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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있는 삶과 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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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근교 라이코스사무실에서 본 바깥 정경. 이 풍경을 3년동안 매일 봤었다.

보스턴 근교 라이코스사무실에서 본 바깥 정경. 이 풍경을 3년동안 매일 봤었다.

거의 5년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최근 한국에 돌아왔다. 동부의 보스턴에서 3년 반, 서부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에서 1년 반을 살았다. 나름 미국이라는 나라를 동쪽과 서쪽에서 균형있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셈이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혁신의 산실인 보스턴과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살아볼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하지만 미국에 살면서 지역에 상관없이 전체 미국 사회가 뿜어내는 혁신의 양에 감탄하기도 했다. 미국은 엉망인 의료보험제도, 풀리지 않는 총기 규제 이슈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혁신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혁신 대국이다.

나는 우선 서점에 갈 때마다 쏟아지는 신간 서적의 양에 놀라곤 했다. 매주 20~30권의 신간 책 비평을 소개하는 <뉴욕 타임스> 북리뷰에는 매주 1000권 가까운 신간 서적이 배달된다고 한다.

또 사업 모델이 독특한 혁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나와서 빠른 시간 안에 성장해 나가는 곳이 미국이기도 하다. 애플, 야후,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몇 년마다 한번씩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이 등장해 수백조원 가치의 회사로 성장해 간다.

나는 이런 창의력이 샘솟는 미국 사회의 저력이 어디에 있을까 궁금했다. 세계 각지의 인재들이 모이는 용광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거대한 시장 크기 등 많은 요인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피부로 느낀 창의력의 원천이 있다. 바로 ‘저녁이 있는 삶’이다.

2009년 초 보스턴에 있는 미국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했을 때의 일이다. 처음 한동안은 간부 직원들에게 저녁 식사를 같이 하자고 청했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약속을 잡고 바쁘게 살던 한국에서의 버릇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였다. 친밀도도 높이고 회사 이야기를 깊이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묘하게 사람들은 나와 같이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을 꺼렸다. “집에 물어보고 가능한지 알려주겠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됐다. 미국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 아니고서는 회사일로 상대방의 저녁을 청하는 것은 실례였다. 반대로 내게 저녁 시간을 내주길 요청하는 미국인의 경우는 “가족들에게 폐가 되지 않겠느냐”고 꼭 물어봤다.

그런 문화를 알게 된 뒤에는 나도 가급적이면 저녁 약속을 잡지 않았다. 온갖 복잡한 사회관계, 각종 모임, 경조사에서 벗어나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보스턴으로 이사 간 나는 한국에 있을 때와는 비할 수 없이 많은 저녁과 주말을 가족과 함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업무 시간 이외의 많은 시간을 미국 사회와 정보기술(IT) 업계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에 투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과 경험을 블로그 등에 글로 옮길 수 있었다. 한국에 계속 있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생각의 힘’을 키울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그런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미국인들의 왕성한 창의력은 이런 여유로운 저녁 시간, 즉 잉여 시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를 들어 첫 애플 컴퓨터는 회사일이 끝나고 취미로 컴퓨터를 만들던 스티브 워즈니악의 잉여 활동에서 태어났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한국 사회로 다시 돌아와 생활하다 보니 여백이 있는 미국에서의 삶이 그리울 때가 있다. 초경쟁사회에서 남들에게 뒤처질까봐 두려워 정신없이 사는 한국인들은 정작 깊이 사색하며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하다. 열심히 일하면 남들을 따라잡을 수 있겠지만 창의력은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창의는 잉여에서 나온다. ‘창조경제’를 위해서라면 우리도 조금은 느리게 살았으면 한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

이번주 한겨레칼럼으로 기고한 내용. 또 무슨 내용을 쓰나 고민하다가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을 써봤다. 너무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다른 소재도 없고 해서 주말동안 고민하다가 써서 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받은 분들이 공감해주셨고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2천번이상 공유가 됐다.

이런 열렬한 반응을 접하면서 너무나 바쁜 삶을 살아가는 우리 한국인들이 모두 “저녁이 있는 삶”에 뭔가 갈증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회시스템과 문화를 송두리채 바꾸기 전에는 미국처럼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또 서울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1천만명이 넘는 인구가 몰려사는 이유도 있다. 우리는 개인주의적인 미국인들에 비해서 친구, 친지들과 휠씬 더 서로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만나는 편이다. 그런데 웬만하면 1시간이내에 다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바쁠 수 밖에 없다.

솔직히 고백하면 보스턴에서는 정말 저녁이 있는 삶을 살았는데 지난 1년여동안의 실리콘밸리 생활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보스턴과 비교해서 워낙 한국분들도 많이 사시고 한국에서 오시는 손님들도 많아서 보스턴보다는 몇배 바쁜 저녁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클릭하면 스토리볼로 이동

클릭하면 스토리볼로 이동

사실 위 칼럼에서 살짝 쓴 라이코스에서의 경험은 다음 스토리볼 연재 1화로 “매니저들과 저녁같이 하기”라는 글로 몇주전에 썼던 것이다. 이때도 예상외로 3천번이 넘는 공감을 받았기에 한겨레칼럼으로도 비슷한 소재를 써볼 생각을 했던 것이다.

어쨌든 가능한 한 한국에서도 여유로운 저녁시간을 만들려고 노력중이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Written by estima7

2013년 11월 21일 at 11:39 오후

실리콘밸리에서 보면 그리 멀지 않은 Self-Driving Car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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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서니베일인근도로를 달리고 있는 두대의 닛산 리프. 이처럼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전기차를 길거리에서 접하는 일이 흔하다.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인근도로를 달리고 있는 두대의 닛산 리프. 이처럼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전기차를 길거리에서 접하는 일이 흔하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가끔씩 어렴풋이 미래의 모습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테슬라와 닛산 리프 같은 100% 전기차를 도로에서 하루에 수십대씩 보다보면 “앞으로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리겠구나”처럼 느끼는 것이다. 내가 2007년말 실리콘밸리로 오랜만에 출장을 갔을때 만난 사람들의 절반가량이 아이폰을 쓰는 것을 보고 앞으로 터치스크린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리겠다는 것을 직감하기도 했다.

그리고 요즘 실리콘밸리의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새로운 미래를 예감케 하는 차를 가끔씩 만난다. 구글의 무인운전자동차(Self-driving car)가 바로 그것이다. (Autonomous car라고도 한다.)

예전에 101고속도로에서 목격한 구글의 Self Driving Car.

예전에 101고속도로에서 목격한 구글의 Self Driving Car.

지난해 처음으로 지붕에 빙글빙글 도는 레이더를 장착한 구글의 무인운전자동차를 고속도로에서 목격했을 때는 과학소설에나 나올 법한 차를 내가 직접 보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했다. 그래서 일부러 위험을 무릅쓰고 운전중에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트윗을 했을 정도였다.(위 사진) 그런데 이제 실리콘밸리에서는 도로를 달리는 구글의 무인운전자동차를 드물지 않게 마주칠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최근 팝퓰러사이언스 기사에 따르면 구글 무인자동차는 대략 동시에 12대정도가 운행중이다.  사진공유SNS 인스타그램에는 이 차를 목격하고 찍어서 올린 사진들이 꾸준히 올라온다.

구글 쇼우퍼가 기사노릇을 하는 구글 직원의 출퇴근길

이런 차들은 구글의 직원들이 직접 테스트용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글의 무인자동차 제품담당 매니저인 앤소니 레밴도스키씨는 매일아침 8시 버클리자택에서부터 마운틴뷰의 구글본사까지 72km의 거리를 매일 무인운전자동차로 출퇴근한다. 집에서부터 고속도로 입구까지는 본인이 직접 운전한다. 그리고 차가 고속도로 내부로 진입하면 ‘자동운전모드’가 가능하다는 안내가 나온다. ‘온(On)’버튼 누르면 그 순간부터의 운전은 ‘구글쇼우퍼(Google Chauffeur-구글운전사)’라는 소프트웨어가 담당한다. 운전석에 앉은 사람은 액셀페달에서 발을 떼고 운전대에서 손을 놓고 차가 자연스럽게 교통흐름을 따라서 가는 것을 구경하고 있으면 된다. 약간 복잡한 상황판단이 요구될때 구글쇼우퍼는 사람에게 운전대를 넘긴다. 아직은 100% 자동운전은 아니라는 얘기다.

레밴도스키씨는 편도 한시간의 승차시간중 처음과 마지막의 평균 14분정도 직접 운전하고 나머지는 구글쇼우퍼에게 맡긴다. 이 구간의 고속도로는 워낙 차가 많고 교통체증이 심한 곳인데 그는 매일 전용 운전기사를 두고 부담없이 출퇴근하는 셈이다.

실리콘밸리는 구글 무인자동차의 테스트베드

이처럼 구글의 무인운전자동차는 구글직원들의 출퇴근을 도우면서 베타테스트를 진행중이다. 실리콘밸리전체가 거대한 베타테스트시험장이 되고 있다고나 할까.

위 구글의 홍보동영상에 나오는 시각장애인 스티브 매핸씨는 산호세쪽에 거주하는 실리콘밸리 주민이다.  타코벨의 드라이브쓰루를 통해 산 타코를 주행중에 양손으로 먹는 모습이 재미있다.

세르게이 브린은 5년안에 대중화 장담

구글에 따르면 구글무인운전자동차는 지금까지 80만km의 무사고 운행기록을 가지고 있다. 정확히 하면 2년전 단 한번의 추돌사고가 있었는데 그것도  자동운전상태가 아닌 사람이 운전할때 난 사고였다고 한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5년안에 일반인들도 무인운전 자동차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무인 자동차의 장점

미국의 언론에는 벌써 무인운전자동차시대가 열리면 생길 변화에 대한 기사가 나올 정도다. 무인운전자동차가 일반화되면 무엇이 바뀔까.

지난 5월에는 무인자동차시대의 에티켓에 대해 나온 월스트리트저널(WS)기사가 실렸을 정도. (물론 유머기사) 그 기사에 실린 삽화.

지난 5월에는 무인자동차시대의 에티켓에 대해 나온 월스트리트저널(WS)기사가 실렸을 정도. (물론 유머기사) 그 기사에 실린 삽화.

일단 자동차사고가 줄어들수 있다. 미국에서 매년 발생하는 6백만건의 자동차사고중 93%가 인간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라고 한다. 술을 마시지 않고 다른데 한눈을 팔지 않는 로봇이 운전하면 자동차사고가 줄어들 수 있다. 두번째, 자로 잰듯이 정확히 운행하는 차들이 늘어나면서 도로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같은 도로에 더 많은 차량이 다닐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세번째 자동차들의 연료효율이 높아진다. 길을 헤매곤 하거나 급가속하거나 급브레이크를 밟곤 하는 인간과 달리 로봇은 항상 가장 빠른 길로 목적지를 정숙운행으로 가면서 기름을 많이 아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인간을 운전 노동(?)에서 해방시킨다. 로봇운전사(?)를 두게된 인간들은 출퇴근중에 운전에서 해방되어 자유롭게 독서나 밀린 업무 등 다른 생산적인 일에 매진할 수 있게 해준다.

신기해하는 인간들의 시선은 아랑곳 없이 항상 일정한 속도로 차분하게 고속도로를 달리는 구글 무인운전자동차를 보면서 머지 않아 또 새로운 세상이 열리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시사인 최근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10월 26일 at 11:48 오후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4권의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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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신문이나 잡지를 읽다보면 서평이 아니라 책 내용의 중요부분을 통채로 발췌해서 소개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취재한 내용중 엑기스만 뽑아서 소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웬만한 기사보다 흥미롭고 재미있다.

인터넷업계에 오래 있다보니 테크업계관련된 책에 관심을 갖고 자주 사읽는 편인데 지난 몇주사이에 무척 읽고 싶은 흥미로운 책의 발췌기사를 4개나 접했다. 뉴욕타임즈와 비즈니스위크에 소개된 책 4권의 발췌기사다. 워낙 내공있는 유명기자들과 작가가 쓴 책이다. 관심있는 분들을 위해 참고 삼아 소개한다.

첫번째, 와이어드기자인 프레드 보겔스타인이 쓴 Dogfight: How Apple and Google Went to War and Started a Revolution란 책이다. NYT는 스티브 잡스 2주기를 기념해 이 책에서 아이폰의 탄생뒷얘기 부분을 발췌해 “And Then Steve Said, ‘Let There Be an iPhone’”라는 기사를 NYT매거진에 게재했다. 위 발췌기사의 전문번역은 카사봉님이 스티브께서 가라사대, “아이폰이 있으라” 로 해주셔서 지난주에 한국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이 책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불꽃 튀는 경쟁과 스티브 잡스와 구글 에릭 슈미트CEO간의 갈등 등의 이면 모습을 마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서술했다고 해서 기대된다.  11월12일 발간 예정이다.

위 기사 내용은 사실 프레드 보겔스타인이란 와이어드 에디터가 곧 11월에 출간할 "Dogfight: How Apple and Google Went to War and Started a Revolution"에서 발췌한 내용인 듯 싶다. 기대되는 책이다.

두번째는 트위터 탄생비화를 전한 Hatching Twitter: A True Story of Money, Power, Friendship, and Betrayal. 뉴욕타임즈의 닉 빌튼기자가 쓴 책이다. 11월5일 발간예정이다.

역시 이 책의 중요부분이 NYT매거진에 All Is Fair in Love and Twitter이라는 제목의 긴 발췌기사로 실렸다.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트위터의 IPO를 앞두고 이 회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적절한 타이밍으로 나오는 책 같다. 이 발췌기사에서는 트위터의 공동창업자들인 에반 월리암스, 잭 도시 그리고 거의 알려지지 않고 일찍 밀려나 버린 노아 글래스라는 초기 창업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외부에는 스티브 잡스의 대를 이을(?) 천재로서 트위터를 발명한 것으로 알려진 잭 도시가 사실은 비열한 배신자이며 위선자라는 충격적인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잭 도시를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했기에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잭 도시는 친구이자 트위터를 같이 고안해내며 발전시킨 노아 글래스를 에반 월리암스에게 모함해 몰아내고, 나중에는 이사회멤버들과 작당해서 에반 월리암스도 CEO의 자리에서 끌어내린다. 그는 회사에서 팽 당했던 시기에는 페이스북으로 옮기는 것도 고려했던 일이 있다.

트위터 초기에 사실 창업자들간의 내부 암투에 대해서 외부에 말이 많았는데 당시 내부사정을 이렇게 생생하게 전한 기사는 처음이다. 뉴욕에 있다가 몇년전 NYT 샌프란시스코 지국으로 옮긴 닉 빌튼은 그동안 트위터 CEO 딕 코스톨로 인터뷰 등 이 회사에 대한 많은 기사를 써왔는데 그동안 상당히 깊숙히 취재를 해왔던 모양이다. 트위터내에 잭 도시에 대한 반감을 지닌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초에 샌프란시스코에 갔다가 트위터 앞에서 우연히 닉 빌튼과 마주쳐서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한 일이 있는데 (그는 나를 모르지만…) 당시부터 열심히 파고 있었던 것 같다.

Screen Shot 2013-10-11 at 6.45.22 AM

 세번째 책은 정확히는 실리콘밸리가 아니고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과 그 창업자 제프 베조스를 다룬 책이다. 제목은 The Everything Store: Jeff Bezos and the Age of Amazon 뉴욕타임즈 기자를 하다가 비즈니스위크로 옮긴 브래드 스톤이 쓴 책이다. 10월15일 출간 예정이다.

비즈니스위크에 The Secrets of Bezos: How Amazon Became the Everything Store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로 이 책의 발췌문이 실렸는데 이 글을 통해 아마존 내부를 깊숙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아마존이 내부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가, 제프 베조스가 어떻게 직원들을 다그치는가, 아마존이 어떻게 잠재 경쟁사를 무자비한 방식으로 인수하는가, 전투적인 내부 토론문화는 어떤가, 실리콘밸리기업들에 비해 직원복지에는 얼마나 인색한 편인가 등이 나와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제프 베조스의 가족사까지 파고 들어서 제프 본인도 만나보지 못했던 그의 생부를 기자가 찾아가 만났다는 것이다. 제프가 3살때 새로운 양아버지에 적응하도록 떠나버리고 평생 다시 찾지 않았던 그의 생부는 그의 아들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라는 것을 꿈에도 몰랐다. 그 이야기를 기자에게 전해듣고 기절할만큼 놀란다. 발췌기사에는 소개되어 있지 않은데 과연 그가 제프를 만났을까 궁금하다.

어쨌든 끝없는 열정과 에너지로 일하며, 다혈질인 성격으로 부하들을 윽박지르고, 제품에 관한한은 놀라운 통찰력을 보여주는 제프 베조스의 모습은 위 아이폰탄생비화에 나오는 스티브 잡스의 모습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Screen Shot 2013-10-11 at 6.44.47 AM

네번째는 막 출간된 소설이다. The Circle. 데이브 에거스라는 소설가의 책이다. 역시 NYT매거진에 WE LIKE YOU SO MUCH AND WANT TO KNOW YOU BETTER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로 이 소설의 첫 장이 소개됐다. 이 소설을 여기 소개하는 이유는 SNS에 매몰되어 프라이버시는 완전히 사라지고, 모든 것을 ‘과잉공유’(Oversharing)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렸기 때문이다. 마치 조지 오웰의 ’1984′의 현시대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The Circle은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가상의 테크기업이다. 이 회사는 TruYou라는 일종의 강력한 SNS를 가지고 있는데 여기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모든 정보를 다 공개해야 한다. 이 소설은 메이라는 주인공이 The Circle에 입사하는 부분부터 시작되는데 메이가 들어간 마치 낙원과 같은 캘리포니아의 서클캠퍼스의 모습은 마치 구글과 페이스북의 캠퍼스를 연상시킨다. 그래서 이 소설은 공개되기도 전에 구글과 페이스북이 자신들의 모습이 부정적으로 그려지지 않았을까 신경을 곤두세웠다고 알려졌다.

어쨌든 NYT매거진에 소개된 이 소설의 도입부는 아주 흥미진진하다. 정말 근미래의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입사한 직원의 모습을 풍자한 것 같기도 하다. 특히 46분 분량의 오디오북버전을 공짜로 다운받을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성우의 연기력이 좋아 듣고 있으면 실감이 난다. 한번 들어보시길.

Screen Shot 2013-10-11 at 6.50.07 AM

이 책 4권을 내가 과연 다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발췌기사를 모두 흥미진진하게 읽었기 때문에 한번 소개해봤다. 흥미롭게도 ‘인사이드애플’의 저자 애덤 라신스키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오늘 포춘 블로그에 ‘더 서클’을 제외한 3권의 책을 나와 똑같이 소개해 놓았다. It’s tell-all book season in Silicon Valley-Adam Lashinsky  이 중에 적어도 3권정도는 내년쯤 번역판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10월 11일 at 6:55 오후

실리콘밸리의 Disruption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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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호세의 테슬라 매장.

산호세 쇼핑몰안의 테슬라 쇼룸. 테슬라는 카딜러를 통해 간접적으로 소비자에게 차를 판매하는 미국자동차업계의 프랜차이즈룰을 깨고 이런 쇼룸을 통해 고객에게 직접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카딜러업계와 힘겨루기중이다.

지난 1년간 실리콘밸리에 와서 살면서 이 동네의 Disruption능력에 정말 감탄하게 됐다. 기존 업계의 질서에 겁없이 도전하고 흔들고 바꿔나가는 능력.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등등등…

생각해보면 이런 사례가 실리콘밸리에는 수두룩하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 뿐만 아니라 기존 업계의 비즈니스모델을 뒤엎는 방법을 생각해내 기존 통념과 질서에 도전하는 스타트업 천지인 동네다.

이것은 아마 실리콘밸리가 워싱턴DC에서 멀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봤다.

뉴욕이나 워싱턴DC와 같은 미국의 주요 동부도시와 달리 실리콘밸리에서는 정부관료를 만나기도 어렵고, 유명정치인을 만나기도 어렵고, 유명 언론인, 미디어거물을 만나기도 어렵다. 그저 첨단기술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창업가들만 넘치는 동네다. 미국의 중심인 동부와 3시간 시간차가 있다보니 메인스트림뉴스에도 상대적으로 동부사람들보다 둔감하다. 그러다보니 아무 생각없이 기존 통념을 뒤엎는 일에 열중하는 사람들 천지다.

겁없이 기존 질서, 법 제도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 천지다. 그리고 그런 시도에 거액을 투여하는 투자자들도 가득한 동네다.

그래서 실리콘밸리는 정말 재미있는 동네다. 이곳에서 혁신은 문화다. 다른 어떤 곳에서도 실리콘밸리를 복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7월 22일 at 12:18 오전

닛산리프와 테슬라 모델S가 주도하는 실리콘밸리의 전기차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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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의 얼리어답터들이 모여있다는 실리콘밸리. 이곳에 어떤 첨단기기가 유행하는지를 보면 미래 트랜드를 미리 읽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실리콘밸리의 도로에서 자주 보이는 전기자동차의 모습이 흥미롭다. 과연 전기차가 이제 본격적으로 부상하고 있는가? 다음은 전기차와 관련된 나의 몇가지 경험담이다.

나는 애플본사가 있는 쿠퍼티노에서 산호세의 사무실까지 약 30분거리를 매일 출퇴근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 닛산 리프라든지 테슬라 모델S같은 100% 전기자동차를 길에서 보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불과 1년전만해도 거의 보기가 어려웠다. 최근에는 내 앞에 닛산 리프 3대가 동시에 달리고 있는 것을 목격한 일도 있다.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인근도로를 달리고 있는 두대의 닛산 리프. 이처럼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전기차를 길거리에서 접하는 일이 흔하다.

실리콘밸리 서니베일인근도로를 달리고 있는 두대의 닛산 리프. 이처럼 요즘 실리콘밸리에서는 전기차를 길거리에서 접하는 일이 흔하다.

주변에 실제로 전기차를 구매한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닛산 리프는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들사이에 큰 인기다. 반도체회사인 마벨에 다니는 박정일씨는 “회사에 전기차충전이 가능한 주차공간이 10대분이 있는데 요즘 전기차 소유자가 40명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자리를 얻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자기들끼리 메일링리스트를 만들어서 교대로 충전을 하고 있다고 한다.) 또 “타보니까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엔지니어들끼리 모이면 전기차구입을 화제에 올리고 있다고 한다. 소위 너드(Nerd), 긱(Geek)들 사이에 인기있는 신종 ‘전자제품’이나 ‘첨단장난감’으로 닛산리프가 등장한 느낌이다.

테슬라 모델S

테슬라 모델S

반면 실리콘밸리의 재력가들은 테슬라 모델S같은 고급 전기스포츠카를 선호한다. 부자들이 많이 사는 팔로알토 같은 곳의 고급레스토랑에 가면 주차장에서 테슬라를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얼마전 만난 XG벤처스 데이빗 리는 새로 구입한 테슬라를 몰고 나왔다. “실제로 몰아보니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지금까지 가져본 물건중에서 단연 최고다(The best one I’ve ever owned)”라고 격찬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 동석한 다른 분도 “내 BMW리스가 곧 끝나는데 다음 차로 테슬라를 고려해봐야겠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전기차는 아직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일반적인 자동차는 기름을 가득 넣고 보통 5백km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데 반해 전기차는 아직 배터리를 완전충전한 상태에서도 120km(닛산 리프)나 최대 400km(테슬라 고급사양)까지만 주행이 가능하다. 또 다시 충전하는데 몇시간이상이 소요된다. 충전할 수 있는 곳도 아직 제한적이다.

그런데도 왜 실리콘밸리에서 전기차가 늘어나고 있는 것일까?

첫번째로 가격이 많이 싸졌기 때문이다. 최근 닛산 리프를 단거리 출퇴근용으로 2년간 리스한 퀄컴의 김민장씨의 경우 2년간 리스하면서 처음에 2천불을 내고 이후 월 150불씩 내는 계약을 했다. 회사주차장에서 자주 충전하면서 기름값이 절약되는 것을 고려하면 더욱더 저렴한 딜이다. (외부에서 충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달에 몇백불들던 기름값이 몇십불 전기료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싸게 전기차 구입이 가능한 것은 미국의 연방정부와 주정부에서 각종 세금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테슬라 모델S는 기본모델이 6만불부터 시작하는등 비싸기는 하지만 역시 세금혜택이 있어 다른 고급차와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있다.

두번째로 전기차의 품질이 많이 향상됐다. 김민장씨는 닛산 리프에 대해 “아반테급의 자동차가 렉서스급의 승차감을 제공한다”라고 평가했다. 테슬라 모델S는 컨슈머리포트의 자동차리뷰사상 최고점수인 100점만점에 99점을 받아 큰 화제가 될 정도로 고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자동차가 점차 ‘전자제품’화 되어가고 인터넷과 연결되는 등 첨단기능이 들어가면서 첨단제품에 열광하는 실리콘밸리사람들을 더욱 자극하는 측면도 있다.

페이스북캠퍼스의 주차장에서 충전되고 있는 닛산 리프. 주차장에 닛산 리프나 테슬라가 무척 많이 보인다.

페이스북캠퍼스의 주차장에서 충전되고 있는 닛산 리프. 주차장에 닛산 리프나 테슬라가 무척 많이 보인다.

세번째로 친환경적인 것을 장려하는 캘리포니아의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자동차인 프리우스가 특히 캘리포니아에서 인기를 얻었던 것처럼 역시 친환경적인 자동차를 캘리포니아의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벤츠나 BMW를 타는 것보다 이런 친환경차를 타는 것이 더 ‘쿨(Cool)’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테크기업들도 주차장에 충전시설을 늘리며 직원들의 전기차구입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주차해놓고 충전할 수 있는 무료충전스테이션도 아주 많아졌다. 닛산리프로 실리콘밸리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장거리운전을 자주한다는 전 갈라넷대표 정직한씨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항상 충전을 하고 나서 돌아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밖에 눈도 안오고 춥지 않은 온화한 날씨, 집마다 보통 차를 2대이상 가지고 있기 때문에 1대는 주행거리가 짧은 전기차를 구입해도 상관이 없다는 점 등이 전기차가 실리콘밸리에서 환영받는 요인이다.

5월초 50불대에 머물렀던 테슬라의 주가는 올해 1분기 첫 흑자뉴스와 함께 각종 호재로 5월 28일 현재 110불의 종가를 기록할 정도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 2년전 구글의 최우형씨가 내게 새로 리스한 닛산 리프를 보여주고 시승시켜준 일이 있었다.  그 당시만해도 신기했지만 닛산 리프의 성공가능성에는 반신반의했다. 우선 가격이 지금보다 많이 비쌌고 자동차의 주행거리가 너무 짧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불과 2년만에 실리콘밸리의 길거리에서 이렇게 많은 전기차를 보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지금 아마도 세계의 많은 자동차회사 경영진 내부에서는 논란이 치열할 것이다. 전기차기술에 얼마나 많이 투자를 해야 하는가가 토론의 큰 주제일 것이다. 전기차시대가 오기는 오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큰 투자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 임원들도 많을 것 같다. 하지만 요즘 실리콘밸리의 모습을 보면 전기차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열릴 것 같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코닥이 디지털사진의 시대가 열릴 것을 몰랐던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코닥의 문제는 그 디지털사진시대가 실제보다 천천히 올 것이라고 잘못 예상한데 있었다.

닛산 리프 광고. “What if you could drive the future,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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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최근호 칼럼으로 기고했던 글을 조금 수정해서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6월 7일 at 6:58 오전

첫번째 해외 회사설명회에 도전한 우아한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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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알토스벤처스의 Annual meeting에 다녀왔다. 벤처캐피탈회사의 애뉴얼미팅행사는 투자펀드에 돈을 투자해준 투자자(LP-Limited partner라고 한다)에게 지난 일년간의 성과를 보고하는 이벤트다. 그리고 투자포트폴리오회사의 CEO들이 투자자들을 위해 회사소개 프리젠테이션이나 대담을 하고 끝나고 나서 같이 식사를 하며 어울리는 자리다. 즉 벤처투자펀드에 돈을 대는 투자자들, 벤처에 직접 투자하는 VC들, 벤처기업가들이 함께 모여서 교류하는 흥미로운 시간이다. 파트너이신 Han Kim이 초대해주셔서 또 한번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이런 자리에 갈때마다 실리콘밸리의 다양성에 대해 느끼곤 한다. 알토스는 한국계 2명의 파트너와 캐나다출신 중국계 파트너 1명이 같이 일하는 VC다. CFO는 백인이다.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아시아쪽 사람들은 아니고 역시 다양하다. 포트폴리오벤처회사의 CEO들도 백인, 중국계, 한국계, 인도계 등등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다. 서로 다양한 지역,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할때 재미도 있고 배우는 것도 많다. “우리는 테크놀로지에 열정을 가지고 있고 창업가들을 돕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라고 이야기하는 파트너들도 인상적이었다. (참고 링크 : Han Kim님의 알토스투자론)

왼쪽이 이승민실장, 오른쪽이 김봉진대표.

왼쪽이 이승민실장, 오른쪽이 김봉진대표.

무엇보다 오늘 감탄한 것은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우아한 형제 김봉진대표, 이승민 전략기획실장의 탁월한 회사소개 프리젠테이션이었다. 김대표는 미국이 초행이고 이실장은 허니문이후 두번째 방문이라고 해서 사실 잘 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버벅대는 영어로 어색한 프리젠테이션을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다 경험이고 투자여부가 달려있는 중요한 자리는 아니니까.

어쨌든 김대표가 처음 인사말을 하고 회사소개는 이실장이 진행하는 식으로 프리젠테이션은 시작됐다. 10분정도의 회사소개가 끝나고 나서 Q&A는 김대표가 한국말로 대답하고 이실장이 통역을 했다.

Screen Shot 2013-05-31 at 12.25.14 AM

우아한 형제의 명함 디자인.

우선 ‘우아한 형제’라는 회사 이름을 어떻게 영어로 옮길까 했는데 ‘Woowa Brothers’라는 절묘한 이름을 택했다. 그리고 ‘Elegant’와 ‘Wow’의 두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해 웃음을 유발했다.

그리고 미국의 도시들에 견주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서울 등 대도시에 인구가 밀집되어 있고, 단시간내에 세계최고의 모바일대국이 됐으며, 음식 배달문화가 흥한 한국에 대해 소개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 같은 이유로 배달의 민족앱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는 것을 간결한 슬라이드로 설득력있게 잘 설명했다.

그리고 특히 3분짜리 회사소개비디오를 참 잘만들었다. 영어 나레이션 설명이 없이도 적당히 코믹한 애니메이션과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적절한 영어설명문구, 그리고 내용에 잘 어우러지는 배경음악으로 인해 청중들 모두 집중해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이후에 배달의 민족 앱에 대해서 추가로 설명하는데도 이 동영상이 큰 도움을 줬다. 김봉진대표가 역시 디자이너출신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우아하고’ 수준높은 회사소개동영상이었다.

이실장의 영어는 겨우 미국에 2번째 방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창하고 발음도 좋아서 미국은 아니더라도 분명히 영국이나 호주 같은 곳에서 공부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끝나고 얘기해보니 정말 한국에서만 공부한 토종영어라고 해서 또 놀랐다. (외국유학을 안가고도 저렇게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니 난 뭔가 싶어 자괴감에 빠질 정도였다..)

오늘 행사에서는 3개의 회사만 소개프리젠테이션을 했는데 미국현지의 회사들보다 오히려 우아한 형제들이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질문도 많이 나왔다.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관심과 함께 해외진출 가능성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 김대표는 일단 해외진출을 고려하고 준비중이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앱 자체의 완성도도 높고 미국의 경쟁서비스인 Seamless에 못지 않은 높은 사용율 그리고 음식주문 Payment model을 더해가면서 비즈니스모델을 진화하고 있다는데 다들 좋은 인상을 받은 것 같았다. 잘만하면 얼마든지 글로벌마켓에 도전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다들 생각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한국스타트업의 수준이 이젠 참 많이 올라갔다는 것을 실감한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이렇게 실력이 되는데 자꾸 나와서 도전하고, 서로 배운 것을 나누고, 서로 자극하면 더욱더 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두드리면 열린다. 우아한 형제 파이팅!

(우아한 형제는 참 독특한 회사라는 것을 개성있는 직원소개페이지를 보면서도 느낀다.^^)

Screen Shot 2013-05-31 at 12.41.03 AM

Written by estima7

2013년 5월 31일 at 12:03 오전

아시안이 점령한 잡스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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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에서 실리콘밸리로 이사 온 지 두 달이 지났다. 비록 같은 나라 안이긴 하지만 동부에서 서부로 옮긴다는 것은 마치 다른 나라로 이주한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그렇다. 전에 살던 보스턴의 교외지역은 백인이 주류인 유서깊은 곳이었다. 중국인, 인도인 등 아시안 인구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백인이 90% 가까운 인구를 점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백인들 사이에 끼여 소수자로 사는 것에 익숙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 지역의 중심에 있는, 우리 가족이 자리잡은 쿠퍼티노는 그 반대다. 이곳은 아시안이 주인인 곳이다. 인도계와 중국계가 점령한 쿠퍼티노에선 백인들을 보기가 힘들다. 우리 애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중학교에는 한 반에 백인 학생이 1~2명밖에 없을 정도다. 그들마저 인도·중국계 엄마들의 치맛바람에 견디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다.

얼마 전 지인의 초대로 그분이 다니는 반도체회사의 야유회에 간 일이 있다. 행사에 온 직원들 대부분이 아시안 등 비백인이었다. 백인은 가뭄에 콩 나듯 드문드문 보일 정도였다. 말레이시아계 화교가 창업한 회사라서 그런지 더더욱 아시안이 많고 백인은 마케팅이나 재무 부서에 좀 있는 정도라는 설명을 들었다. 전세계에 직원이 수천명인 수조원 가치의 회사가 그렇다.

집 근처에는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에 일본·인도·중국·아랍식 식료품 슈퍼가 있고, 차로 5분 거리에 한국 슈퍼가 있다. 각 민족의 인기식당에 갈 때면 중국, 인도, 일본 등에 가 있는 느낌이 난다.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본사입구.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본사입구.

쿠퍼티노는 애플의 본사가 있는 곳이다. 스티브 잡스가 쿠퍼티노의 홈스테드고교를 졸업하던 72년에는 거의 100% 백인만이 살던 동네였다. 잡스와 애플의 고향이 이렇게 아시안들에게 점령이 되어 있는 줄은 몰랐다.

인텔, 에이치피(HP), 시스코시스템스 등 글로벌 아이티(IT) 기업과 구글·페이스북 등 새로운 인터넷 강자들의 보금자리인 실리콘밸리는 미국 경제의 희망이다.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구원자이기도 하다. 그런 이곳이 아시안의 힘으로 지탱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기 위해 유입된 히스패닉 이민과 달리 대개 석·박사급의 고급인력인 아시안들은 이곳 기업들의 연구개발 분야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에서는 백인 엔지니어를 구경하기가 힘들 정도다.

유시(UC)버클리의 교수인 비벡 와드와의 2009년 조사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중 이민자가 창업한 비율은 52%에 달한다. 실리콘밸리를 이끌어가는 새로운 혁신의 힘이 이민자에게서 나온다는 증거다.

실리콘밸리의 혁신 비결을 열대우림의 생태시스템에 비유해 분석해낸 ‘레인포레스트’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벤처캐피털리스트 빅터 황은 ‘왜 실리콘밸리는 계속해서 혁신을 이어나가는데 다른 지역은 그렇지 못한가?’라는 질문에 나름의 해답을 제시한다. 그는 열대우림의 다양한 잡초에서 억센 생명력이 나오는 것처럼 다양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교류가 일어나면서 가장 큰 경제적 효과가 나온다고 설명한다. 또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피부색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관습과 문화를 뛰어넘어 열린 마음으로 서로 신뢰하고 일하는 곳이 실리콘밸리라고 한다. 이종 간의 협업과 실험을 통해 기발한 혁신이 나온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 와서 살면서 이 지역의 다양성과 외부인에 대한 포용력에 새삼스레 감탄했다. 다문화에 대한 이런 관용과 포용력이 없이는 인재 부족으로 오늘날의 실리콘밸리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참, 항상 청명하고 쾌적한, 축복받은 날씨가 진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스티브 잡스가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은 애플제2캠퍼스계획을 쿠퍼티노시의회에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그 공청회가 열렸던 장소.

스티브 잡스가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공식석상에 나타난 것은 애플제2캠퍼스계획을 쿠퍼티노시의회에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그 공청회가 열렸던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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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2012년 9월4일자로 기고했던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칼럼. 기록을 위해서 블로그에 다시 옮긴다.

처음 쿠퍼티노에 가서 예상과 달리 도서관, 상점 등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대부분 중국, 인도인이라는 것을 보고 “이곳이 애플의 본사가 있는 곳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평일에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백인들은 자세히보면 애플직원이고 실제 주민들은 대부분 아시안이다. 학교에 가서 애들 학부모들과 이야기해보면 거의 획일화되어 있다고 해도 될 정도로 거의 대부분 IT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다들 어딘가에서 미국으로 이민온 사람들이다. 사실 쿠퍼티노뿐만이 아니고 실리콘밸리 전체가 이렇게 변모해가고 있다. 내가 버클리에 다니던 10년전보다도 휠씬 많이 늘어난 느낌이다.

이처럼 이방인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것이 실리콘밸리다. 이방인들이, 특히 각국의 인재들이 와서 살고 싶게 만드는 것이 실리콘밸리의 으뜸 경쟁력이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4월 14일 at 8:26 오후

프로야구 선수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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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저녁모임에 다녀왔다. 한국에서 실리콘밸리 연수를 온 대학원생들을 만나는 자리였는데 스탠퍼드대에서 유학중인 공대 학생들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그 학생들의 전공이 모두 전산학(컴퓨터과학)이었다는 점이다. “요즘 한국 학생들은 모두 전산 전공으로 몰린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인기입니다”라고 그중 한 학생이 말했다. 그리고 그는 “한국에서는 공대와 전산학이 별로 인기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요…”라고 토를 달았다. (참고 : [위기의 한국 SW 산업] 명문대 나와도 SW개발자는 시간급 인생…”장가가기도 힘들어” -조선일보 2011)

미국에서 전산학의 인기는 통계가 뒷받침한다. 스탠퍼드대에서 지난해 전산학 전공 학생은 220명으로 가장 많았던 2000년의 등록 인원보다도 25%가 더 많다고 한다. (참고: 스탠포드엔지니어링뉴스) 스탠퍼드대뿐만이 아니고 미국 대학 전반적으로 전산학이 인기를 얻고 있다. 높은 실업률 속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최고의 유망직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커리어캐스트. 2012년의 Best Job랭킹.

사진 출처 : 커리어캐스트. 2012년의 Best Job랭킹.

실제로 미국의 각종 직업 관련 조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유망직업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창의력을 요구하는 도전적인 직업인데다 나이를 먹어서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프트웨어가 첨단기술 회사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거의 모든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이 되면서 시장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스탠퍼드 학생들을 만난 이야기를 트위터에서 전하자 @doniikim님은 “우리나라와는 반대네요. 서울대 컴퓨터공학부도 미달까지는 아니지만 매 학기마다 자퇴생들이 많다고 합니다”라고 답했다. 한국도 정보기술(IT) 강국의 반열에 드는 나라인데 왜 미국과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양국의 문화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오래 일한 일본의 벤처기업가 나카지마 사토시는 “미국의 아이티 업계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프로야구 선수 같은 존재”라고 비유한 바 있다. 실제로 얼마 전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터넷업체인 넷플릭스를 방문한 블로거 김동주씨는 “넷플릭스의 엔지니어들을 프로야구 스타플레이어처럼 대우하는 문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구단은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에서 최고의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스타플레이어에게는 그에 맞는 최상의 대우를 한다. 이처럼 회사도 뛰어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에게 프로야구 선수 같은 대우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화는 소프트웨어산업은 개인의 창의력을 기반으로 한 분야이고 그렇기 때문에 개인을 예술가처럼 대접해줘야 한다는 철학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우리는 소프트웨어산업을 일종의 건설산업처럼 대한다. 대기업이나 정부는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지 않고 대형 아이티 회사에 맡긴다. 대형 아이티 회사는 이런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작은 하청소프트웨어업체에 또 맡긴다. 하청업체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납품 날짜까지 제품을 완성하기 위해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 매달린다. 개인의 실력 차이를 인정하기는커녕 비용은 국가가 정한 소프트웨어 노임 단가를 기준으로 경력에 따라 일률적으로 정해진다. 단가가 높은 나이 많은 엔지니어는 관리자가 되지 못하면 밀려나야 한다. 이런 풍토에서 똑똑한 젊은이들이 전산학을 선택해주길 바라는 것은 무리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최고와 평범한 엔지니어는 100배의 실력 차이가 날 수 있다”며 그가 창의적 인재를 뽑기 위해 들이는 노력에 대해 설명한 바가 있다. 우리 인재들이 전산학, 더 나아가 이공계에 매력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인재를 우대하는 문화와 제도를 우선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몇 안 되는 인재들마저 모두 외국으로 빠져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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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7월24일자 한겨레신문에 기고한 칼럼이다. 썼던 글을 정리하다가 빠진 것을 알고 블로그에 백업했다.

이 글은 2010년에 “일본에서 아이폰같은 혁신적인 소프트웨어제품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라는 제목으로 썼던 블로그포스팅의 내용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일본의 나카지마 사토시씨의 글을 읽고 공감이 되서 내용을 소개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을 소개한지 몇년지난 지금에도 한국의 사정은 그다지 변하지 않은 듯 싶다. 능력있는 소프트웨어엔지니어들은 여전히 해외에서 일을 하는 것을 꿈꾼다. 개인적으로 나를 찾아와서 미국으로 전직이 가능할지에 대해서 자문을 구한 엔지니어들도 몇 있었다.

그리고 컴퓨터공학과정으로 이름난 미국의 한 대학 학부과정에 다니는 아는 한인학생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이 학생은 최근 2년간 두번의 여름방학 인턴을 미국의 인터넷기업과 한국의 IT대기업에서 각각 했다. 이번 여름에 또 섬머인턴자리를 구하는 이 학생과 한번 통화했는데 “한국에서 엔지니어생활을 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었다. 탑다운방식에다가 조직의 부속품처럼 시키는 일만 해야하는 한국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문화가 답답하게 여겨졌다는 것이다.

활발한 창업, 성공, 재창업이 이뤄지는 벤처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뛰어난 엔지니어풀이 밑거름이 되야한다. 그러니까 이런 인력을 잘 양성하고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복돋워주는 정책과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위 칼럼에 썼던 것처럼 몇 안되는 인재들마저 모두 외국으로 빠져나갈까봐 우려스럽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4월 14일 at 2:24 오후

실리콘밸리에서 인도계가 약진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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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 처음 온 이들은 인도인들의 강한 존재감에 놀라게 된다. 유명 테크기업에 방문해보면 최고경영진부터 핵심 엔지니어까지 인도계가 다수 포진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의 경우 비즈니스 담당 최고임원(니케시 아로라, CBO)부터 엔지니어링을 담당하는 핵심 수석부사장들 다수가 인도계다. 워낙 인도계 엔지니어들이 많다 보니 애플이나 인텔 같은 회사의 구내식당에 가면 따로 인도 음식만을 내는 코너가 항상 마련되어 있을 정도다. 실리콘밸리는 인도계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민자 출신이 미국 기업의 상층부에 오르려다 부딪히는 장벽을 ‘글래스실링’(유리천장)이라고 하는데 인도계는 이런 벽도 뛰어넘은 듯싶다. 펩시콜라의 시이오인 인드라 누이처럼 인도계로서 미국 대기업의 최고경영진 자리에 오른 사례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특기할 만한 것은 그들의 왕성한 창업정신이다. 지난달 발표된 카우프먼재단의 조사결과를 보니 지난 6년간 미국에서 이민자가 창업한 테크기업 중 32%가 인도계에 의한 것으로 나왔다. 이는 2위 그룹인 중국계(8.1%)부터 8위 그룹인 한국계(2.2%)까지 7개 이민자그룹의 창업 숫자를 합한 것보다도 많은 것이다. (이 인용과 위 그래프는 조금 다름. 위 그래프는 실리콘밸리에서의 창업만을 통계로 잡은 것인듯.) – 출처  Then and Now: America’s New Immigrant Entrepreneurs, Part VII

도대체 인도계는 어떻게 이렇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일까. 흔히 말하듯 우리보다 영어를 잘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높은 교육열 때문일까. 항상 개인적으로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한 행사에서 그 실마리를 얻었다.

고교 테크클럽 학생들이 만들어 컬러프린터로 인쇄한 약간은 조잡한 팜플렛.

얼마 전 인도계가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의 공공도서관에서 테크심포지엄이 열렸다. 지역 고등학교의 테크클럽이 주최하는 학생 대상 행사인데 학교에 붙여진 포스터를 통해 이 행사를 알게된 중학생 아들이 가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갔다. 유튜브 등 실리콘밸리 테크기업의 간부와 CEO 등이 와서 강연하는 행사였다. 인도계 학생인 테크클럽 회장이 사회를 맡았는데 자리를 가득 메운 참석자의 절반 이상이 초중고생인 인도계 학생과 학부모였다.

유머가 넘치는 강연으로 아이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끈 라힘 파잘.

유튜브의 인도계 중역이 온라인비디오의 발전 현황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자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는 근처 인도레스토랑의 협찬으로 인도 음식이 제공됐다. 그 뒤 20대 후반의 젊은 인도계 청년이 연사로 나섰다. 알고 보니 그는 고등학생 때 인터넷회사를 창업해서 150만달러에 팔았다는 성공담의 주인공이었다. 수업을 받다가 고객에게 전화가 오면 화장실에 가서 응대했다는 등 익살이 넘치는 그의 창업 이야기에 학생들은 완전히 매료됐다. 얼마 전 자신이 세번째로 창업한 회사를 오러클에 매각했다는 그는 “아이디어가 있다면 지금 당장 창업하라”는 말로 어린 학생들을 자극했다. 학생들은 열성적으로 질문을 했고 강연이 끝난 다음 그에게 다가가 악수하고 같이 사진을 찍느라 야단법석이었다. 아이돌 스타가 따로 없었다.

로봇기술 스타트업인 Willow Garage의 로봇 PR2를 연단에 올라가 만져보는 아이들. 오른쪽에 있는 학생이 쿠퍼티노의 몬타비스타고교 테크클럽 회장.

마지막으로 첨단로봇을 만드는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사장이 나왔다. 로봇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그의 강연과 로봇데모가 끝난 뒤 아이들은 줄을 서서 무대 위에 올라가 로봇을 만져보고 어떻게 하면 로봇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지 물어봤다.

알고 보니 그날 초청된 연사들은 대부분 인도계 학부모들의 친척이거나 친구들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연사들은 꽃다발을 안고 인도인가족-친지들에 둘러싸여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런 분위기속에서 인도계 학생들은 그들을 마치 삼촌이나 큰형뻘로 여기고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나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엔지니어나 창업자가 될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앞서서 성공한 이들이 나서서 젊은 세대에게 영감을 주고 성공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는 모습. 거액의 펀드를 조성하거나 정부지원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보다 이런 문화를 만드는 것이 창업 생태계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다.

/한겨레신문 칼럼 기고글입니다.

참고로 인도계의 실리콘밸리에서의 성공이유에 대해 비벡 와드화교수가 INC에 쓴 글이 있습니다. 일부를 발췌합니다.

  • The first few who cracked the glass ceiling had open discussions about the hurdles they had faced.
  • They agreed that the key to uplifting their community, and fostering more entrepreneurship in general, was to teach and mentor the next generation of entrepreneurs.
  • They formed networking organizations to teach others about starting businesses, and to bring people together. These organizations helped to mobilize the information, knowhow, skill, and capital needed to start technology companies. Even the newer associations had several hundred members each, and the more established associations had more than a thousand members.
  • The first generation of successful entrepreneurs—people like Sun Microsystems co-founder Vinod Khosla–served as visible, vocal, role models and mentors.  They also provided seed funding to members of their community.
  •  유리천장(the glass ceiling)을 뚫고 올라간 처음 몇몇이 그들이 처했던 어려움에 대해서 열린 토론을 갖는다.
  • 커뮤니티를 발전시키고 창업정신을 더욱 고양시키는 열쇠는 다음 세대의 창업자들을 가르치고 멘터링하는 것이라고 (위 성공한 첫 세대가) 결론짓는다.
  • 그들은 기업을 시작하는 것을 다른이들에게 가르치며 사람을 모으는 네트워킹단체를 만든다. 이런 단체들은 스타트업을 시작하는데 필요한 정보, 노하우, 기술, 자본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한다. 신생단체도 수백명의 멤버가 있으며 좀더 오래된 단체들은 수천명의 멤버를 가지고 있다.
  • 선마이크로시스템의 공동창업자인 비노드 코슬라 같은 성공한 1세대 창업자들이 선명하고 강력한 롤모델과 멘토역할을 한다. 그들은 또 커뮤니티멤버를 위해 초기투자까지 제공한다.

와드화교수는 인도계 단체들은 실리콘밸리에서의 교전수칙(Rules of engagement)를 배우고 마스터해서 그곳에서 가장 활발한 조직이 됐다고 합니다. 실리콘밸리의 한국인들도 이런 인도계의 성공에서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Written by estima7

2012년 11월 26일 at 9:06 오전

Serial Entrepreneur, 마이클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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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al Entrepreneur라는 말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이 말은 창업해서 한번 성공한 것에 그치지 않고 계속 창업에 도전하는 기업가를 지칭한다.

나는 항상 이 말을 들으면 Mysimon.com의 창업자이자 Become.com의 전CEO이신 마이클 양을 떠올린다. 오늘 마침 그를 인터뷰한 연합뉴스의 기사 ‘마이사이몬’ 마이클 양 “세계 겨냥 창업 바람직”을 읽으면서 그 분에 대해서 한줄 적어 본다.

나는 2000년부터 2002년까지 UC버클리의 경영대학원인 Haas school of business를 다녔는데 2001년 당시 1학점짜리 인터넷관련강의가 있었다. 일주일에 한시간짜리인 이 강의는 학생들이 직접 섭외해서 외부스피커를 초청해 진행하는 시간이었다. 당시 나도 뭔가 기여를 하기 위해 초청을 할만한 외부인사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2000년 1월 쇼핑 가격비교 검색엔진인 Mysimon.com7억불에 CNET에 매각해 유명해진 마이클 양이 Haas MBA선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어찌어찌 연락이 닿아서 강의에 외부연사로 초청을 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링크드인이나 페이스북, 트위터같은 소셜네트워크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누군가를 찾고 섭외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마이클 양이 강연요청을 수락해주셔서 정말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비록 닷컴버블이 꺼졌다고는 하지만 당시 환율로 거의 1조원에 가까운 가격으로 회사를 매각한 것이기에 나는 강연에서 자신의 성공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하는 잘나가는 비즈니스맨의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접한 마이클 양은 조용히  자신이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며 성공은 단지 행운이었다고 계속 반복해서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그는 특히 “내 손으로 만든 마이사이먼을 계속 키워나가고 싶었는데 CNET와서 사겠다고 했다. 나는 반대했지만 내 투자자들과 내 집사람까지 포함해 주위 모든 사람들이 모두 파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회사를 팔았는데 그리고 나서 얼마지나지 않아 나스닥시장이 폭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정말 Lucky했다고 성공을 운으로 돌렸다.

그때까지 나는 (기자로서의 경력을 통해) 닷컴붐으로 벼락부자가 된 뒤 잘난 척을 하는 기업가들을 많이 봐왔기에 마이클 양의 그런 겸손한 태도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마이클 양은 그뒤 오래지나지 않아 Netgeo라는 회사를 창업하셨고 그 뒤 이어진 한 만남에서 “왜 또 기업을 시작하셨는가?”라는 내 질문에 “창업은 나에게 주어진 소명(Mission)인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는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즉, 첫 기업을 통해서 돈을 벌었기 때문에 다시 또 기업을 시작해서 성공시키는 것이 사회에 다시 보답을 하는 길이라는 말이었다. 나는 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당시 나는 평생 놀아도 될 만큼 돈을 많이 번 실리콘밸리의 거부들이 또다시 창업에 나서는 것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했었다. 투자자로서만 유유자적하게 살아도 될 것 같은데 왜 또 저런 고생을 사서 할까? 하지만 마이클 양의 이야기를 듣고 이런 Serial entreprenuer들이 실리콘밸리의 오늘을 만든 원동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스티브 잡스도 따지고 보면 자신이 창업한 애플을 나와서 넥스트컴퓨터를 만들고 픽사를 인수해 성공시킨 Serial Entrepreneur 아닌가.

연합뉴스의 인터뷰를 보면 이런 부분이 나온다.

– 90년대 말 이후 지금까지 10년 넘게 왕성하게 창업과 경영활동을 했는데 원동력이 무엇인가.

▲ 몸속에 창업 DNA가 있는지 모르겠다. 창업이 재미있고 좋아하는 것 같다. 어떤 기회를 보고 아이디어를 이용하고 기술을 응용해 새 회사를 차린다는 게 엄청난 기회라고 생각한다. 특히 여기(실리콘밸리)서는 나이가 장애가 되지 않는다. 마이사이먼을 시작할 때 이미 37세였다. 40대, 50대에도 충분히 활동할 수 있다. 한국에서 능력이 있는 사람인데도 40대에 명예퇴직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다.

또 내가 몰랐던 것은 “마이사이먼 당시 자금조달을 위해 200곳을 찾아갔으나 195곳에서 거절당했다. 전문 투자가들이 안 된다고 할 때 정말 안 되는 것인가 의심이 들기도 했다”라는 부분이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우리는 항상 “7억불 매각 대박”이라는 기사제목만 보고 쉽게 성공했구나 하는데 자세히 이면을 들여다보면 항상 지난한 노력이 있었다. 앵그리버드를 내놓기 전에 로비오도 51번의 그저그런 게임을 내놓으며 실패를 맛보았다고 하지 않던가.

2002년 5월 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간 나는 한동안 마이클 양을 다시 뵙지 못했다. 그러다가 2007년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Daum Knowledge Officer라는 직함을 가지고 실리콘밸리를 다시 왕래하면서 마이클 양을 다시 연락드리고 뵙게 됐다. 나를 잘 기억해주고 계셨다. 이번에는 Become.com이라는 마이사이먼과 비슷한 가격검색엔진 스타트업을 시작하셔서 왕성하게 또 기업을 이끌고 계셨다.

이후 2009년 내가 라이코스CEO를 맡게 되면서 더 자주 연락드리고 미국기업을 경영하는데 필요한 노하우를 자문받았다. 가끔 사람고민까지 포함해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어려운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을 받기도 했다. 나의 CEO멘토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연합뉴스인터뷰를 통해서 마이클 양 자신도 유료로 전직 CEO출신 “CEO코치”의 자문을 받고 계신 것을 처음 알았다. 내게 공짜로 조언은 물론 밥까지 자주 사주셨는데… (감사합니다!)

– 창업과 경영과 관련해 멘토가 있는지.

▲ 특별한 멘토는 없지만 주변에 조언을 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지난 2년간은 CEO를 상대로 전문적인 조언을 주는 전직 CEO 출신 ‘CEO코치’의 도움을 받았다. 시간당 400달러나 되지만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고 사적인 일까지 들어주고 중립적인 피드백을 준다.

이 기사를 보고 다시 느꼈는데 CEO에게는 믿고 고충을 털어놓고 조언을 받을 수 있는 멘토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회사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 정말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비용까지 들여가면서 CEO코치를 받고 계신지는 몰랐다. 그만큼 그 가치와 필요성을 알고 계신 탓이리라.

지난 3월 Become.com의 CEO에서 이사회의장으로 자리를 옮기신 마이클 양을 뵙고 식사를 한 일이 있다. 8년간 쉼없이 이끌어왔던 Become.com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이제는 재충전하면서 또 다른 도전을 하시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평소 미국의 유대인이나 중국인, 인도인커뮤니티에 비해 한국인들의 네트워크파워가 약하다는 점을 안타까워하셨는데 이번에 ‘CKA(Council of Korean Americans)’를 결성하셨다. 권율, 샘 윤 등 성공한 한국계2세들이 참여한 CKA는 6월7일 백악관에서 Korean community를 위한 브리핑행사를 개최한다. 감사하게도 나도 초청해주셔서 그날 행사에 참가할 예정이다.

평소 존경하던 분의 인터뷰를 연합뉴스에서 접하고 블로그에 가볍게 그 분과의 인연을 적어보았다.

Written by estima7

2012년 5월 28일 at 10: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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