 거대기업이다.

(이달초에 미국 CBS 60 Minutes보도로 큰 화제를 모은 아마존의 무인헬기를 이용한 배달실험. 혁신가로서의 제프 베이조스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1994년 인터넷으로 책 판매를 시작해 지금은 모든 것을 다 판다는 종합온라인쇼핑몰로 성장한 아마존은 자타가 공인하는 혁신기업이기도 하다. 2007년 전자책 리더인 ‘킨들’을 내놓아 전자책 시대를 열어젖혔으며, 기업의 빅데이터를 인터넷에 연결된 대규모 컴퓨터 서버를 통해 처리해주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며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는 지난 8월 <워싱턴 포스트>를 개인적으로 인수해 전세계 언론인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어쨌든 세계적인 화제의 기업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아마존의 한국 진출설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이 흥미로웠다. 세계적인 공룡 대기업이 한국 시장에 들어온다는데도 경계심은커녕 환영 일색이었다. 트위터에서는 이런 반응들이 나왔다.

얼마나 액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에 진절머리가 나면 국외기업에 이런 구원을 바랄까. 소비자들의 불평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고쳐지지 않는 한국의 인터넷규제 현실이 기가 막힐 뿐이다.

인터넷속도가 느린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휴대전화 통화도 안 되는 곳이 부지기수인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다 돌아왔다. 그렇다 보니 전국 구석구석은 물론이고 운행중인 지하철 안에서까지 뻥뻥 터지는 모바일인터넷 등 훌륭한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에 감탄하게 된다.

단지 한번 클릭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아마존닷컴의 원클릭구매버튼은 온라인쇼핑을 너무나 쉽게 만들어줬다.

단지 한번 클릭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아마존닷컴의 원클릭구매버튼은 온라인쇼핑을 너무나 쉽게 만들어줬다. 덕분에 충동구매를 자주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반면 인터넷쇼핑이나 금융을 이용하려면 좌절하게 된다. 피시든 스마트폰이든 아마존에서 사고 싶은 물건을 원클릭(단 한번만 클릭하면 미리 저장되어 있는 신용카드 정보와 주소로 결제가 완료되고 제품이 배달된다)만으로 구매하던 습관에 익숙해져 있는 나로서는 겹겹이 액티브엑스를 설치하고 본인인증을 하는 등 보안 스무고개를 넘어야 물건을 살 수 있게 만든 한국의 전자상거래 관련 규제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Screen Shot 2014-01-01 at 8.48.12 PM

반면 윈도PC에서 인터넷익스플로러를 사용하며 액티브X를 겹겹히 설치해야만 구매가 가능하도록 만든 한국의 온라인쇼핑사이트는 구매의욕을 꺾는다. 특히 평소 액티브X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해외동포들의 경우는 구매결제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것은 마치 정부가 온라인금융이나 인터넷쇼핑업계에서는 혁신이 일어나길 바라지 않는 것 같다. 액티브엑스는 해외의 수많은 한국인 동포와 주한 외국인들의 한국 인터넷쇼핑을 막는 원흉이기도 하다. 또 컴퓨터에 익숙한 젊은 사람도 어려울 정도니 노년층은 인터넷쇼핑을 하지 말라는 것 같다. 아이패드에서 몇번 터치로 쉽게 쇼핑을 하는 미국의 노인들과는 천지차다.

국내 온라인쇼핑몰 사업자들은 발에 무거운 족쇄를 달고 국외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한 전자책회사의 지인은 “국외동포들에게 한국 전자책을 판매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결국은 항상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며 “동포들은 항상 복잡한 인터넷 결제 방법에 질려서 구매를 포기하기가 일쑤였다”고 말했다.

이제는 모든 분야에서 국경이 없어지는 시대다. 복잡한 결제 절차와 비싼 가격에 질린 사람들은 간편한 국외쇼핑몰에서 직접 구매에 나서고 있다. 이런 ‘직구족’의 등장에 아마존도 한국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리라. 아마존의 진출이 뭔가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주길 나도 간절히 바란다.

***

2013년 12월31일자 (마지막날) 한겨레칼럼으로 기고한 글. 아래는 부가설명.

보스턴에 있을 때 아내가 영어를 배운 미국인 할머니부부와 친하게 지냈었다. 우리 부모님과 연세가 비슷한 70대의 노부부이셨다. 책 읽기를 즐기는 할머니께 아마존 킨들을 선물해 드렸었다. 그때 할머니의 한마디.

“I don’t know how it works. But it’s like a magic. It’s so easy to use!” 킨들로 책을 구매해서 읽는 과정이 “마치 마술같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다. 보고 싶은 책을 그냥 원클릭으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너무 편하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결제과정이 어렵지 않고 한번 신용카드정보와 주소지를 입력해두면 편하게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연배가 높은 어르신들도 어렵지 않게 온라인쇼핑을 이용한다.

모바일에서의 결제과정이 쉽기 때문에 미국에서 모바일쇼핑비중이 날이 갈수록 급성장중이다. (출처:블룸버그TV보도)

모바일에서의 결제과정이 쉽기 때문에 미국에서 모바일쇼핑비중이 날이 갈수록 급성장중이다. (출처:블룸버그TV보도)

휴대폰을 통한 본인인증도 필요없고 신용카드만 있으면 PC이든 맥이든 스마트폰이든 타블렛이든 어떤 브라우저에서든지 결제가 가능하다. 아이디와 패스워드입력만으로도 결제가 가능한 페이팔(Paypal)도 결제를 쉽게 하는 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엄청나게 많이 쓰이는 휴대폰결제가 미국에서는 인기가 거의 없다.

이제 한국을 보자. 우리 부모님은 컴퓨터를 안쓰시고 아이패드만 쓰신다. 나는 도저히 온라인쇼핑을 가르쳐 드릴 수가 없다. 설사 랩탑을 쓰더시더라도 마찬가지다. 컴퓨터를 잘 모르시는 분들에게 도저히 액티브X 깔라고 표시가 나오면 무조건 ‘예’를 하라고 말씀드릴 수가 없다. 부모님께는 각종 악성소프트웨어와 ‘안전한’ 액티브X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나도 사실 불가능하다. 어쩔 수 없이 설치할 때마다 찜찜하다. 매번 신용카드정보를 처음부터 다시 입력하고 본인확인 등 을 거치는 회원가입이나 구매과정도 너무 복잡하다.

어쨌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에는 온라인뱅킹이나 전자상거래분야에서 한국 기업들, 특히 스타트업들의 혁신은 요원하다. 오히려 발에 족쇄가 달린 한국의 기업들이 이런 규제를 우회한 외국기업들에게 한국고객을 다 빼앗겨 버릴지도 모르겠다.

아마존이 사이트만 한글화해서 값싼 제품 가격과 편리한 결제로 한국에서 엄청난 매출만 올려가면 어떻게 할 것인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언젠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1월 1일 at 10:07 오후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 리더의 공감결핍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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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대기업에 다니는 몇몇 후배와 만났다. 이야기를 나누다 대기업에는 정말 고약한 임원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일부러 새벽 일찍이나 금요일 저녁에 회의를 잡는 고위 임원. 회의 중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사소한 일로 중간간부에게 면박을 주는 고위 임원. 실행하기 어려운 상사의 지시에 대해 부하가 납득할 만한 의견을 얘기했는데도 자신의 명령에 토를 단다며 책상을 내려치고 고성을 지르는 임원. 이런 얘기를 들으며 ‘어떻게 그런 사람들이 임원직에 올랐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설득보다는 자신의 지위와 권위로 부하를 움직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나는 너의 보스니까 너는 내 말을 들어야 돼”라는 식의 발상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보스일수록 부하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쉽다.

감성지능(EQ) 이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은 이처럼 강한 권력을 지닌 리더일수록 공감능력결핍증후군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지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들이 승진해서 조직의 사다리 위로 높이 올라갈수록 아랫사람들은 상사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다가가지 못하며 직언도 어려워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될수록 그 고위 임원들은 부하들의 감정을 이해 못하게 되고 점점 더 자기중심적인 세계관 속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골먼에 따르면 공감능력에는 세 가지가 있다. 타인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볼 줄 아는 인지적 공감능력과 타인의 감정에 즉시 공명할 줄 아는 감정적 공감능력, 그리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챙겨줄 줄 아는 감정이입적 공감능력이 있다. 리더들에게 이런 공감능력이 결핍되는 징후로서는 직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목표·전략 등을 수립하고 강요하거나, 직원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이해 못하고 차갑고 무관심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골먼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리더가 자신에게 솔직한 의견을 말해주는 그룹을 찾거나 만들어서 끊임없이 경청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회사 안을 일부러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며 직원들과 격의 없는 시간을 보내는 리더나, 보스에게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은 회사 분위기를 조성하는 리더는 이런 증상에 빠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비단 일반회사 안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어떤 조직에서나 마찬가지다. 나도 내가 모시던 보스가 직급이 더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솔직한 말씀을 드리기 어려웠던 기억이 있다. 리더와 부하 간의 관계를 대통령·국회의원·고위관료와 국민 간의 관계로 바꿔서 생각해봐도 된다. 조직의 보스에게도 솔직한 피드백을 드리기 어려운데 하물며 대통령에게 직언을 하기는 얼마나 어려울까. 재벌총수, 대통령이 되어 인의 장막에 싸이게 되면 그 앞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임원이나 권력자나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말단 직원, 국민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기는 힘들어진다.

넬슨 만델라는 정말 탁월한 공감능력을 가진 리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흑백을 초월해 화합시키는 것을 넘어서 전세계의 리더들까지 그의 추종자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그것을 가능케 했다.

넬슨 만델라는 정말 탁월한 공감능력을 가진 리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흑백을 초월해 화합시키는 것을 넘어서 전세계의 리더들까지 그의 추종자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그것을 가능케 했다.

지난주 타계한 넬슨 만델라는 공감능력이 탁월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27년간의 혹독한 감옥생활을 거치면서 그는 오히려 세상에 대해 달관했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는 방법을 터득했다. 그 결과 백인·흑인을 모두 아우르는 대화합을 이뤄냈고 전세계 가는 곳마다 그에게 감복하고 따르는 추종자를 만들어냈다. 말로만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고 외치며 실제는 국민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정치인들도 ‘공감결핍증후군’에 걸리지 않았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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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9일자 한겨레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 칼럼을 블로그에 백업. 다니엘 골먼의 리더의 공감 결핍 증후군에 대한 글을 번역해 소개한 블로그 포스팅을 바탕으로 칼럼으로 다시 써본 글이다. 골먼의 글은 내게도 공감이 되는 글이어서 한번 번역해서 내 생각을 조금 덧붙여 소개해봤는데 페이스북에서 6천회이상의 공유와 함께 거의 4만뷰의 조회수가 나와서 나도 놀랐다.

이 글에 대한 이런 높은 관심은 한국의 조직에도 공감능력이 떨어지고 아랫사람의 어려움을 헤아리지 못하는 꽉 막힌 ‘불통’ 리더들이 가득하다는 뜻이리라. 공감능력을 키워주는 리더십교육이 절실하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12월 22일 at 12:34 오후

저녁이 있는 삶과 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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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근교 라이코스사무실에서 본 바깥 정경. 이 풍경을 3년동안 매일 봤었다.

보스턴 근교 라이코스사무실에서 본 바깥 정경. 이 풍경을 3년동안 매일 봤었다.

거의 5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최근 한국에 돌아왔다. 동부의 보스턴에서 3년 반, 서부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서 1년 반을 살았다. 나름 미국이라는 나라를 동쪽과 서쪽에서 균형있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셈이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혁신의 산실인 보스턴과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살아볼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하지만 미국에 살면서 지역에 상관없이 전체 미국 사회가 뿜어내는 혁신의 양에 감탄하기도 했다. 미국은 엉망인 의료보험제도, 풀리지 않는 총기 규제 이슈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혁신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혁신 대국이다.

나는 우선 서점에 갈 때마다 쏟아지는 신간 서적의 양에 놀라곤 했다. 매주 20~30권의 신간 책 비평을 소개하는 <뉴욕 타임스> 북리뷰에는 매주 1000권 가까운 신간 서적이 배달된다고 한다.

또 사업 모델이 독특한 혁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나와서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해 나가는 곳이 미국이기도 하다. 애플, 야후,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몇 년마다 한번씩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이 등장해 수백조원 가치의 회사로 성장해 간다.

나는 이런 창의력이 샘솟는 미국 사회의 저력이 어디에 있을까 궁금했다. 세계 각지의 인재들이 모이는 용광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거대한 시장 크기 등 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피부로 느낀 창의력의 원천이 있다. 바로 ‘저녁이 있는 삶’이다.

2009년 초 보스턴에 있는 미국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했을 때의 일이다. 처음 한동안은 간부 직원들에게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청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약속을 잡고 바쁘게 살던 한국에서의 버릇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였다. 친밀도도 높이고 회사 이야기를 깊이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묘하게 사람들은 나와 같이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을 꺼렸다. “집에 물어보고 가능한지 알려주겠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됐다. 미국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니고서는 회사일로 상대방의 저녁을 청하는 것은 실례였다. 반대로 내게 저녁 시간을 내주길 요청하는 미국인의 경우는 “가족들에게 폐가 되지 않겠느냐”고 꼭 물어봤다.

그런 문화를 알게 된 뒤에는 나도 가급적이면 저녁 약속을 잡지 않았다. 온갖 복잡한 사회관계, 각종 모임, 경조사에서 벗어나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보스턴으로 이사 간 나는 한국에 있을 때와는 비할 수 없이 많은 저녁과 주말을 가족과 함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업무 시간 이외의 많은 시간을 미국 사회와 정보기술(IT) 업계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에 투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과 경험을 블로그 등에 글로 옮길 수 있었다. 한국에 계속 있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런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미국인들의 왕성한 창의력은 이런 여유로운 저녁 시간, 즉 잉여 시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를 들어 첫 애플 컴퓨터는 회사일이 끝나고 취미로 컴퓨터를 만들던 스티브 워즈니악의 잉여 활동에서 태어났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한국 사회로 다시 돌아와 생활하다 보니 여백이 있는 미국에서의 삶이 그리울 때가 있다. 초경쟁사회에서 남들에게 뒤처질까봐 두려워 정신없이 사는 한국인들은 정작 깊이 사색하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하다. 열심히 일하면 남들을 따라잡을 수 있겠지만 창의력은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창의는 잉여에서 나온다. ‘창조경제’를 위해서라면 우리도 조금은 느리게 살았으면 한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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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한겨레칼럼으로 기고한 내용. 또 무슨 내용을 쓰나 고민하다가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써봤다. 너무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다른 소재도 없고 해서 주말동안 고민하다가 써서 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받은 분들이 공감해주셨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2천번이상 공유가 됐다.

이런 열렬한 반응을 접하면서 너무나 바쁜 삶을 살아가는 우리 한국인들이 모두 “저녁이 있는 삶”에 뭔가 갈증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회시스템과 문화를 송두리채 바꾸기 전에는 미국처럼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또 서울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1천만명이 넘는 인구가 몰려사는 이유도 있다. 우리는 개인주의적인 미국인들에 비해서 친구, 친지들과 휠씬 더 서로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만나는 편이다. 그런데 웬만하면 1시간이내에 다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바쁠 수 밖에 없다.

솔직히 고백하면 보스턴에서는 정말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았는데 지난 1년여동안의 실리콘밸리 생활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보스턴과 비교해서 워낙 한국분들도 많이 사시고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들도 많아서 보스턴보다는 몇배 바쁜 저녁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클릭하면 스토리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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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 칼럼에서 살짝 쓴 라이코스에서의 경험은 다음 스토리볼 연재 1화로 “매니저들과 저녁같이 하기”라는 글로 몇주전에 썼던 것이다. 이때도 예상외로 3천번이 넘는 공감을 받았기에 한겨레칼럼으로도 비슷한 소재를 써볼 생각을 했던 것이다.

어쨌든 가능한 한 한국에서도 여유로운 저녁시간을 만들려고 노력중이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Written by estima7

2013년 11월 21일 at 11:39 오후

초감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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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나오는 두 정상의 다정한 모습. NSA스캔들은 메르켈총리의 오바마에 대한 신뢰에 금을 가게 했다.(출처:구글이미지검색)

이미지 검색을 해보면 나오는 두 정상의 다정한 모습. NSA스캔들은 메르켈총리의 오바마에 대한 신뢰에 금을 가게 했다.(출처:구글이미지검색)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의 정보기관이 그동안 독일·프랑스·멕시코 같은 우방국 정상의 휴대전화와 이메일을 도청해 왔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등 화가 난 우방국 정상들을 달래느라 오바마가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연일 뉴스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혹자는 “모든 나라의 정보기관들은 어차피 서로 도청전쟁을 벌이는 것 아닌가. 서로 알면서도 쉬쉬하던 공공연한 비밀이었을 뿐이다. 흥분할 필요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저런 도청-감시 전쟁은 고위 인사나 유명인들의 이야기지 나 같은 보통 사람과는 관계없는 딴 세상 이야기라고 치부한다. 누가 할 일 없이 나 같은 보잘것없는 사람들의 전화통화나 이메일을 감시하겠는가.

그렇지 않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스마트폰과 빅데이터 기술은 이제 사람들의 사생활 속으로 그 활동 영역을 침범해 들어가고 있다. 기계가 모든 사람을 감시하고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초감시사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찍히고 분석당하고 있다.

NCR Restaurant Guard라는 소프트웨어 소개문구. 레스토랑전산시스템의 Add-on으로 제공되는 것 같다. 시스템에 기록되는 종업원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의심되는 건이 있으면 경보를 울린다.

NCR Restaurant Guard라는 소프트웨어 소개문구. 레스토랑전산시스템의 Add-on으로 제공되는 것 같다. 시스템에 기록되는 종업원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해 의심되는 건이 있으면 경보를 울린다.

 얼마 전 흥미로운 기사를 접했다. 미국의 인기 체인레스토랑 약 400곳에 종업원들의 행동을 감시하는 소프트웨어가 시범 설치됐다. 미국의 외식업체들한테는 종업원의 절도행위가 큰 골칫거리다. 음식계산서에 보통 15~20%로 추가로 주는 팁은 종업원의 몫이기 때문에 더 많은 팁을 받기 위해서 음식이나 음료를 공짜로 제공하거나 현금을 일부 빼돌리는 행위가 많다는 것이다. 이익률이 2~5%밖에 되지 않는 외식업종에서 종업원 절도로 인한 손실이 전체 매출의 1%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고 일일이 몰래카메라를 식당 곳곳에 설치하고 종업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주문시스템에 추가 설치되는 이 소프트웨어는 식당 안에서 일어나는 음식 주문, 계산, 쿠폰 사용 등 모든 행위를 분석한 뒤 일상적이지 않은 의심스러운 경우가 감지되면 매니저에게 경보를 보낸다.

 이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뒤의 변화가 놀랍다. 설치 전과 비교해서 이 400곳 레스토랑의 매출이 평균 7% 올랐다는 것이다.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종업원들이 편법으로 돈을 조금 더 벌기보다는 고객에게 더 음식을 주문하도록 유도해 팁을 더 받는 쪽을 택한 것이다. 감시당하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더 정직하게 행동하게 된 것이다.

Awareness Technologies라는 회사의 Interguard MobileMoniter라는 소프트웨어. 이 제품은 회사직원의 스마트폰에 심어져 전화, 이메일, 문자등을 회사가 모두 모니터할 수 있게 해준다. 블랙베리, 안드로이드폰에서만 된다고.

Awareness Technologies라는 회사의 Interguard MobileMoniter라는 소프트웨어. 이 제품은 회사직원의 스마트폰에 심어져 전화, 이메일, 문자등을 회사가 모두 모니터할 수 있게 해준다. 블랙베리, 안드로이드폰에서만 된다고.

 최근 <월스트리트 저널>에는 이런 기사도 나왔다. 버지니아주의 한 해충제거회사의 임원은 외근직원들이 근무시간 중에 개인적인 일을 많이 본다는 의심을 갖게 됐다. 그래서 그는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지급한 스마트폰에 위치추적 소프트웨어를 몰래 설치했다. 그 결과 한 직원이 지나치게 특정 주소에 자주 드나든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추궁한 결과 근무시간에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직원은 바로 해고됐다. 이후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개인 용무를 봐야 할 일이 생겼을 때는 회사로 연락해 미리 양해를 구하게 됐다며 관리자들은 흡족해한다.

 우리는 항상 감시당하고 있다. 내 카톡메시지, 이메일, 전화통화는 누군가 항상 보고 듣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컴퓨터 인공지능은 우리의 일탈을 실시간으로 잡아낸다. 젊은 날 한번의 실수도 인터넷 검색으로 평생 낙인처럼 따라다니는 세상이다. 그야말로 사생활이란 없는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일년 365일 24시간 나의 사생활은 낱낱이 감시당하고 있다고 체념하자. 그리고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사는 것이 곧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대비하는 삶의 지혜라고 해야 할 듯싶다.

***

지난주에 실린 한겨레 생각의 단편 칼럼.

예전에 “모든 것을 다 찍는 경찰의 소형비디오카메라-엑손 플렉스“라는 글을 쓴 일이 있다. 그 내용은 미국 리알토시 경찰이 법집행과정을 엑손 플렉스라는 비디오카메라가 장착된 선글래스를 통해 녹화하기 시작하면서 경찰과 시민이 보다 “얌전하게” 행동하게 됐다는 것이다. 비디오카메라를 통한 감시가 사람들의 행동을 바꿨다는 것이다.

위 칼럼은 그와 비슷한 맥락에서 쓴 것이다. 특히 NCR의 레스토랑가드 같은 소프트웨어가 식당종업원들의 행동을 분석하면서 부정행위를 실시간으로 잡아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섬뜩하다. 컴퓨터가 사람을 감시하는 세상으로 돌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NSA스캔들은 이런 초감시사회가 정말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엄청난 컴퓨팅파워, 촘촘히 전세계가 연결된 인터넷망, 스마트폰의 보급, 빅데이터기술의 발전 등이 이런 초감시사회를 가능하게 해준 것이다. 11월 3일자 NYT 일요판에 실린 NSA에 대한 심층보도기사(No Morsel Too Minuscule for All-Consuming N.S.A.)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Today’s N.S.A. is the Amazon of intelligence agencies, as different from the 1950s agency as that online behemoth is from a mom-and-pop bookstore. It sucks the contents from fiber-optic cables, sits on telephone switches and Internet hubs, digitally burglarizes laptops and plants bugs on smartphones around the globe.

오늘날의 NSA는 정보기관들의 아마존이라고 할 수 있다. NSA와 50년대 정보기관의 차이는 마치 온라인공룡 아마존과 동네 구멍가게 서점의 차이만큼 다르다. NSA는 광케이블에서 콘텐츠를 빨아들이고, 전화교환기와 인터넷허브위에 앉아있고, 랩탑컴퓨터를 디지털하게 강도질하고, 전세계의 스마트폰을 감청한다.

예전에는 정보를 아무리 많이 모아도 분석할 사람이 없으면 소용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을 컴퓨터가 해준다. 인공지능, 빅데이터기술을 이용해서 사람보다도 휠씬 빠르고 영리하게. 우리는 정말 무서운 세상에 돌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11월 3일 at 9:2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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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리, 노키아 그리고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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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리의 경영위기에 대해서 보도하는 캐나다의 CBC방송화면.

블랙베리의 경영위기에 대해서 보도하는 캐나다의 CBC방송화면.

블랙베리라는 스마트폰이 있다. 한국에서는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캐나다의 블랙베리라는 회사가 만든 스마트폰의 원조 격인 제품이다. 전화에 컴퓨터 자판 같은 작은 물리적 키보드를 붙여서 이메일을 주고받기 편리하게 만든 점이 강점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해 아이폰이 등장한 뒤에도 몇년간 북미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가량을 점유했을 정도로 한때 세상을 호령했다. 전성기 블랙베리의 기업가치는 약 80조원에 이르는 등 ‘캐나다의 자존심’이란 이야기까지 들을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이 회사의 가파른 추락이 화제다. 블랙베리는 지난 분기에 약 1조원의 손실을 내고 곧 전체 직원의 40%인 45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아이폰의 등장 이후 급격한 시장의 변화와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창업자들을 포함한 경영진의 몇 가지 전략적 실수까지 이어지면서 불과 몇년 만에 북미 시장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1% 안팎으로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맛보며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참고 : 블랙베리의 몰락-업데이트(에스티마블로그))

블랙베리의 본사는 캐나다의 최대 도시 토론토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인구 약 10만의 소도시 워털루라는 곳에 있다. 이 거대기업의 몰락이 이 지역 경제에 끼칠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 뉴스를 검색해봤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다른 내용이 나왔다. 캐나다의 <시비시>(CBC) 방송 보도를 보면, 워털루는 오히려 수많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기반으로 삼아 혁신의 중심지로 재탄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참고 : 워털루의 불확실한 미래 CBC보도) 브렌다 핼로랜 시장은 “이 지역의 탄탄하게 성장하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블랙베리에서 나온 인력들을) 충분히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희망 섞인 보도이기는 했지만 캐나다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릴 만큼 관련 인재와 스타트업이 워털루에 많다는 점을 고려할 때 완전히 틀린 얘기는 아니다 싶었다.

예전 세계 휴대폰시장을 호령했던 노키아가 있는 핀란드도 마찬가지다. 노키아의 몰락이 꼭 핀란드의 경제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핀란드가 앵그리버드로 유명한 로비오로 대표되는 워낙 탄탄한 벤처커뮤니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기울면서 해고된 노키아의 고급인력들이 시작한 스타트업이 400여개이고, 특히 최고 인재들이 더는 노키아만 바라보지 않으면서 벤처업계에 인재가 몰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참고: 왜 노키아의 몰락이 핀란드의 스타트업들에게 좋은 뉴스인가 WSJ블로그)

한국을 보자. 캐나다와 핀란드의 자존심 격인 기업들이 몰락한 마당에 세계적으로 승승장구하며 애플과 한판승부를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를 가진 우리 국민은 행복해야 할 것 같다.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돌파한 삼성전자는 한국의 국보급 회사다. 마땅히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소위 ‘삼성고시’에 매년 10만명이 지원한다는 것이나 삼성전자로 인해 우리 경제가 실제보다 잘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는 최근 보도를 접하고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취업을 바라는 한국의 수많은 인재들을 비롯해 나라 전체가 한 기업에 너무 심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 같아서다. (참고:  ‘삼성 고시’ 후유증…삼성 “채용 방식 변화 고민중”(한겨레), 삼성전자에 가려진 경제 위기…’착시효과’ 우려(SBS보도))

삼성전자가 영원히 잘나간다는 보장은 없다. 기업은 잘될 때가 있으면 안될 때도 있다. 노키아와 블랙베리의 예에서 보듯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호황을 누리던 기업도 순식간에 운명이 바뀔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상황은 삼성전자가 기침을 하면 나라가 독감에 걸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삼성 의존적이다.

핀란드나 캐나다처럼 대기업들이 위기를 맞을 때 탄력 있게 경제를 받쳐줄 스타트업 생태계가 한국에도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스타트업들을 키워내는 데 정부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지원도 필요하다. 이들이 장차 삼성전자의 우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2013년 10월 7일자 한겨레신문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 칼럼으로 기고한 글.

맨마지막에 “삼성전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쓴 것은 삼성전자가 실리콘밸리에 쏟고 있는 관심과 정성에 비하면 한국의 스타트업커뮤니티에는 조금 소홀한 것이 아닌가 해서이다. (내가 과문해서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삼성은 1조2천억원짜리 펀드를 조성해 미국의 초기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했고 팔로알토에 오픈이노베이션센터라는 스타트업액셀러레이터도 열었다. IT의 메이저리그격인 실리콘밸리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이처럼 큰 투자를 하는데는 전혀 이의가 없다.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핀란드나 캐나다의 예처럼 대기업이 어려울 때 대신 성장을 주도할 수 있는 스타트업커뮤니티를 한국에 키우는데도 삼성이 관심을 기울여줬으면 하는 생각에서 칼럼마무리를 이렇게 해봤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10월 8일 at 3:54 오후

적국 정상의 글도 실어주는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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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기고문이 실린 9월12일자 NYT Op-ed면.

푸틴의 기고문이 실린 9월12일자 NYT Op-ed면.

지난주 <뉴욕 타임스>는 백악관과 미국 의회를 발칵 뒤집어놓는 글을 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기고문을 게재한 것이다. 이 글에서 푸틴은 “점점 많은 세계인들이 미국을 민주주의 모델이 아닌 폭력에만 의존하는 국가로 여긴다”고 썼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공격 계획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우리의 경우에 비유하면 한국의 대표 신문이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한국 비판 글을 받아서 실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푸틴이 글에서 주장하는 내용의 정당성은 차치하고라도 나는 이처럼 다양한 인물의 다양한 견해를 과감히 수용해 게재하는 뉴욕타임스의 편집 방침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사설과 칼럼이 실리는 지면을 미국 신문에서는 옵에드(Op-Ed)면이라고 한다. 푸틴의 기고문이 실린 옵에드면을 의견-사설면(Opinion-Edtorial)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여기서 옵에드는 ‘사설의 반대’(Opposite-Editorial)의 약자다. 논설위원들이 무기명으로 작성하는 신문사의 공식적인 주장인 사설과 대치되는 의견이라는 뜻이다. 1970년에 처음 등장한 뉴욕타임스 옵에드면은 회사 외부인들의 뉴욕타임스와는 다른 의견을 소개하고자 만들어졌다.

이런 외부인의 다양한 시각을 담은 글은 뉴욕타임스의 지면을 차별화한다. 그리고 간간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는 글이 나온다.

2012년 골드만삭스의 간부였던 그레그 스미스는 ‘왜 나는 골드만삭스를 떠나는가라는 기고문으로 월스트리트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글이 뉴욕타임스에 실리는 날 새벽에 보스에게 사직 이메일을 보낸 그는 작심하고 직접 경험한 탐욕스러운 골드만삭스의 문화에 대해서 기고문을 통해 조목조목 고발했다.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그날 3.4% 하락하고 이후 월스트리트의 탐욕에 대한 보도가 잇따랐다.

2011년에는 억만장자 워런 버핏이 ‘슈퍼리치 감싸기를 멈추라’라는 글을 기고해 자신의 소득세율이 자기 직원들의 그것보다 훨씬 낮다고 고백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부자들이 솔선수범해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정치권부터 언론까지 광범위한 토론이 이어졌다.

얼마 전에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인 앤절리나 졸리가 ‘나의 의료 선택’이라는 글을 기고해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졸리가 유방암 예방 차원에서 이중 유방절제술을 받은 사실을 용기 있게 밝히면서 세계적으로 유방암의 위험에 처한 여성들에게 조명이 집중된 것이다.

이런 글들은 뉴욕타임스에 실린 뒤 텔레비전·신문·라디오·SNS에 후속 보도와 토론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에게 ‘생각해볼 거리’를 던진다. 꼭 뉴욕타임스 독자가 아니더라도 웬만하면 내용을 알게 될 만큼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뉴욕타임스는 매주 수천통씩 들어오는 기고문을 모두 읽어보고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대부분은 거절되지만 채택하기로 결정된 글의 경우에는 면밀한 사실확인과 편집을 거쳐 작성자 본인의 동의를 받은 뒤에 발표된다. 이런 글들은 뉴욕타임스 사설과 유명 칼럼니스트의 글과 나란히 게재된다.

유명인사라고, 외국의 정상이라고 우대해서 글을 실어주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시의성이 있고 색다른 시각을 제공해 논쟁을 유발할 수 있는 좋은 글이어야 한다. 푸틴의 기고는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시의적절하게 들어왔으며 논쟁점을 잘 부각한 좋은 글이었기 때문에 게재했다는 것이다.

갈수록 당파성이 심해지는 한국의 신문에서 신문사의 논조와 배치되는 시각을 담은 외부 기고자의 글을 읽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회사 논조와 다르더라도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겸허히 경청해 소개하고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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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7일자 한겨레지면에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 칼럼으로 기고한 내용.

이번 칼럼차례에서는 유독 마지막까지 어떤 내용을 써야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곤혹스러웠다. 꼭 데드라인이 닥쳐야 글을 쓰는 평생의 버릇 때문에 일요일을 소비한다. (한달에 한번씩 일요일오후가 데드라인이다.)

그러다가 NYT 목요일자에 실려 화제가 된 푸틴의 기고문을 떠올렸다. 안그래도 오바마와 푸틴이 서로 사이가 안좋아 불편하고 으르렁거리는 사이가 됐고, 시리아사태에 있어서도 양국이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런데 오바마의 앙숙과도 같은 푸틴의 글을 과감히 받아서 실은 NYT의 편집이 신기했다. 특히 진보적이며 항상 오바마의 정책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NYT 아닌가.

그리고 떠올려보니 ‘왜 나는 골드만삭스를 떠나는가’(그레그 스미스), ‘수퍼리치 감싸기를 멈추라’(워런 버핏), ‘나의 의료선택’(앤절리나 졸리) 같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NYT Op-ed면 기고문들이 생각났다. 당시에 얼마나 화제가 됐는지 내 기억에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글들이다. NYT에 실린 날, 이 내용을 미국의 거의 모든 언론이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래서 이 내용을 가지고 칼럼을 쓰기로 하고 Op-ed면의 역사에 대해서 몇개의 글을 읽고 공부했다. 위키피디아의 Op-ed소개 항목 외에도 NYT의 Op-ed에 대한 자세한 소개글 ‘And Now a Word From Op-Ed‘, 푸틴의 글이 실리게 된 경위를 소개한 NYT 퍼블릭에디터의 글 ‘The Story Behind the Putin Op-Ed Article in The Times’ 등을 참고했다.

다만 좀 쫓겨서 쓴 탓에 글이 나가고 나서 몇가지 비판을 받았다.

우선 제목을 ‘적국 정상의 글도 실어주는 신문’으로 한 점. 러시아가 미국의 라이벌국가이긴 하지만 적국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며 많은 부분에서 미국의 외교정책과 러시아의 외교정책이 대척점에 있고 특히 푸틴과 오바마의 사이가 나쁘다는 점에서 좀 강력하게 제목을 써봤다. (미국 뉴스에서 푸틴을 “Foe”라고 지칭하는 것을 들은 일도 있다.) 그리고 사실 좋은 제목 아이디어가 없어서 급하게 붙이고 한겨레에 보냈는데 수정 않고 그대로 내보내주셨다. 그래서 문제제기성 코맨트를 여러번 받았다. 내가 좀 경솔했다.

두번째로 Opposite-Editorial의 Opposite를 ‘반대’로 번역했는데 ‘반대편’이 조금 더 적절할 뻔 했다. 사실 ‘반대’와 ‘반대편’(다른쪽)의 두가지 의미가 혼재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NYT를 너무 미화한 것 같아서 찜찜하기도 했다. 짧은 분량 탓에 충분히 설명할 수가 없었는데 미국신문들도 자신들의 성향에 따라 입맛에 맞는 외부기고를 받는 경향이 물론 있다. WSJ 같은 경우 보수적이고 항상 오바마를 비판하는 칼럼으로 가득하다. NYT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 푸틴 칼럼의 경우처럼 전혀 의외의 인물의 다양한 시각을 담은 글을 게재하는 경우가 NYT는 많은 편이다. 그래서 소개하고 싶었다.

영어적인 표현이 많아서 문장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도 받았다. 미국에 살다보니 나도 모르게 영향을 받은 것 같고, 또 퇴고를 소홀히 한 탓이기도 하다.

어쨌든 한겨레 지면을 포함해서 너무 한쪽의 정치적인 주장만 넘쳐나는 글이 가득찬 한국신문의 오피니언면은 좀 피곤하다. (나만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세상을 좀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생각거리, 논쟁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글들이 실리는 오피니언면을 바라는 마음에서 좀 주제넘은 글을 써봤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9월 17일 at 4:37 오후

생각의 단편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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