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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폭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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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임정욱입니다. 저는 지난해 11월부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네이버, 다음, 카카오 등 인터넷회사들이 힘을 합쳐 함께 만든 민관협력네트워크입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더욱 활발하게 만들고 우리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돕는 미션을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역동적인 인터넷스타트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도움이 될만한 회사끼리 연결해주는 일을 워낙 좋아했습니다. 열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창업자분들을 만나면 그들의 창의적인 기운이 제게까지 전염되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직업으로서 국내외 스타트업계분들을 마음껏 만나게 되는 일을 하게 돼서 무척 즐겁습니다. 지난 8개월동안 한국의 스타트업 창업자들, 벤처투자자들은 물론 세계각국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스타트업 관계자분들을 만났습니다. 또 영국, 이스라엘, 실리콘밸리, 싱가폴, 일본 등을 방문하면서 현지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둘러볼 기회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정말 전세계적으로 ‘스타트업 폭발시대’를 맞이하게 됐다는 것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각국의 정부관계자들은 모두 신경제를 이끌 성장동력으로 스타트업이 가진 파괴력에 주목하고 자국에 스타트업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세계각지의 똑똑한 젊은이들은 스타트업을 ‘쿨(Cool)’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창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세계적인 공룡기업으로 단시간에 성장한 실리콘밸리의 구글, 페이스북 같은 업체들은 실력 있는 스타트업들을 거액에 사들이면서 창업자들에게 대박 신화를 안겨주기도 합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월 ‘캄브리안 모우먼트'(Cambrian Moment)라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내보냈습니다. 5억4천만년전에 지구상에 캄브리아기의 폭발이 일어나 다양한 생명체가 급속히 증가했던 것처럼 지금 전세계에 스타트업들이 급속히 증가해 산업 전체를 재편하고 있으며 기업의 개념도 바꾸어 놓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 뿐만 아니라, 런던, 싱가폴은 물론 중동의 암만에까지 벤처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수 많은 스타트업들의 보금자리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코노미스트 1월 표지>

세계적인 스타트업 폭발시대. 한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제가 지난 8개월간 다녀본 세계 각국 스타트업 현장의 짤막하고 (주관적인) 인상기를 공유합니다.

영국

영국은 런던의 동쪽지역인 이스트런던을 전략적으로 ‘테크시티'(Tech City)라고 이름짓고 유럽의 스타트업 허브로 집중육성하고 있습니다. 원래 옛날 공장이나 창고건물로 가득차 있어 런던 중심지역에 비해 그다지 발전이 없던 지역인데요. 2008년부터 10여개의 테크기업들이 둥지를 틀기 시작했고 2010년 데이빗 카메론총리가 이 지역을 테크허브로 키우겠다고 천명하면서부터 스타트업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영국투자청에 따르면 현재 이 지역에는 1,300여개의 스타트업이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런던 테크시티>

지난해 11월 제가 이곳에 갔을 때는 쇼디치에 위치한 ‘캠퍼스런던’을 방문했습니다. 낡은 6층건물에 자리잡은 이 구글이 만든 스타트업의 산실에서는 각종 스타트업 관련 모임과 교육이벤트가 상시 열리고 있었습니다.

영국은 이곳을 ‘유럽진출의 전진기지’로서 활용하라고 세계각국의 창업자들에게 손짓하고 있습니다. 일단 영어가 통하고 금융의 중심지인데다 유럽의 관문이라는 설명이지요. 실제로 프랑스인 등 많은 유럽본토인들이 이곳에 와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온 스타트업팀이나 창업자는 찾기가 힘들었고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스타트업은 별로 없다는 것이 약점인 것 같았습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도서관내에 스타트업을 위해 만들어진 Co-working space공간.

텔아비브의 한 도서관내에 스타트업을 위해 만들어진 Co-working space공간.

이제는 인구 1인당 스타트업 숫자가 가장 많은 ‘창업국가'(Startup Nation)로서 전세계에 알려진 이스라엘에는 상업도시인 텔아비브를 중심으로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직선적이고 거리낌없이 질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스라엘인들의 기질에 도전적으로 위험을 감수하는 스타트업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제가 느끼기에 가장 실리콘밸리와 비슷한 스타트업 문화를 가진 곳이 이스라엘입니다.

전세계의 유대인들이 이민 와서 만들어진 나라답게 이스라엘 스타트업 멤버들의 면면도 다국적입니다. 미국출신, 러시아출신, 아르헨티나출신 등 다양한 곳에서 온 유대인들이 팀을 이루기 때문에 사고 자체가 처음부터 글로벌합니다. 인구가 겨우 8백만밖에 안 되는 소국이기 때문에 국내시장은 모두 안중에도 없고 미국이나 유럽시장을 공략할 궁리부터 합니다.  (참고 포스팅 :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이 강한 이유)

요즘 한국은 ‘창업국가 이스라엘 배우기’가 한창입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한국처럼 잘살고 삼성, 현대 등의 세계적인 대기업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왜 우리를 부러워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합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커지면 대부분 미국 대기업에 비싼 값으로 팔려나갈 뿐, 글로벌한 브랜드를 가진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오히려 한국을 부러워합니다. 세상에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갖춘 사람은 없는 이치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일본

일본은 대기업중심의 보수적인 사회입니다. 토요타, 소니, 히다치, 미츠비시 같은 대기업들이 경제를 이끌어왔고 부모들과 젊은이들은 작은 회사에 가는 것보다 고용이 안정적인 대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압도적으로 선호했습니다. 명문대를 나와서 벤처기업에 간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취급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본도 최근엔 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기 경제불황에 평생고용신화는 사라지고 있으며 인구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일본전자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던 일본 국내 휴대폰시장도 ‘아이폰공습’으로 초토화되었습니다. 네이버의 일본자회사인 라인주식회사에서 내놓은 라인메신저는 일본인들의 생활패턴을 바꾸면서 일본 IT업계의 지형도도 바꾸고 있습니다. (참고포스팅:일본과 동남아시아를 석권중인 라인메신저의 인기)

이런 파괴적인 디지털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존 대기업들은 스타트업의 혁신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사이버에이전트, GREE, DENA 등 많은 인터넷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일본최대의 광고대행사 덴츠, TV방송국 후지테레비 등 미디어대기업들도 벤처캐피털자회사를 설립하고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쿄 사이버 에이전트 인큐베이터>

이처럼 스타트업 투자열기가 후끈해지면서 일본 스타트업의 몸값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뉴스를 개인취향에 맞게 골라서 보여주는 모바일앱을 만드는 ‘구노시(Gunosy)’라는 스타트업은 앱다운로드가 2백만회도 안되는 상태에서 1,000억원 가까운 기업가치로 약 120억원을 투자 받아 큰 화제가 됐을 정도입니다.

일본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아직 일본에 투자할 만한 스타트업이 충분히 많지 않다”는 말을 합니다. 또 “일본 스타트업은 국내시장에 만족할 뿐 해외진출의지가 약해서 아쉽다”는 말도 합니다.

싱가폴


<싱가폴의 한인 창업자들과 함께>

동남아시아의 부강한 도시국가 싱가폴은 강력한 정부주도의 스타트업 지원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실제 싱가폴에서 만난 창업자들은 “정부지원금만 잘 받아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할 정도입니다. 싱가폴은 유럽의 전진기지를 자처하는 런던처럼 ‘동남아시아진출의 전진기지’로 자신을 포장해서 세계각국의 창업가들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영어가 잘 통한다는 것도 강점입니다.

싱가폴의 대표적 엑셀러레이터(스타트업 창업보육기관)로 유명한 JFDI에서 만난 한국스타트업창업자 CELUV 이은호대표는 “우리를 포함해서 이곳의 스타트업프로그램에 선발된 10개팀중 단 1팀만 싱가폴현지팀이어서 놀랐다. 그만큼 다국적이며 열린 분위기”라고 제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실리콘밸리

샌프란시스코의 핀터레스트본사.

샌프란시스코의 핀터레스트본사.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IT업계의 메이저리그라고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 그곳에는 하늘의 별처럼 무수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우글우글합니다. 대부분 대박의 꿈을 안고 전세계에서 몰려든 인재들입니다. 위험을 감수하며 대박의 꿈을 쫓는 이런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는 사실 160년전 골드러시때부터 면면히 흘러내려오는 것입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같은 급성장하는 스타트업에 수천억원 규모의 대형투자가 이뤄질만큼 돈이 많이 흐르는 곳이기도 하고 세계최고의 소프트웨어 개발역량을 가진 엔지니어들이 가득한 곳이기도 합니다. 또 그런 최고의 스타트업을 비싼 가격으로 사줄 수 있는 거대 IT기업들이 가득한 곳이기도 합니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만나기만 하면 IT이야기만 해서 비IT업계인에게는 좀 재미없고 지루한 곳일 수도 있습니다. 창업을 통해 수백억원이상을 챙긴 자산가들이 발로 채일 정도로 많은 곳이기도 합니다. IT에 관한한은 실리콘밸리가 세상의 중심이라는 오만함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실리콘밸리의 위상을 위협할 수 있는 곳은 중국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몇 년뒤부터는 실리콘밸리와 중국 IT기업간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 같습니다.

한국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테헤란로 커피클럽 모임.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테헤란로 커피클럽 모임.

그럼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떨까요. 한국만큼 정부가 나서서 열심히 창업자들을 지원해주는 곳은 없는 것 같습니다. 각 부처, 지자체별로 많은 창업지원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또 스타트업얼라이언스, 디캠프, 마루180, 드림엔터,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같은 창업자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속속 생기고 있고 많은 스타트업 관련 모임들이 활발히 열리고 있습니다. 혹자는 너무 과열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합니다.

한 페이지로 정리해본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스타트업얼라이언스제작)

한 페이지로 정리해본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스타트업얼라이언스제작)

하지만 저는 창업자들을 지나치게 과보호하지 않고 초기에 성장할 수 있도록 적절한 지원이 이뤄진다면 이런 열기가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많이 시도하면 할수록 성공한 스타트업도 많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한국은 위에 소개한 다른 스타트업 생태계처럼 좀 더 국제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인재들도 한국에 많이 와서 한국에서 창업하거나 한국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것이 한국 스타트업들이 자연스럽게 글로벌화해서 세계진출에 성공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해외인재들을 자석처럼 끌어들이는 매력적인 곳으로 성장하길 기원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네이버레터로 기고했던 글을 추가 보완해서 블로그에 백업했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4년 7월 5일 at 7:45 오후

글로벌 인재 전쟁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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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실리콘밸리의 한국인’이란 콘퍼런스를 열었다.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한인들이 주축인 베이에어리어 케이그룹의 회원 9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연 행사였다. 인텔, 어도비, 트위터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젊은 엔지니어들과 토종 한국인으로서 현지에서 창업한 분들이 와서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와 삶에 대한 강연과 함께 열띤 토론을 했다. (참고링크: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동영상과 발표자료)

이 행사에 대한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유료 티켓이 순식간에 동난 것은 물론 <한겨레>를 비롯한 많은 매체에서 이 내용을 다뤘다. 케이그룹 회원들은 다양한 언론매체의 취재에 응하고 여러 대학에서 분주하게 강연 일정을 보내며 그들이 직접 체험한 실리콘밸리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이런 현상을 보며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과 주로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한 직장인들이 해외취업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실감하게 됐다. (참고 기사: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 “자유로운 조직문화가 혁신 만든다”, “실리콘밸리 매력은 높은 연봉이 아니라 삶의 질·노동환경”-한겨레)

요즘 해외 인터넷쇼핑몰에 직접 물건을 주문하는 ‘해외 직구’가 일반화되고 있다. 인터넷세상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국경의 존재가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기업의 인력수급에서도 국경이 사라져 간다는 것을 느낀다. 국경을 넘어 쉽게 정보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덕분이다. 그중 특히 자신의 업무와 관련한 경력과 업적을 공개할 수 있는 링크드인(Linkedin)이란 에스엔에스는 글로벌하게 일할 수 있는 인재에 대한 기업의 접근성을 예전보다 몇배는 올려주었다. 링크드인에 이력서를 공개한 유명 한국 기업 직원의 경우 해외 헤드헌터에게서 연락을 받는 것이 드문 일이 아닌 것이다. 실력만 있다면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참고포스팅 : 최고의 글로벌인명사전 링크드인)

얼마 전 알게 된 사례 하나. 어떤 모임에서 곧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석사과정 졸업 예정인 한 여학생을 만났다. 한국에서 나고 교육받은 이 학생은 우연한 기회에 페이스북의 채용 인터뷰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번의 프로그래밍 테스트와 전화인터뷰를 거쳐 본사에서 엔지니어로서 일할 수 있는 채용 제의를 받았다. 그런데 다른 매력적인 글로벌기업에서도 채용과정을 진행하던 그는 페이스북의 제의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고 망설였다. 그러자 페이스북에서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에 이은 회사의 2인자인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직접 그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설득에 나섰다. 이런 적극성에 깜짝 놀란 그 학생이 페이스북으로 가기로 결심했음은 물론이다.

외국에서 일하다 보면 한국 인재의 우수성을 실감하게 된다. 머리가 좋고 근면하고 성실한 한국 출신 인재들은 어떤 직장에서든지 쉽게 두각을 나타내고 자리를 잡는다. 한국 출신 인재가 한명이라도 자리잡은 회사는 계속해서 한국 출신 인재를 채용하게 된다. 특히 억척스럽고 근면한 한국 여성들은 한국 남성보다 더 외국기업 적응력이 뛰어나고 환영받는다. 글로벌 인재를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한국인의 채용을 늘리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런 시대 변화에 맞춰 한국 기업들도 변해야 한다. 상명하달식 군대식 조직문화를 평등한 조직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획일적인 문화를 다양성을 포용하는 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해외취업을 꿈꾸는 국내 인재를 품고 다양한 글로벌 인재를 끌어올 수 있다. 이제는 한국 대기업들도 글로벌 인재 전쟁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다가는 이공계 기피 현상으로 한국에서 품귀 상태가 되어가는 몇 안 되는 고급 엔지니어들도 해외기업에 빼앗기게 될지 모른다. 글로벌 인재들이 오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직장으로 한국 기업을 탈바꿈시키려는 연구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4월15일자 한겨레신문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 칼럼으로 기고한 글입니다.

K그룹 윤종영회장의 발표

K그룹 윤종영회장의 발표

Written by estima7

2014년 4월 22일 at 6:00 오후

저녁이 있는 삶과 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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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근교 라이코스사무실에서 본 바깥 정경. 이 풍경을 3년동안 매일 봤었다.

보스턴 근교 라이코스사무실에서 본 바깥 정경. 이 풍경을 3년동안 매일 봤었다.

거의 5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최근 한국에 돌아왔다. 동부의 보스턴에서 3년 반, 서부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서 1년 반을 살았다. 나름 미국이라는 나라를 동쪽과 서쪽에서 균형있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셈이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혁신의 산실인 보스턴과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살아볼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하지만 미국에 살면서 지역에 상관없이 전체 미국 사회가 뿜어내는 혁신의 양에 감탄하기도 했다. 미국은 엉망인 의료보험제도, 풀리지 않는 총기 규제 이슈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혁신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혁신 대국이다.

나는 우선 서점에 갈 때마다 쏟아지는 신간 서적의 양에 놀라곤 했다. 매주 20~30권의 신간 책 비평을 소개하는 <뉴욕 타임스> 북리뷰에는 매주 1000권 가까운 신간 서적이 배달된다고 한다.

또 사업 모델이 독특한 혁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나와서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해 나가는 곳이 미국이기도 하다. 애플, 야후,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몇 년마다 한번씩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이 등장해 수백조원 가치의 회사로 성장해 간다.

나는 이런 창의력이 샘솟는 미국 사회의 저력이 어디에 있을까 궁금했다. 세계 각지의 인재들이 모이는 용광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거대한 시장 크기 등 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피부로 느낀 창의력의 원천이 있다. 바로 ‘저녁이 있는 삶’이다.

2009년 초 보스턴에 있는 미국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했을 때의 일이다. 처음 한동안은 간부 직원들에게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청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약속을 잡고 바쁘게 살던 한국에서의 버릇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였다. 친밀도도 높이고 회사 이야기를 깊이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묘하게 사람들은 나와 같이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을 꺼렸다. “집에 물어보고 가능한지 알려주겠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됐다. 미국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니고서는 회사일로 상대방의 저녁을 청하는 것은 실례였다. 반대로 내게 저녁 시간을 내주길 요청하는 미국인의 경우는 “가족들에게 폐가 되지 않겠느냐”고 꼭 물어봤다.

그런 문화를 알게 된 뒤에는 나도 가급적이면 저녁 약속을 잡지 않았다. 온갖 복잡한 사회관계, 각종 모임, 경조사에서 벗어나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보스턴으로 이사 간 나는 한국에 있을 때와는 비할 수 없이 많은 저녁과 주말을 가족과 함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업무 시간 이외의 많은 시간을 미국 사회와 정보기술(IT) 업계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에 투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과 경험을 블로그 등에 글로 옮길 수 있었다. 한국에 계속 있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런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미국인들의 왕성한 창의력은 이런 여유로운 저녁 시간, 즉 잉여 시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를 들어 첫 애플 컴퓨터는 회사일이 끝나고 취미로 컴퓨터를 만들던 스티브 워즈니악의 잉여 활동에서 태어났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한국 사회로 다시 돌아와 생활하다 보니 여백이 있는 미국에서의 삶이 그리울 때가 있다. 초경쟁사회에서 남들에게 뒤처질까봐 두려워 정신없이 사는 한국인들은 정작 깊이 사색하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하다. 열심히 일하면 남들을 따라잡을 수 있겠지만 창의력은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창의는 잉여에서 나온다. ‘창조경제’를 위해서라면 우리도 조금은 느리게 살았으면 한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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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한겨레칼럼으로 기고한 내용. 또 무슨 내용을 쓰나 고민하다가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써봤다. 너무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다른 소재도 없고 해서 주말동안 고민하다가 써서 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받은 분들이 공감해주셨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2천번이상 공유가 됐다.

이런 열렬한 반응을 접하면서 너무나 바쁜 삶을 살아가는 우리 한국인들이 모두 “저녁이 있는 삶”에 뭔가 갈증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회시스템과 문화를 송두리채 바꾸기 전에는 미국처럼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또 서울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1천만명이 넘는 인구가 몰려사는 이유도 있다. 우리는 개인주의적인 미국인들에 비해서 친구, 친지들과 휠씬 더 서로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만나는 편이다. 그런데 웬만하면 1시간이내에 다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바쁠 수 밖에 없다.

솔직히 고백하면 보스턴에서는 정말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았는데 지난 1년여동안의 실리콘밸리 생활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보스턴과 비교해서 워낙 한국분들도 많이 사시고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들도 많아서 보스턴보다는 몇배 바쁜 저녁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클릭하면 스토리볼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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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위 칼럼에서 살짝 쓴 라이코스에서의 경험은 다음 스토리볼 연재 1화로 “매니저들과 저녁같이 하기”라는 글로 몇주전에 썼던 것이다. 이때도 예상외로 3천번이 넘는 공감을 받았기에 한겨레칼럼으로도 비슷한 소재를 써볼 생각을 했던 것이다.

어쨌든 가능한 한 한국에서도 여유로운 저녁시간을 만들려고 노력중이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Written by estima7

2013년 11월 21일 at 11:39 오후

실리콘밸리에서 보면 그리 멀지 않은 Self-Driving Car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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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서니베일인근도로를 달리고 있는 두대의 닛산 리프. 이처럼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전기차를 길거리에서 접하는 일이 흔하다.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인근도로를 달리고 있는 두대의 닛산 리프. 이처럼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전기차를 길거리에서 접하는 일이 흔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가끔씩 어렴풋이 미래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테슬라와 닛산 리프 같은 100% 전기차를 도로에서 하루에 수십대씩 보다보면 “앞으로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리겠구나”처럼 느끼는 것이다. 내가 2007년말 실리콘밸리로 오랜만에 출장을 갔을때 만난 사람들의 절반가량이 아이폰을 쓰는 것을 보고 앞으로 터치스크린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리겠다는 것을 직감하기도 했다.

그리고 요즘 실리콘밸리의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새로운 미래를 예감케 하는 차를 가끔씩 만난다. 구글의 무인운전자동차(Self-driving car)가 바로 그것이다. (Autonomous car라고도 한다.)

예전에 101고속도로에서 목격한 구글의 Self Driving Car.

예전에 101고속도로에서 목격한 구글의 Self Driving Car.

지난해 처음으로 지붕에 빙글빙글 도는 레이더를 장착한 구글의 무인운전자동차를 고속도로에서 목격했을 때는 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차를 내가 직접 보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그래서 일부러 위험을 무릅쓰고 운전중에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트윗을 했을 정도였다.(위 사진) 그런데 이제 실리콘밸리에서는 도로를 달리는 구글의 무인운전자동차를 드물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최근 팝퓰러사이언스 기사에 따르면 구글 무인자동차는 대략 동시에 12대정도가 운행중이다.  사진공유SNS 인스타그램에는 이 차를 목격하고 찍어서 올린 사진들이 꾸준히 올라온다.

구글 쇼우퍼가 기사노릇을 하는 구글 직원의 출퇴근길

이런 차들은 구글의 직원들이 직접 테스트용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의 무인자동차 제품담당 매니저인 앤소니 레밴도스키씨는 매일아침 8시 버클리자택에서부터 마운틴뷰의 구글본사까지 72km의 거리를 매일 무인운전자동차로 출퇴근한다. 집에서부터 고속도로 입구까지는 본인이 직접 운전한다. 그리고 차가 고속도로 내부로 진입하면 ‘자동운전모드’가 가능하다는 안내가 나온다. ‘온(On)’버튼 누르면 그 순간부터의 운전은 ‘구글쇼우퍼(Google Chauffeur-구글운전사)’라는 소프트웨어가 담당한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액셀페달에서 발을 떼고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차가 자연스럽게 교통흐름을 따라서 가는 것을 구경하고 있으면 된다. 약간 복잡한 상황판단이 요구될때 구글쇼우퍼는 사람에게 운전대를 넘긴다. 아직은 100% 자동운전은 아니라는 얘기다.

레밴도스키씨는 편도 한시간의 승차시간중 처음과 마지막의 평균 14분정도 직접 운전하고 나머지는 구글쇼우퍼에게 맡긴다. 이 구간의 고속도로는 워낙 차가 많고 교통체증이 심한 곳인데 그는 매일 전용 운전기사를 두고 부담없이 출퇴근하는 셈이다.

실리콘밸리는 구글 무인자동차의 테스트베드

이처럼 구글의 무인운전자동차는 구글직원들의 출퇴근을 도우면서 베타테스트를 진행중이다. 실리콘밸리전체가 거대한 베타테스트시험장이 되고 있다고나 할까.

위 구글의 홍보동영상에 나오는 시각장애인 스티브 매핸씨는 산호세쪽에 거주하는 실리콘밸리 주민이다.  타코벨의 드라이브쓰루를 통해 산 타코를 주행중에 양손으로 먹는 모습이 재미있다.

세르게이 브린은 5년안에 대중화 장담

구글에 따르면 구글무인운전자동차는 지금까지 80만km의 무사고 운행기록을 가지고 있다. 정확히 하면 2년전 단 한번의 추돌사고가 있었는데 그것도  자동운전상태가 아닌 사람이 운전할때 난 사고였다고 한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5년안에 일반인들도 무인운전 자동차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무인 자동차의 장점

미국의 언론에는 벌써 무인운전자동차시대가 열리면 생길 변화에 대한 기사가 나올 정도다. 무인운전자동차가 일반화되면 무엇이 바뀔까.

지난 5월에는 무인자동차시대의 에티켓에 대해 나온 월스트리트저널(WS)기사가 실렸을 정도. (물론 유머기사) 그 기사에 실린 삽화.

지난 5월에는 무인자동차시대의 에티켓에 대해 나온 월스트리트저널(WS)기사가 실렸을 정도. (물론 유머기사) 그 기사에 실린 삽화.

일단 자동차사고가 줄어들수 있다. 미국에서 매년 발생하는 6백만건의 자동차사고중 93%가 인간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라고 한다. 술을 마시지 않고 다른데 한눈을 팔지 않는 로봇이 운전하면 자동차사고가 줄어들 수 있다. 두번째, 자로 잰듯이 정확히 운행하는 차들이 늘어나면서 도로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같은 도로에 더 많은 차량이 다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번째 자동차들의 연료효율이 높아진다. 길을 헤매곤 하거나 급가속하거나 급브레이크를 밟곤 하는 인간과 달리 로봇은 항상 가장 빠른 길로 목적지를 정숙운행으로 가면서 기름을 많이 아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인간을 운전 노동(?)에서 해방시킨다. 로봇운전사(?)를 두게된 인간들은 출퇴근중에 운전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독서나 밀린 업무 등 다른 생산적인 일에 매진할 수 있게 해준다.

신기해하는 인간들의 시선은 아랑곳 없이 항상 일정한 속도로 차분하게 고속도로를 달리는 구글 무인운전자동차를 보면서 머지 않아 또 새로운 세상이 열리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시사인 최근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10월 26일 at 11:48 오후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4권의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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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신문이나 잡지를 읽다보면 서평이 아니라 책 내용의 중요부분을 통채로 발췌해서 소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취재한 내용중 엑기스만 뽑아서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웬만한 기사보다 흥미롭고 재미있다.

인터넷업계에 오래 있다보니 테크업계관련된 책에 관심을 갖고 자주 사읽는 편인데 지난 몇주사이에 무척 읽고 싶은 흥미로운 책의 발췌기사를 4개나 접했다. 뉴욕타임즈와 비즈니스위크에 소개된 책 4권의 발췌기사다. 워낙 내공있는 유명기자들과 작가가 쓴 책이다.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참고 삼아 소개한다.

첫번째, 와이어드기자인 프레드 보겔스타인이 쓴 Dogfight: How Apple and Google Went to War and Started a Revolution란 책이다. NYT는 스티브 잡스 2주기를 기념해 이 책에서 아이폰의 탄생뒷얘기 부분을 발췌해 “And Then Steve Said, ‘Let There Be an iPhone’”라는 기사를 NYT매거진에 게재했다. 위 발췌기사의 전문번역은 카사봉님이 스티브께서 가라사대, “아이폰이 있으라” 로 해주셔서 지난주에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이 책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불꽃 튀는 경쟁과 스티브 잡스와 구글 에릭 슈미트CEO간의 갈등 등의 이면 모습을 마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서술했다고 해서 기대된다.  11월12일 발간 예정이다.

위 기사 내용은 사실 프레드 보겔스타인이란 와이어드 에디터가 곧 11월에 출간할 "Dogfight: How Apple and Google Went to War and Started a Revolution"에서 발췌한 내용인 듯 싶다. 기대되는 책이다.

두번째는 트위터 탄생비화를 전한 Hatching Twitter: A True Story of Money, Power, Friendship, and Betrayal. 뉴욕타임즈의 닉 빌튼기자가 쓴 책이다. 11월5일 발간예정이다.

역시 이 책의 중요부분이 NYT매거진에 All Is Fair in Love and Twitter이라는 제목의 긴 발췌기사로 실렸다.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트위터의 IPO를 앞두고 이 회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적절한 타이밍으로 나오는 책 같다. 이 발췌기사에서는 트위터의 공동창업자들인 에반 월리암스, 잭 도시 그리고 거의 알려지지 않고 일찍 밀려나 버린 노아 글래스라는 초기 창업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외부에는 스티브 잡스의 대를 이을(?) 천재로서 트위터를 발명한 것으로 알려진 잭 도시가 사실은 비열한 배신자이며 위선자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잭 도시를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했기에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잭 도시는 친구이자 트위터를 같이 고안해내며 발전시킨 노아 글래스를 에반 월리암스에게 모함해 몰아내고, 나중에는 이사회멤버들과 작당해서 에반 월리암스도 CEO의 자리에서 끌어내린다. 그는 회사에서 팽 당했던 시기에는 페이스북으로 옮기는 것도 고려했던 일이 있다.

트위터 초기에 사실 창업자들간의 내부 암투에 대해서 외부에 말이 많았는데 당시 내부사정을 이렇게 생생하게 전한 기사는 처음이다. 뉴욕에 있다가 몇년전 NYT 샌프란시스코 지국으로 옮긴 닉 빌튼은 그동안 트위터 CEO 딕 코스톨로 인터뷰 등 이 회사에 대한 많은 기사를 써왔는데 그동안 상당히 깊숙히 취재를 해왔던 모양이다. 트위터내에 잭 도시에 대한 반감을 지닌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초에 샌프란시스코에 갔다가 트위터 앞에서 우연히 닉 빌튼과 마주쳐서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한 일이 있는데 (그는 나를 모르지만…) 당시부터 열심히 파고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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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번째 책은 정확히는 실리콘밸리가 아니고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과 그 창업자 제프 베조스를 다룬 책이다. 제목은 The Everything Store: Jeff Bezos and the Age of Amazon 뉴욕타임즈 기자를 하다가 비즈니스위크로 옮긴 브래드 스톤이 쓴 책이다. 10월15일 출간 예정이다.

비즈니스위크에 The Secrets of Bezos: How Amazon Became the Everything Store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로 이 책의 발췌문이 실렸는데 이 글을 통해 아마존 내부를 깊숙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아마존이 내부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가, 제프 베조스가 어떻게 직원들을 다그치는가, 아마존이 어떻게 잠재 경쟁사를 무자비한 방식으로 인수하는가, 전투적인 내부 토론문화는 어떤가, 실리콘밸리기업들에 비해 직원복지에는 얼마나 인색한 편인가 등이 나와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제프 베조스의 가족사까지 파고 들어서 제프 본인도 만나보지 못했던 그의 생부를 기자가 찾아가 만났다는 것이다. 제프가 3살때 새로운 양아버지에 적응하도록 떠나버리고 평생 다시 찾지 않았던 그의 생부는 그의 아들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라는 것을 꿈에도 몰랐다. 그 이야기를 기자에게 전해듣고 기절할만큼 놀란다. 발췌기사에는 소개되어 있지 않은데 과연 그가 제프를 만났을까 궁금하다.

어쨌든 끝없는 열정과 에너지로 일하며, 다혈질인 성격으로 부하들을 윽박지르고, 제품에 관한한은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제프 베조스의 모습은 위 아이폰탄생비화에 나오는 스티브 잡스의 모습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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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는 막 출간된 소설이다. The Circle. 데이브 에거스라는 소설가의 책이다. 역시 NYT매거진에 WE LIKE YOU SO MUCH AND WANT TO KNOW YOU BETTER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로 이 소설의 첫 장이 소개됐다. 이 소설을 여기 소개하는 이유는 SNS에 매몰되어 프라이버시는 완전히 사라지고, 모든 것을 ‘과잉공유'(Oversharing)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렸기 때문이다. 마치 조지 오웰의 ‘1984’의 현시대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The Circle은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가상의 테크기업이다. 이 회사는 TruYou라는 일종의 강력한 SNS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모든 정보를 다 공개해야 한다. 이 소설은 메이라는 주인공이 The Circle에 입사하는 부분부터 시작되는데 메이가 들어간 마치 낙원과 같은 캘리포니아의 서클캠퍼스의 모습은 마치 구글과 페이스북의 캠퍼스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이 소설은 공개되기도 전에 구글과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모습이 부정적으로 그려지지 않았을까 신경을 곤두세웠다고 알려졌다.

어쨌든 NYT매거진에 소개된 이 소설의 도입부는 아주 흥미진진하다. 정말 근미래의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입사한 직원의 모습을 풍자한 것 같기도 하다. 특히 46분 분량의 오디오북버전을 공짜로 다운받을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성우의 연기력이 좋아 듣고 있으면 실감이 난다. 한번 들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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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4권을 내가 과연 다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발췌기사를 모두 흥미진진하게 읽었기 때문에 한번 소개해봤다. 흥미롭게도 ‘인사이드애플’의 저자 애덤 라신스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오늘 포춘 블로그에 ‘더 서클’을 제외한 3권의 책을 나와 똑같이 소개해 놓았다. It’s tell-all book season in Silicon Valley-Adam Lashinsky  이 중에 적어도 3권정도는 내년쯤 번역판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10월 11일 at 6:55 오후

실리콘밸리의 Disruption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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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세의 테슬라 매장.

산호세 쇼핑몰안의 테슬라 쇼룸. 테슬라는 카딜러를 통해 간접적으로 소비자에게 차를 판매하는 미국자동차업계의 프랜차이즈룰을 깨고 이런 쇼룸을 통해 고객에게 직접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카딜러업계와 힘겨루기중이다.

지난 1년간 실리콘밸리에 와서 살면서 이 동네의 Disruption능력에 정말 감탄하게 됐다. 기존 업계의 질서에 겁없이 도전하고 흔들고 바꿔나가는 능력.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등등등…

생각해보면 이런 사례가 실리콘밸리에는 수두룩하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 뿐만 아니라 기존 업계의 비즈니스모델을 뒤엎는 방법을 생각해내 기존 통념과 질서에 도전하는 스타트업 천지인 동네다.

이것은 아마 실리콘밸리가 워싱턴DC에서 멀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봤다.

뉴욕이나 워싱턴DC와 같은 미국의 주요 동부도시와 달리 실리콘밸리에서는 정부관료를 만나기도 어렵고, 유명정치인을 만나기도 어렵고, 유명 언론인, 미디어거물을 만나기도 어렵다. 그저 첨단기술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창업가들만 넘치는 동네다. 미국의 중심인 동부와 3시간 시간차가 있다보니 메인스트림뉴스에도 상대적으로 동부사람들보다 둔감하다. 그러다보니 아무 생각없이 기존 통념을 뒤엎는 일에 열중하는 사람들 천지다.

겁없이 기존 질서, 법 제도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천지다. 그리고 그런 시도에 거액을 투여하는 투자자들도 가득한 동네다.

그래서 실리콘밸리는 정말 재미있는 동네다. 이곳에서 혁신은 문화다. 다른 어떤 곳에서도 실리콘밸리를 복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7월 22일 at 12:18 오전

닛산리프와 테슬라 모델S가 주도하는 실리콘밸리의 전기차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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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얼리어답터들이 모여있다는 실리콘밸리. 이곳에 어떤 첨단기기가 유행하는지를 보면 미래 트랜드를 미리 읽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실리콘밸리의 도로에서 자주 보이는 전기자동차의 모습이 흥미롭다. 과연 전기차가 이제 본격적으로 부상하고 있는가? 다음은 전기차와 관련된 나의 몇가지 경험담이다.

나는 애플본사가 있는 쿠퍼티노에서 산호세의 사무실까지 약 30분거리를 매일 출퇴근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 닛산 리프라든지 테슬라 모델S같은 100% 전기자동차를 길에서 보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불과 1년전만해도 거의 보기가 어려웠다. 최근에는 내 앞에 닛산 리프 3대가 동시에 달리고 있는 것을 목격한 일도 있다.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인근도로를 달리고 있는 두대의 닛산 리프. 이처럼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전기차를 길거리에서 접하는 일이 흔하다.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인근도로를 달리고 있는 두대의 닛산 리프. 이처럼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전기차를 길거리에서 접하는 일이 흔하다.

주변에 실제로 전기차를 구매한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닛산 리프는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사이에 큰 인기다. 반도체회사인 마벨에 다니는 박정일씨는 “회사에 전기차충전이 가능한 주차공간이 10대분이 있는데 요즘 전기차 소유자가 40명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자기들끼리 메일링리스트를 만들어서 교대로 충전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타보니까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엔지니어들끼리 모이면 전기차구입을 화제에 올리고 있다고 한다. 소위 너드(Nerd), 긱(Geek)들 사이에 인기있는 신종 ‘전자제품’이나 ‘첨단장난감’으로 닛산리프가 등장한 느낌이다.

테슬라 모델S

테슬라 모델S

반면 실리콘밸리의 재력가들은 테슬라 모델S같은 고급 전기스포츠카를 선호한다. 부자들이 많이 사는 팔로알토 같은 곳의 고급레스토랑에 가면 주차장에서 테슬라를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얼마전 만난 XG벤처스 데이빗 리는 새로 구입한 테슬라를 몰고 나왔다. “실제로 몰아보니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지금까지 가져본 물건중에서 단연 최고다(The best one I’ve ever owned)”라고 격찬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 동석한 다른 분도 “내 BMW리스가 곧 끝나는데 다음 차로 테슬라를 고려해봐야겠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전기차는 아직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일반적인 자동차는 기름을 가득 넣고 보통 5백km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데 반해 전기차는 아직 배터리를 완전충전한 상태에서도 120km(닛산 리프)나 최대 400km(테슬라 고급사양)까지만 주행이 가능하다. 또 다시 충전하는데 몇시간이상이 소요된다. 충전할 수 있는 곳도 아직 제한적이다.

그런데도 왜 실리콘밸리에서 전기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첫번째로 가격이 많이 싸졌기 때문이다. 최근 닛산 리프를 단거리 출퇴근용으로 2년간 리스한 퀄컴의 김민장씨의 경우 2년간 리스하면서 처음에 2천불을 내고 이후 월 150불씩 내는 계약을 했다. 회사주차장에서 자주 충전하면서 기름값이 절약되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더 저렴한 딜이다. (외부에서 충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달에 몇백불들던 기름값이 몇십불 전기료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싸게 전기차 구입이 가능한 것은 미국의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각종 세금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테슬라 모델S는 기본모델이 6만불부터 시작하는등 비싸기는 하지만 역시 세금혜택이 있어 다른 고급차와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있다.

두번째로 전기차의 품질이 많이 향상됐다. 김민장씨는 닛산 리프에 대해 “아반테급의 자동차가 렉서스급의 승차감을 제공한다”라고 평가했다. 테슬라 모델S는 컨슈머리포트의 자동차리뷰사상 최고점수인 100점만점에 99점을 받아 큰 화제가 될 정도로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자동차가 점차 ‘전자제품’화 되어가고 인터넷과 연결되는 등 첨단기능이 들어가면서 첨단제품에 열광하는 실리콘밸리사람들을 더욱 자극하는 측면도 있다.

페이스북캠퍼스의 주차장에서 충전되고 있는 닛산 리프. 주차장에 닛산 리프나 테슬라가 무척 많이 보인다.

페이스북캠퍼스의 주차장에서 충전되고 있는 닛산 리프. 주차장에 닛산 리프나 테슬라가 무척 많이 보인다.

세번째로 친환경적인 것을 장려하는 캘리포니아의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자동차인 프리우스가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인기를 얻었던 것처럼 역시 친환경적인 자동차를 캘리포니아의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벤츠나 BMW를 타는 것보다 이런 친환경차를 타는 것이 더 ‘쿨(Cool)’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들도 주차장에 충전시설을 늘리며 직원들의 전기차구입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주차해놓고 충전할 수 있는 무료충전스테이션도 아주 많아졌다. 닛산리프로 실리콘밸리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장거리운전을 자주한다는 전 갈라넷대표 정직한씨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항상 충전을 하고 나서 돌아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밖에 눈도 안오고 춥지 않은 온화한 날씨, 집마다 보통 차를 2대이상 가지고 있기 때문에 1대는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를 구입해도 상관이 없다는 점 등이 전기차가 실리콘밸리에서 환영받는 요인이다.

5월초 50불대에 머물렀던 테슬라의 주가는 올해 1분기 첫 흑자뉴스와 함께 각종 호재로 5월 28일 현재 110불의 종가를 기록할 정도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 2년전 구글의 최우형씨가 내게 새로 리스한 닛산 리프를 보여주고 시승시켜준 일이 있었다.  그 당시만해도 신기했지만 닛산 리프의 성공가능성에는 반신반의했다. 우선 가격이 지금보다 많이 비쌌고 자동차의 주행거리가 너무 짧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불과 2년만에 실리콘밸리의 길거리에서 이렇게 많은 전기차를 보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지금 아마도 세계의 많은 자동차회사 경영진 내부에서는 논란이 치열할 것이다. 전기차기술에 얼마나 많이 투자를 해야 하는가가 토론의 큰 주제일 것이다. 전기차시대가 오기는 오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큰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임원들도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실리콘밸리의 모습을 보면 전기차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열릴 것 같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코닥이 디지털사진의 시대가 열릴 것을 몰랐던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코닥의 문제는 그 디지털사진시대가 실제보다 천천히 올 것이라고 잘못 예상한데 있었다.

닛산 리프 광고. “What if you could drive the future,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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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최근호 칼럼으로 기고했던 글을 조금 수정해서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6월 7일 at 6:5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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