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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혁신, 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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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창업국가이자 혁신이 넘치는 나라는 누가 뭐래도 미국이다. 실리콘밸리로 상징되는 미국의 혁신은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혁신기업을 통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인류의 생활양식까지 바꾸는 파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 이처럼 독창적인 스타트업이 넘쳐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창의성을 북돋우는 교육에서부터 기발한 아이디어에 투자하고 그 제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해주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에 살면서 이런 혁신문화의 밑거름은 활발한 출판문화가 제공해주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미국의 서점에 갈 때마다 느끼는 점은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시각을 담은 책이 끊임없이 쏟아져나온다는 것이다. 사회현상을 남다르게 바라보고 깊이있게 연구한 지식인들의 책이 신간 진열대를 가득 채운다. 매달 새로운 경영이론서는 물론 현직 대통령을 분석해서 쓴 정치분석서들이 계속 나오고, 어떤 인물의 일생을 연구한 흥미로운 전기들이 연이어 출판된다. 추리, 판타지, 로맨스, 과학소설까지 다양한 장르의 오락물도 계속 나온다.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성찬이 계속 펼쳐지는 것이다.

 출판사들은 재능 있는 잠재 작가들을 열심히 발굴해내어 큰돈을 투자한다. 블로그 등 인터넷을 열심히 뒤져서 찾아낸다. 저명한 작가들과는 장기계약으로 유대관계를 강화한다. 정성 들여 만들어낸 책은 적극적으로 마케팅한다. 책 한권 한권을 만드는 것이 일종의 벤처투자다.

 언론들도 좋은 책을 띄우기 위해 노력한다. 화제의 책이 나오면 텔레비전, 신문, 라디오, 잡지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저자를 초대해 책을 소개한다. 신문이나 잡지의 지면을 크게 할애해 책의 핵심내용을 그대로 발췌해 소개하는 일도 잦다.

 전국의 기업, 학교, 도서관 등에서도 수시로 저자들을 초청해 강연회를 연다. 강연회 내용은 인터넷으로 모두 공개된다. 엄청나게 바쁘게 활동하는 교수나 언론인들도 짬을 내 자신의 생각을 담은 책을 내어 대중들과 소통한다. 꼭 명문대 출신 교수가 쓴 책이 아니라도 좋은 아이디어를 담고 있으면 팔린다. 좋은 책을 꾸준히 사주는 두터운 독자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린스타트업 한글판표지와 에릭 리스

린스타트업 한글판표지와 에릭 리스

 얼마 전 <린 스타트업>이란 책의 저자인 에릭 리스를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났다. 그가 5년 전 다니던 스타트업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모색할 당시만 해도 그는 29살의 무명 엔지니어였다. 하지만 그가 당시 남들과 달랐던 것은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새로운 경영이론을 고안해냈다는 것이다. 그 내용을 끊임없이 블로그로 소통하면서 벤처커뮤니티의 호응을 얻은 그는 여기저기서 강연을 통해 그 이론을 설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판사의 도움으로 2011년에 <린 스타트업>이란 책을 출판해 베스트셀러로 만들고, 이제는 실리콘밸리의 명사가 됐다. 그의 경영이론은 이제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 미국 정부까지 가져다 적용하고 있다. 그는 명문대 박사학위 소지자도 아니고 성공한 벤처기업인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참고:린스타트업의 에릭 리스 인터뷰 후기)

 이런 독창적인 책이 풍부한 미국의 출판문화를 보면서 치유(힐링)와 자기계발서에 지나치게 쏠린 한국의 독서문화를 우려한다. 외국 번역서가 많이 팔리기도 하지만 그것도 저자의 유명세나 간판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과연 마이클 샌델 교수가 하버드대 교수가 아니고 미국의 덜 알려진 대학교수였다고 하더라도 정의론이 한국에서 그렇게 많이 팔렸을까?

 책 문화에는 그 사회의 모습이 투영된다. 한국의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좀더 다양한 분야의 독창적인 생각을 담은 책들이 등장하길 기대한다.

2월19일 한겨레신문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 칼럼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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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을 쓴 이유가 있다. 무조건 미국이 낫고 한국이 후지다고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난 4년간 미국에 살면서 느껴왔던 점을 쓴 것이다.

특히 지난해  <인사이드애플>을 번역해 내고 나서 한동안 미국에서 출간된 책중에 한국에 번역해서 낼 만한 책이 또 있는지 흥미를 가지고 살펴봤었다. 그래서 출판사도 도와줄 겸 미국의 서점에 가면 평소보다 더 자세히 신간을 보고 책 내용을 파악했다.(책을 많이 읽지는 못하지만 책 구경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NYT, WSJ 등의 북리뷰도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았다. 그러면서 미국에는 정말 책이 많이 나오고 내용도 깊이가 있는 책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쉽게 쓰고 쉽게 읽어버리는 책이 아니라 사회현상을 깊게 고찰하고 취재해서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정리해서 독창적으로 써낸 책이 많다는 것이다.

매주 일요일에 발간되는 뉴욕타임즈북리뷰. 26페이지. 1896년에 시작되어 117년의 역사. 매주 배달되어 오는 750~1천권의 책중에서 20~30권을 선택해 리뷰한다고.

매주 일요일에 발간되는 뉴욕타임즈북리뷰. 26페이지. 1896년에 시작되어 117년의 역사. 매주 배달되어 오는 750~1천권의 책중에서 20~30권을 선택해 리뷰한다고.

그리고 언론이 정말 열심히 책을 소개한다. 뉴욕의 대형출판사들의 로비력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일단 일요일에 나오는 NYT 북리뷰섹션은 웬만한 잡지 한권 분량이다. 꼭 북섹션에서만 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주말판 신문에서는 적극적으로 좋은 책의 내용을 발췌해서 소개한다. 그리고 이런 책소개가 가끔씩 뜨거운 논쟁을 부르며 사회적 담론을 형성한다.

사진출처 Chinese Grandma.

사진출처 Chinese Grandma.

예를 들어 2011년 1월에 예일대교수 에이미 추아는 WSJ 토요판 섹션 머릿기사로 “왜 중국엄마는 더 뛰어난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며칠후면 출판되는 자신의 책 “Battle Hymn of the Tiger Mother”의 핵심내용을 발췌해 실은 엄청나게 긴 내용이었다. 이 기고에는 거의 9천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을 정도로 미국내에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렀다. 이 글은 거의 2주간 WSJ의 페이지뷰 1위를 했고 모든 언론에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책은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음은 물론이다.

TV나 라디오에서도 책을 열심히 소개한다. 저자를 초대하거나 전화로 연결해서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CBS This Morning이라는 모닝쇼에서는 매일아침 CTM Reads라는 코너를 마련해서 화제의 신간저자를 초청해 책의 내용에 대한 대담을 나눈다.

CBS This Morning의 CTM Reads코너.

CBS This Morning의 CTM Reads코너

책을 낸 저자들은 미국 전역을 돌면서 북투어를 한다. 미국전역의 기업, 도서관, 학교 등에서 초청을 한다. 출판사가 섭외를 해서 대형서점에서도 강연회를 갖고 사인회를 갖는다. 내가 번역을 한 <인사이드애플>의 저자 아담 라신스키는 책을 낸지 일년이 넘었는데도 꾸준히 북투어와 책관련 강연을 하러다닌다고 한다.

예를 들어 구글은 매주 다양한 책의 저자들을 구글캠퍼스에 불러서 Authors@Google이라는 강연행사를 갖고 이 내용을 모두 유튜브에 공개한다. 위 동영상은 구글에서 가진 아담 라신스키의 강연이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그의 인사이드애플 관련 강연이 수십개가 검색된다. 웬만한 유명저자는 거의 다 구글에 들러서 강연을 했고 그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와있다고 보면 된다. (검색해보세요.)

린스타트업의 에릭 리스 인터뷰후기에도 썼지만 독특한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분석한 이런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책들이 새로운 혁신의 씨앗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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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500 Startup이라는 벤처인큐베이터의 CEO David McClure의 발표에서 본 슬라이드다. 그는 자신의 펀드자금을 몇몇 유망 스타트업에 몰아서 투자하는 것보다 수없이 작게 쪼개서 수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그의 방법론을 Venture Capital 2.0이라고 명명했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데이터를 분석해서 개선하고 작은 실험을 반복하는 그런 방법론을 마이클 루이스의 ‘머니볼’이나 에릭 리스의 ‘린스타트업’같은 책에서 아이디어를 받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반디앤루니스서점의 베스트셀러서가

반디앤루니스서점의 베스트셀러서가

그래서 그런 미국의 출판문화와 비교해서 좋은 책이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너무 산문집이나 자기계발서, 힐링서적 위주로 베스트셀러랭킹이 매겨지는 우리 출판문화가 좀 아쉬웠다. 한겨레칼럼은 그런 맥락에서 생각해서 써본 글이었다.

출판사는 독창적이고 깊은 내용을 다룬 책을 많이 내놓고, 언론은 다양한 책을 열심히 소개하고, 독자들은 그런 좋은 책을 많이 사서 읽고 즐기는 그런 출판문화가 우리나라에도 자리잡기를 바란다.

책값이 아깝다고 하기에 앞서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어떤 훌륭한 사람의 경험과 지식을 담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고 배우는데 있어 돈 1만원~2만원을 지불하는 것은 거의 거져나 다름 없는 것 아닌가?

Written by estima7

2013년 2월 24일 at 3:25 오전

린스타트업의 에릭 리스 인터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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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샌프란시스코에서 ‘린스타트업’으로 유명한 에릭 리스를 만났다. 아래는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에 실린 간단한 인터뷰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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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스타트업 한글판표지와 에릭 리스

린스타트업 한글판표지와 에릭 리스

2011년 말 미국 포린폴리시지(誌)는 100명의 세계 지도자(Global Thinker)를 선정해 그들에게 ‘올해 가장 영감을 준 책‘을 추천받았다. 여기에 에릭 리스(Ries·33)라는 낯선 인물이 쓴 책 ‘린스타트업'(Lean Startup)도 포함됐다. (린스타트업 한글판 링크)

‘린스타트업’은 리스가 한 벤처기업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 전략과 최초 아이디어가 실패했을 때 대응법, 성장 노하우 등을 담고 있다. 그 덕분인지 그가 관여한 IMVU는 2011년 4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컸다. 그는 이 책이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의 ‘2011년 리더가 읽어야 할 책 10′에 뽑히면서 세계적 명사(名士)가 됐다. Weekly BIZ가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에릭 리스를 만났다.

1. ‘린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쉽게 말해 누가 나의 고객이 될지, 내가 시도하는 이 방법이 먹힐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성공하기 위한 새로운 과학적 접근의 방법론이다. 낭비를 최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한 도요타의 ‘린(Lean·슬림) 제조방식’ 아이디어를 스타트업의 관리에 접목한 것이다. 전통적 경영에서는 엄밀한 시장조사를 거쳐 완성도 높은 제품을 개발해 내놓지만, 스타트업 같은 소규모 조직에서는 자원이 제한적이어서 불가능하다. 린스타트업은 기존 방식과 달리 신속한 피드백을 통한 제품 개발, 빠른 실험, 그 결과에 따른 실천을 빠르게 반복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의미한 지표에 의지하지 않고 실제 성과를 측정해 고객이 원하는 바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2. 이 이론은 당신의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는데.

“나는 2004년 IMVU 라는 스타트업의 창업 멤버로서 제품 개발을 맡아 ‘3D 아바타’를 이용해 인스턴트 메신저 채팅이 가능한 인터넷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6개월간 밤낮없이 일했다. 완성도 낮은 제품을 내놓으면 평판이 떨어질까 봐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고객들은 출시된 우리 제품에 관심조차 없었다. 그들의 관심과 동떨어진 제품을 개발하느라 6개월을 허비한 것이었다. 그때부터 어떻게 낭비를 줄이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빨리 개발할 수 있을까 고민과 연구를 했다.”

3. 낭비는 어떻게 피할 수 있나?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보다 ‘최소 요건 제품(Minimum Viable Product·MVP로 약칭)’을 만들어야 한다. MVP는 고객과의 대화를 통해 학습이 가능한 최소의 기능을 최소의 노력을 들여 만든 제품이다. 이 제품을 통해 고객의 반응을 얻은 뒤 빨리 보완하는 것이다. 제조→측정→학습(Build-Measure-Learn)의 피드백 순환을 만든 뒤 과정을 계속 빠르게 반복하며 제품을 개선하는 것이다. ‘생각은 크게, 시작은 작게 하는’ 게 요체이다.”

4. ‘린스타트업’에서 당신이 강조한 ‘피봇(pivot·방향 전환)’은 실리콘밸리는 물론 전 세계 스타트업에서 유행어가 됐다. 어떤 뜻인가?

“피봇은 최소 요건 제품을 통해 고객의 반응을 얻고 이를 바탕으로 지금 나아가는 방향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방향 전환을 한다는 의미이다. 처음 가설을 세웠는데 고객 반응을 받아보니 틀렸다면 반응 등을 토대로 제품 개발을 새 방향으로 트는 것이다.”

그는 피봇의 대표 사례로 세계 최대 소셜커머스 서비스인 그루폰(Groupon)을 들었다. 그루폰은 당초 인터넷에서 투자자금을 모으는 사이트를 시도했다가 실패했지만, 온라인 공동구매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공동구매 쿠폰 사업으로 방향을 틀어 성공했다.

5. 당신의 이론은 인터넷 분야에만 적용되나?

“그렇지 않다. 일반 기업에도 가능하다. 지금은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우는 시대다. 어떤 기업도 인터넷이나 소프트웨어를 모르고서는 성공할 수 없다. GE 같은 대기업도 요즘 신제품 개발 시 린스타트업 방법론을 참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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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부시시한 모습이라고 사진을 안찍겠다는 것을 억지로 졸라서 찍었다. 사진을 찍어준 사람은 그의 부인.

집에서 부시시한 모습이라고 사진을 안찍겠다는 것을 억지로 졸라서 찍었다. 사진을 찍어준 사람은 그의 부인.

“당신이 마침 그 동네에 있으니 한번 만나보면 어때?” 지난 12월 조선일보 위클리비즈 송의달편집장에게 흥미로운 요청을 받았다. 린스타트업의 저자인 에릭 리스를 지면에 소개하고 싶은데 한번 만나보고 간단한 인터뷰기사를 보내달라는 것이다.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고 같은 인터넷업계인으로서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바로 승락했다.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는 사람치고 ‘린스타트업’을 한번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위에 소개한 것처럼 ‘린스타트업’, ‘피벗(Pivot), ‘MVP’는 거의 실리콘밸리의 유행어, 상투어가 되다시피했을 정도다.

내가 그의 린스타트업이론을 처음 접한 것은 사실 굉장히 오래됐다. 2010년 5월에 Web 2.0 Expo컨퍼런스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는데 바로 유튜브에 올라온 15분짜리 그의 발표동영상을 접했다.

이때는 린스타트업책이 출판되기도 1년도 휠씬 더 전이고 사람들도 거의 잘 모를때였다. 자신의 실패담을 솔직하게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개발방법론을 설파하는 이 사람의 얘기가 솔깃하게 들어왔다. 그래서 당시 라이코스의 프로덕트매니저들과 같이 이 동영상을 한번 더 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는 그는 완전히 무명이었고 그가 일했다는 IMVU라는 회사도 한번도 들어보질 못했다. 당시 그는 CTO로 일하던 IMVU에서 나와 새로운 커리어를 모색하던 때였다. 그런데 2년반뒤 나는 실리콘밸리의 명사이자 구루(Guru)가 된 그를 직접 만나게 된 것이다!

그를 만나면서 린스타트업이론보다 그가 어떻게 해서 그 책을 쓰게 됐고 실리콘밸리의 구루가 됐는지 그 과정이 더 궁금했다. 아래는 위 기사에 추가하고 싶은 대목 몇가지다. (대충 기억나는대로.)

-어떻게 해서 이렇게 유명해졌나?

“나도 사실 얼떨떨하다. 나는 사실 블로그를 열심히했을 뿐이다. 내가 CTO로서 겪은 어려움을 보다 낫게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항상 고민하면서 블로그에 정리했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그러다가 몇군데 나가서 발표하고 강연요청을 받고 그러다가 책을 쓰게 됐고 오늘에 이르게 됐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흥미롭게 생각한 것은 인튜이트의 스캇 쿡 창업자가 당신을 초청해서 회사내 직원 수천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갖게 하고 린스타트업이론을 적극적으로 적용하게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 그런 엄청난 거물이 당신을 불러서 강연하게 했는가?(Intuit는 세금보고소프트웨어인 TurboTax로 유명한 실리콘밸리의 IT기업. 시가총액이 20조원에 가깝고 직원이 8천명이 넘는 대기업이다. 창업자인 스캇 쿡은 전설적인 인물이다.)

“나도 신기하고 놀랍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린스타트업을 처음 알리기 시작했을때 어딘가 나가서 강연을 한 일이 있다. 그것을 누군가가 자신의 아이폰으로 찍어서 동영상으로 유튜브에 올렸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을 스캇 쿡이 보고 내게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그런 사람의 부탁을 어떻게 거절하나. 덕분에 인튜이트에 가서 몇천명의 직원앞에서 강연을 하게 됐다.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다.”

(대기업인 인튜이트가 린스타트업 이론을 적용해서 ‘Snaptax’라는 혁신적인 아이폰 세금보고앱을 개발한 이야기가 린스타트업책 1장에 소개되어 있다. 그리고 또 포브스지의 “인튜이트는 왜 당신의 회사보다 혁신적인가“라는 기사에도 이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있다.)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활용하나.

“트위터를 열심히 한다. 사실 요즘에는 너무 바빠서 블로깅을 할 시간이 없다. 한달에 한번도 업데이트를 못할 때도 있다. 그런데 트위터는 쉽게 할 수 있고 계속해서 내 팔로어들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좋다.(그는 9만2천명의 팔로어가 있다. 에릭 리스의 트위터계정 링크)

한번은 초기에 런던에서 린스타트업강연을 하는데 청중중 어떤 사람이 트윗으로 내 강연을 중계했다. 그런데 그 내용을 LA의 파워트위터인 빌 그로스(아이디어랩 창업자)가 리트윗하면서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진 일이 있다. 나는 빌이 누군지는 알지만 직접 만난 일은 한번도 없었다.

팔로어들이 내게 전달해주는 피드백과 정보도 큰 도움이 된다. 내가 알아야할 정보는 거의 10분안에 트위터로 내게 전달된다. (웃음) 9만명이상의 정보원을 두고 있는 셈이다. 뉴욕에 출판에이전트가 있는데 일주일전에 트위터로 전달받아 알고 있는 정보를 대단한 뉴스처럼 내게 전달해오는 일도 잦다.

그래서 언제나 강연을 시작할때 청중들에게 전화나 컴퓨터를 꺼내놓고 마음껏 트윗을 하라고 권유한다.

-어떻게 해서 린스타트업이란 이론을 생각해내게 됐나?

“항상 읽고 생각하는 것이 취미다. 문제에 직면했을때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며 고민하고 해답을 찾을 수 있는 관련 자료, 책을 널리 읽으며 방법론을 생각한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혹시 당신은 유대계인가?

“맞다.”

(질문과 토론을 통해 공부하는 것이 유대계의 특징이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유대인 같다고 느껴서 물어봤는데 역시 그랬다. 다만 그는 린스타트업이론을 만들어낸 것과 자기가 유대계인 것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다만 그도 부모님이 다른 유대계 부모처럼 교육열이 대단했다는 점은 인정했다.)

나는 2년반전에 처음 봤을 때는 완전 무명이었던 청년이 지금은 이렇게 유명한 실리콘밸리의 구루가 됐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는 예일대를 나왔지만 인터뷰중에는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자라서 동부에 있는 대학을 나왔다”라고만 말했다. 석박사학위 소지자도 아니다. 그가 다니던 IMVU는 당시 별로 유명한 스타트업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무명인사가 생각해낸 이론을 실리콘밸리의 벤처커뮤니티가 열광하면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자체가 실리콘밸리의 “Open mind”를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쉬울 것 없는 대기업의 억만장자 오너가 무명의 청년을 불러 수천명의 직원들에게 강연을 시키고 그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에 놀랐다.

얼마전 한겨레칼럼 “미국의 혁신, 책의 힘“에서도 썼지만 많은 이들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고 그 내용이 책으로 출판되고 강연 등을 통한 나눔을 통해 또 새로운 혁신을 낳는 것이 실리콘밸리의 힘인 것 같다는 점을 에릭 리스와 이야기하면서 다시 느꼈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2월 23일 at 2:3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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