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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국 정상의 글도 실어주는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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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의 기고문이 실린 9월12일자 NYT Op-ed면.

푸틴의 기고문이 실린 9월12일자 NYT Op-ed면.

지난주 <뉴욕 타임스>는 백악관과 미국 의회를 발칵 뒤집어놓는 글을 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기고문을 게재한 것이다. 이 글에서 푸틴은 “점점 많은 세계인들이 미국을 민주주의 모델이 아닌 폭력에만 의존하는 국가로 여긴다”고 썼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시리아 공격 계획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우리의 경우에 비유하면 한국의 대표 신문이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한국 비판 글을 받아서 실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푸틴이 글에서 주장하는 내용의 정당성은 차치하고라도 나는 이처럼 다양한 인물의 다양한 견해를 과감히 수용해 게재하는 뉴욕타임스의 편집 방침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사설과 칼럼이 실리는 지면을 미국 신문에서는 옵에드(Op-Ed)면이라고 한다. 푸틴의 기고문이 실린 옵에드면을 의견-사설면(Opinion-Edtorial)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여기서 옵에드는 ‘사설의 반대’(Opposite-Editorial)의 약자다. 논설위원들이 무기명으로 작성하는 신문사의 공식적인 주장인 사설과 대치되는 의견이라는 뜻이다. 1970년에 처음 등장한 뉴욕타임스 옵에드면은 회사 외부인들의 뉴욕타임스와는 다른 의견을 소개하고자 만들어졌다.

이런 외부인의 다양한 시각을 담은 글은 뉴욕타임스의 지면을 차별화한다. 그리고 간간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는 글이 나온다.

2012년 골드만삭스의 간부였던 그레그 스미스는 ‘왜 나는 골드만삭스를 떠나는가라는 기고문으로 월스트리트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글이 뉴욕타임스에 실리는 날 새벽에 보스에게 사직 이메일을 보낸 그는 작심하고 직접 경험한 탐욕스러운 골드만삭스의 문화에 대해서 기고문을 통해 조목조목 고발했다. 골드만삭스의 주가는 그날 3.4% 하락하고 이후 월스트리트의 탐욕에 대한 보도가 잇따랐다.

2011년에는 억만장자 워런 버핏이 ‘슈퍼리치 감싸기를 멈추라’라는 글을 기고해 자신의 소득세율이 자기 직원들의 그것보다 훨씬 낮다고 고백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부자들이 솔선수범해서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정치권부터 언론까지 광범위한 토론이 이어졌다.

얼마 전에는 유명 할리우드 배우인 앤절리나 졸리가 ‘나의 의료 선택’이라는 글을 기고해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졸리가 유방암 예방 차원에서 이중 유방절제술을 받은 사실을 용기 있게 밝히면서 세계적으로 유방암의 위험에 처한 여성들에게 조명이 집중된 것이다.

이런 글들은 뉴욕타임스에 실린 뒤 텔레비전·신문·라디오·SNS에 후속 보도와 토론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에게 ‘생각해볼 거리’를 던진다. 꼭 뉴욕타임스 독자가 아니더라도 웬만하면 내용을 알게 될 만큼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뉴욕타임스는 매주 수천통씩 들어오는 기고문을 모두 읽어보고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대부분은 거절되지만 채택하기로 결정된 글의 경우에는 면밀한 사실확인과 편집을 거쳐 작성자 본인의 동의를 받은 뒤에 발표된다. 이런 글들은 뉴욕타임스 사설과 유명 칼럼니스트의 글과 나란히 게재된다.

유명인사라고, 외국의 정상이라고 우대해서 글을 실어주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시의성이 있고 색다른 시각을 제공해 논쟁을 유발할 수 있는 좋은 글이어야 한다. 푸틴의 기고는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시의적절하게 들어왔으며 논쟁점을 잘 부각한 좋은 글이었기 때문에 게재했다는 것이다.

갈수록 당파성이 심해지는 한국의 신문에서 신문사의 논조와 배치되는 시각을 담은 외부 기고자의 글을 읽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회사 논조와 다르더라도 사회의 다양한 의견을 겸허히 경청해 소개하고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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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7일자 한겨레지면에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 칼럼으로 기고한 내용.

이번 칼럼차례에서는 유독 마지막까지 어떤 내용을 써야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곤혹스러웠다. 꼭 데드라인이 닥쳐야 글을 쓰는 평생의 버릇 때문에 일요일을 소비한다. (한달에 한번씩 일요일오후가 데드라인이다.)

그러다가 NYT 목요일자에 실려 화제가 된 푸틴의 기고문을 떠올렸다. 안그래도 오바마와 푸틴이 서로 사이가 안좋아 불편하고 으르렁거리는 사이가 됐고, 시리아사태에 있어서도 양국이 완전히 상반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런데 오바마의 앙숙과도 같은 푸틴의 글을 과감히 받아서 실은 NYT의 편집이 신기했다. 특히 진보적이며 항상 오바마의 정책에 대해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NYT 아닌가.

그리고 떠올려보니 ‘왜 나는 골드만삭스를 떠나는가’(그레그 스미스), ‘수퍼리치 감싸기를 멈추라’(워런 버핏), ‘나의 의료선택’(앤절리나 졸리) 같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던 NYT Op-ed면 기고문들이 생각났다. 당시에 얼마나 화제가 됐는지 내 기억에도 선명하게 남아있는 글들이다. NYT에 실린 날, 이 내용을 미국의 거의 모든 언론이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래서 이 내용을 가지고 칼럼을 쓰기로 하고 Op-ed면의 역사에 대해서 몇개의 글을 읽고 공부했다. 위키피디아의 Op-ed소개 항목 외에도 NYT의 Op-ed에 대한 자세한 소개글 ‘And Now a Word From Op-Ed‘, 푸틴의 글이 실리게 된 경위를 소개한 NYT 퍼블릭에디터의 글 ‘The Story Behind the Putin Op-Ed Article in The Times’ 등을 참고했다.

다만 좀 쫓겨서 쓴 탓에 글이 나가고 나서 몇가지 비판을 받았다.

우선 제목을 ‘적국 정상의 글도 실어주는 신문’으로 한 점. 러시아가 미국의 라이벌국가이긴 하지만 적국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며 많은 부분에서 미국의 외교정책과 러시아의 외교정책이 대척점에 있고 특히 푸틴과 오바마의 사이가 나쁘다는 점에서 좀 강력하게 제목을 써봤다. (미국 뉴스에서 푸틴을 “Foe”라고 지칭하는 것을 들은 일도 있다.) 그리고 사실 좋은 제목 아이디어가 없어서 급하게 붙이고 한겨레에 보냈는데 수정 않고 그대로 내보내주셨다. 그래서 문제제기성 코맨트를 여러번 받았다. 내가 좀 경솔했다.

두번째로 Opposite-Editorial의 Opposite를 ‘반대’로 번역했는데 ‘반대편’이 조금 더 적절할 뻔 했다. 사실 ‘반대’와 ‘반대편’(다른쪽)의 두가지 의미가 혼재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NYT를 너무 미화한 것 같아서 찜찜하기도 했다. 짧은 분량 탓에 충분히 설명할 수가 없었는데 미국신문들도 자신들의 성향에 따라 입맛에 맞는 외부기고를 받는 경향이 물론 있다. WSJ 같은 경우 보수적이고 항상 오바마를 비판하는 칼럼으로 가득하다. NYT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번 푸틴 칼럼의 경우처럼 전혀 의외의 인물의 다양한 시각을 담은 글을 게재하는 경우가 NYT는 많은 편이다. 그래서 소개하고 싶었다.

영어적인 표현이 많아서 문장이 부자연스럽다는 지적도 받았다. 미국에 살다보니 나도 모르게 영향을 받은 것 같고, 또 퇴고를 소홀히 한 탓이기도 하다.

어쨌든 한겨레 지면을 포함해서 너무 한쪽의 정치적인 주장만 넘쳐나는 글이 가득찬 한국신문의 오피니언면은 좀 피곤하다. (나만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세상을 좀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새로운 생각거리, 논쟁거리를 던져주는 좋은 글들이 실리는 오피니언면을 바라는 마음에서 좀 주제넘은 글을 써봤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9월 17일 at 4:37 오후

생각의 단편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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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피드백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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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백악관에서 또 이메일하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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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오바마이메일에 숨겨진 과학”에서도 썼지만 참으로 백악관이나 민주당진영에서 보내는 메일은 참 영리하다. 우선 제목이 너무 평범하고 보내는 발신인도 평범한 사람이름으로 되어 있어서 얼핏보면 친구나 아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보낸 메일으로 착각하고 바로 지우지 않고 무심코 열어보게 된다. 이 이메일도 제목이 “What’d you think?”라고 약간 장난처럼 적혀있다. 하지만 메일의 내용은 진지하다. 지난 화요일저녁의 오바마의 State of the union, 연두교서연설이 어땠냐는 질문이다.

어쨌든 이 이메일을 클릭해서 오바마의 연두교서 페이지를 열어보고 적극적으로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는 미국의 문화를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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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오바마의 연두교서사이트의 맨 윗부분은 동영상을 붙여놓았다. 연두교서 연설을 다시 처음부터 동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연설의 전체 내용스크립트가 길게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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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놀란 것은 연설 스크립트에서 위에 보이는 것처럼 연설문의 각 문단이나 주요부분을 하일라이트로 선택할 수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 짧은 의견을 보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전체연설내용에 대해서만 의견을 받는 것이 아니라 연설내용 토픽 하나하나 세밀하게 다 의견을 받는 방향으로 웹사이트를 디자인했다는 것이다. 정말 적극적으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연두교서사이트를 보면서 새삼 다시 느꼈는데 미국에 살면서 보면 이처럼 열심히 고객의 피드백을 받는 문화가 곳곳에 뿌리박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리뷰를 쓴다. 예를 들면 아마존이나 Yelp, Airbnb, Tripadvisor같은 회사는 고객의 리뷰 없이는 존립할 수 없는 회사다. 사람들은 참 신기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편지로, 전화로, 온라인댓글, 리뷰 등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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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묵었던 Airbnb 집주인이 나에 대해서 평가한 리뷰. 난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평소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예전에 Airbnb를 이용했을때 예상치 못했던 것이 내가 묵는 호스트를 평가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집주인도 손님인 나를 평가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양방향 피드백이 일상화되어 있다.

대학에서도, 컨퍼런스에서도, 짧은 강연장에서도 행사가 끝나면 바로 피드백 평가서를 주면서 써달라고 하는 경우가 흔하다.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피드백이 일반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 며칠전 오렌지카운티에 출장을 갔다가 공항에서 택시를 탔다. 택시를 타는데 공항직원이 엽서를 준다. 택시가 친절한지 써서 보내달라는 것이다. 모든 승객에게 다 준다.

그것도 모자라 택시를 탔더니 아래와 같은 안내문이 창에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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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s the ride? 택시를 이용하는데 불편이 없느냐는 얘기다. 쉽게 문자나 인터넷으로 피드백을 보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호기심에 스마트폰으로 바코드를 읽어봤다. 그랬더니 바로 아래와 같은 간단한 페이지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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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할 것 하나 없이 아주 쉽게 의견을 보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는 옵션이다. 꼭 밝히지 않아도 된다. 우연히도 기사가 한국분이셔서 “It was a pleasant ride”라고 적었다.^^

이렇게 레스토랑이나 택시회사 등이 쉽게 고객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TellTheBoss.com라는 회사도 있다.

물론 미국에 살아보면 엉망인 서비스들도 많다. 하지만 곳곳에서 이처럼 열심히 고객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사람들은 꼭 비판만 하지 않는다. 칭찬도 많이 한다. 그리고 그런 칭찬과 비판을 통해서 좀더 나은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는 것 같다.

그냥 문득 든 생각을 써봤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2월 14일 at 11:59 오후

오바마 취임식에서 느끼는 스마트폰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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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바마의 2번째 취임식을 보면서 4년전 2009년 1월, 그의 첫번째 취임식 당시 (아마도) 했던 트윗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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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오바마가 선서하는 모습을 아이폰으로 찍고 있는 뒤에 선 사람을 보고 “미 정부의 고위인사가 쓸 정도로 아이폰이 많이 퍼진 듯 하다”고 썼던 것 같다. 저 아이폰은 2007년 6월말에 처음 발매된 오리지널 아이폰이다. 당시의 최신 아이폰모델은 2008년 7월에 발매된 아이폰3G였는데 저 분은 아직 최신폰으로 바꾸지는 않았던 듯 싶다. 오바마는 당시 블랙베리를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첫번째 안드로이드폰인 HTC Dream은 2008년 10월말에 처음 등장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폰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을 전혀 볼수가 없는 때였다.

블랙베리와 일부 아이폰을 제외하고는 스마트폰을 보기 힘든 때였기 때문에 어쨌든 저런 자리에서 아이폰을 들고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다.

그런데 오늘 2013년 1월21일 두번째 취임식에서는 이런 모습이 비춰졌다. 카메라가 어디를 향하던 보이는 스마트폰의 물결에 확실히 스마트폰시대에 접어든 것을 실감한다.

Screen Shot 2013-01-21 at 11.08.38 PM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진 오바마가족의 모습.

Screen Shot 2013-01-21 at 10.52.39 PM오바마부부의 댄스모습을 찍는 스마트폰의 물결.

Screen Shot 2013-01-21 at 11.13.16 PM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이다. 또 4년뒤 대통령 취임식에는 사람들의 손에 무엇이 들려있을까 궁금하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1월 21일 at 11:20 오후

오바마 이메일에 숨겨진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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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한달전에 시사인에 기고했던 오바마의 이메일 이야기입니다. 저는 지난 1년여동안 미국에서 대선을 지켜보면서 오바마선거캠페인팀의 능력에 대해서 경외심을 가질 정도로 놀랐습니다. 빅데이터를 이용해 정밀하게 마이크로타겟팅을 해서 유권자를 공략하는 능력이 대단했거든요. 아래 글은 오바마의 대선캠페인홈페이지에 직접 가입해서 이메일마케팅의 대상이 되었던 제가 직접 느낀 점과 최근 비즈니스위크의 기사에서 알게 된 사실을 더해서 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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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 롬니가 공화당의 정식대선후보로 확정되고 오바마와의 대결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올해 6월말, 나는 뉴욕타임즈 웹사이트를 보다가 오바마의 선거캠페인배너광고를 만났다. “버락과 저녁을. 항공권은 우리가 부담”(위에 보이는 배너광고)이라고 써있었다. 현직 대통령이 무슨 인터넷쇼핑몰이나 하는 스타일로 낚시광고를 내다니 좀 신기하기도 하고 목적이 뭘까 궁금했다. 그래서 한번 클릭해봤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그것은 대통령선거자금을 모금하기 위한 캠페인이었다. 8월에 시카고에서 열리는 오바마의 생일파티에 온라인으로 5불이상을 기부한 이들중 몇명을 추첨해 초대한다는 것이었다. 오바마가 온라인에서 선거캠페인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궁금했던 나는 소액을 기부하고 내 이메일을 등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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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이메일을 등록했는데 이게 에러였다. 내 예상이상으로 하루가 멀다하고 ‘오바마의 사람들’에게서 이메일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미쉘 오바마가 “우리를 만나러 날아오세요.(Fly out to meet us)”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오바마와의 결혼생활을 회고하는 글로 시작한 이 이메일은 11월의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부로 힘을 보태달라며 당첨될 경우 공짜로 파티에 참석할 수 있다고 끝맺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오바마의 대선기획단장인 짐 메시나, 부통령 조 바이든, 수석보좌관 데이빗 액셀로드 그리고 가끔은 오바마 대통령 본인의 이름으로 “커피 한잔 사고 싶다(I want to buy you a coffee)”,  “이런 말을 하게 되서 슬프지만(Sad to say)” 등등 짧은 제목의 이메일이 매일처럼 날아왔다. 사진과 그림으로 장식된 요란한 메일은 아니고 모두 텍스트로만 된 간결한 이메일이었다. 모두 나름 호소력있는 메시지로 기부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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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위의 이메일 같은 것은 제목을 보고 스팸메일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다. 제목이 “Warning : This picture is cute”(경고:이 사진은 깜찍합니다).

이렇게 한달동안 수십통의 이메일을 받은뒤 이건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결국 이메일수신거부를 신청했다. 그리고나서야 오바마의 이메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효과가 있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최근 비즈니스위크에 실린 “오바마 캠페인이메일에 숨겨진 과학“이란 기사에 따르면 오바마가 온라인에서 모금한 6억9천만불(약 7천5백억원)의 대부분은 이런 모금이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오바마의 이메일팀은 매번 이메일을 보낼 때마다 각기 다른 제목과 내용으로 보통 18가지 다른 버전을 만든 뒤 일부 작은 그룹에게 보내 반응을 시험했다. 제목만 다른 것이 아니고 기부를 요청하는 최소금액, 내용, 포맷까지 변화시키며 다양하게 효과를 시험했다. 그래서 가장 많은 클릭을 유도하는 버전을 선정한 다음에야 비로소 수천만명에게 메일을 발송했다. 소위 A/B 테스팅이라고 하는 이런 끊임없는 실험을 통해 오바마캠프는 효과적인 모금을 위한 몇가지 비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우선 마치 친구에게 받은 것처럼 친숙하고 편안한 제목을 단 이메일이 가장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헤이(Hey)’라는 제목의 메일 하나는 수백만불을 모금했다. 두번째로는 이메일을 많이 보내면 효과가 반감될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됐다. 이메일을 더 많이, 자주, 보내더라도 실제로 해지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오바마팀은 선거전 막바지에는 20명의 작가팀을 총동원해 수백개의 다양한 이메일제목과 내용을 작성해 효과가 있는 것들을 지지자들에게 보내서 엄청난 온라인모금액을 올리는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많은 이메일을 받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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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캠프의 디지털선거전에 대한 투자는 롬니캠프를 10배로 압도했다. (PBS뉴스캡처)

이처럼 오바마는 2008년 대선당시 지지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갈고 닦아 보완해 효과적으로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데이터분석에 기반한 선거운동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것이다. 오바마캠프는 통계분석팀을 4년전보다 5배 확대하고 디지털캠페인에 예산을 3배증액하는 등 디지털선거전략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감으로 하는 선거는 이제 끝났다.

Written by estima7

2012년 12월 26일 at 2:44 오후

미국 대선 토론을 보고 놀란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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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 사이 미국에서는 두차례의 대선 TV토론이 있었다. 현직 대통령인 오바마와 그에 도전하는 공화당 후보 롬니의 1차 토론과 부통령인 조 바이든과 도전자 폴 라이언의 토론이 그것이다. 첫번째 토론에서 롬니의 예상외 승리로 오바마의 우세에서 전세가 다시 박빙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 대선 TV토론에 별 관심이 없었던 나는 미국의 대선 토론을 보며 세가지 점에서 놀랐다.

첫째, 국민과 언론의 높은 관심이다. 1차 토론회가 열리기 훨씬 전부터 언론은 지난 대선 토론의 중요 장면들을 보여주며 분위기를 띄웠다. 양쪽 진영이 토론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토론회의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보도하며 국민들의 관심을 환기했다. 대선 TV토론 자체는 <에이비시>(ABC), <엔비시>(NBC) 등 메이저 채널을 비롯해 <폭스>, <시엔엔>(CNN) 등 케이블 채널까지 무려 11개 TV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그 결과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6700만명이 넘는 미국인이 집에서 TV로 1차 대선 토론을 시청해 대선 TV토론 역사상 32년 만에 최고의 시청률이 나왔다. 모든 채널의 프로그램을 통틀어 올 2월 열렸던 미식축구대회결승전인 수퍼볼 다음으로 시청율이 높게 나왔다는 것이다.

바에서 스포츠경기를 관전하듯 토론중계를 보는 미국인들.(NYT사진)

마치 스포츠 경기를 관전하듯 삼삼오오 바에 모여 한잔씩 하며 토론을 시청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1차 대선토론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관련트윗이 발생했는지를 분석한 그래프(출처:트위터)

둘째는 소셜미디어의 가공할 영향력이다. 1차 대선 토론이 벌어진 90분 동안 토론과 관련해 1000만개가 넘는 트위터 메시지가 쏟아졌다. 유력정치인부터 일반국민에 이르기까지 토론을 지켜보며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쏟아낸 것이다. 이는 1분당 평균 11만개의 메시지가 쏟아진 것이며, 주목을 끄는 발언이 나올 때면 분당 15만개까지 메시지 수가 늘어나기도 했다. 사람들은 토론을 시청하며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자신과 연결된 사람들과 즉각 의견을 나눴다. 나도 미국인 친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트위터와 스마트폰이 막 성장하기 시작한 4년 전의 대선에서 조금씩 나타나던 현상이 이젠 일반대중에게까지 확산된 것이다. 그 결과 한밤중에 열리는 토론회의 승패를 다음날 아침 조간을 받아보기도 전에 트위터를 통해 즉각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NYT홈페이지 캡처. 위에 동영상을 보여주며 아래에는 자동으로 스크롤되는 토론내용 대본과 함께 오른쪽에 Fact check글을 연결해놓았다.

셋째는 팩트체크, 즉 사실확인에 대한 언론의 노력이다. 미국 언론들은 토론회에서 후보들이 사실에 입각한 정확한 발언을 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뉴욕 타임스>는 토론회 직전까지 20명의 기자를 투입해 76개의 팩트체킹 보고서를 미리 작성해 놓았다. 즉, 감세정책, 실업률, 재정적자 등에 대해 예상되는 토론과 관련 수치를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이다. 그리고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실시간으로 블로그를 통해 후보의 발언이 정확한지를 검증·해설했다. 그리고 토론이 끝난 뒤 90분간의 토론 전체 대본과 동영상을 누리집(홈페이지)에 올리고 검증이 필요한 부분에 대한 해설기사를 조목조목 게시했다. 이런 현미경 같은 검증공세 속에서 후보자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토론을 하기 위해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모습을 보며 동문서답에다 모호한 답을 해도 대충 넘어가며 제대로 된 토론과는 한참 거리가 멀었던 우리의 지난 대선 TV토론이 떠올랐다. 미국처럼 여론의 엄청난 관심이 집중되고 제대로 준비가 된 티브이토론회가 열린다면 우리의 대선 후보들도 더욱 열심히 준비하고 진지한 자세로 임하지 않을까?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리더의 중요성을 생각한다면 후보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대선 토론에 아무리 큰 관심을 기울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야말로 온 국민이 면접관이 돼서 월드컵을 시청하듯 열심히 대선 토론을 지켜보고 함께 토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10월16일자 한겨레신문에 실렸던 칼럼입니다.)

Written by estima7

2012년 10월 16일 at 8:26 오전

롬니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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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Mother Jones라는 진보잡지를 통해 공개되어 거센 정치적 폭풍(Political Firestorm)으로 비화된 지난 5월의 롬니의 발언. 그가 부자 정치헌금자들과의 비공개모임에서 발언한 내용이라고 한다. 이걸 들어보고 어쩌면 이 사람은 이렇게 무신경하고 무지한 사람일까하고 다시 한번 탄식하게 됐다.

그가 한 발언중 문제가 된 부분은 이렇다.

There are 47 percent of the people who will vote for the president no matter what. All right, there are 47 percent who are with him, who are dependent upon government, who believe that they are victims, who believe the government has a responsibility to care for them, who believe that they are entitled to health care, to food, to housing, to you-name-it. That that’s an entitlement. And the government should give it to them. And they will vote for this president no matter what…These are people who pay no income tax…[M]y job is is not to worry about those people. I’ll never convince them they should take personal responsibility and care for their lives.

지금 미국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오바마대통령에게 투표할 사람이 47%다. 그렇다. 대통령과 함께 할 47%는 정부에 기대는 사람들이다. 자신들이 희생자라고 믿는 사람들이다. 정부가 자기들을 돌봐주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건강보험, 음식, 집까지 뭐든지 자기들이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그것이 바로 복지문제다.(Entitlement:내맘대로 번역) 그리고 정부는 그들에게 그 복지를 제공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 대통령에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투표할 것이다. 이 사람들은 소득세를 내지 않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신경써서는 안된다. 난 결코 그들이 자신의 삶에 있어서 개인적인 책무가 있다고 납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단순하고 이분법적인 생각을 할까. 미국국민의 절반을 있는 사람들에게 무임승차하는 “Freeloader”로 치부한 셈이다. 세상에는 부자와 그에 빌붙는 가난한 사람밖에 없단 말인가. 더구나 자신에게 큰 돈을 기부한 부자들과 가진 밀실 모임에서 이런 속내를 드러냈다니 더 한심하다.

오늘 NYT칼럼 Thurston Howell Romney에서 데이빗 브룩스가 밋 롬니의 무지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The people who receive the disproportionate share of government spending are not big-government lovers. They are Republicans. They are senior citizens. They are white men with high school degrees. As Bill Galston of the Brookings Institution has noted, the people who have benefited from the entitlements explosion are middle-class workers, more so than the dependent poor.

이런 불균형적인 정부보조를 받는 사람들은 큰 정부를 사랑하는 사람들(민주당지지자)이 아니다. 그들은 공화당원이다. 그들은 노년층이다. 그들은 고교졸업장만을 가진 백인들이다. 부루킹스연구소의 빌 갤스턴이 썼듯이 폭증하는 복지혜택의 덕을 본 사람들은 극빈자들이 아니라 중산층이다.

즉, 밋 롬니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자신의 지지층을 공격하는 자살골을 넣었다는 말이다. 마치 미국중부의 연금을 받으며 생활하는 백인노인층을 겨냥한 듯한 발언이다.

진보적인 신문 NYT의 유명한 보수논객으로 롬니를 지지하는 글을 가끔 써온 브룩스는 이렇게 끝맺는다.

“Mr. Romney, your entitlement reform ideas are essential, but when will the incompetence stop?” – 롬니씨, 당신의 복지개혁아이디어는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무능을 보여줄 것입니까?

안그래도 롬니는 외교정책 관련해서도 그렇고 지난 몇달동안 입을 열때마다 실언으로 점수를 까먹고 있었다. 그런데 이 비디오로 전세는 완전히 기운 것 같다. 밋 롬니는 끝났다. 오바마는 참 운이 좋다.

사족 : 이번 비디오유출사태의 일등공신중 하나는 역시 또 유튜브인 듯 싶다. 지난 5월의 모임에서 몰래 찍은 이 비디오는 일부가 유튜브에 공개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비디오를 발견한 전 대통령 지미 카터의 손자 제임스 카터가 끈질기게 소유자를 설득해서 이번에 전체 비디오를 공개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Written by estima7

2012년 9월 18일 at 4:57 오후

아날로그 후보, 존 메케인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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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fish69 최시중 위원장 국감 중 발언 “휴대폰 문자 메시지 볼 줄은 아는데 보낼 줄은 모릅니다”

이 트윗을 보고 작년 치열한 미국 대통령선거당시 뉴욕타임즈가 게재했던 컬럼이 생각났다. 제목은 “McCain, the Analog Candidate”

익히 알다시피 오바마는 블랙베리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거의 ‘블랙베리 홍보대사’로까지 불리울 정도.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사용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한마디로 인터넷을 이용한 대통령선거전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그에 비해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존 메케인은 어떤가. 이 기사에 따르면 맥케인 자신이 ‘나는 네안데르탈인’이라고 인정할 정도로 컴퓨터를 잘 활용하지 못했다. 문자는 물론 스마트폰, 트위터도 쓰지 못한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기자는 의문을 표한다. 미국인의 73%가 인터넷을 쓰고 컴퓨터가 미국인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시대에 컴맹인 대통령을 갖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똑똑한 스탭들에 둘러싸여있으니 몰라도 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We’re not asking for a president to answer his own e-mail,” said Paul Saffo, a Silicon Valley futurist who teaches at Stanford. “We’re asking for a president who understands the context of what e-mail means.”

한 실리콘밸리 인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맞는 말인 것 같다. 국민들과 같이 호흡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User Experience’를 이해해야 한다. 맥락을 알아야한다. 아이폰을 써보지 않고는 절대 이해 못하는 것과 같다.

어쨌든 늦었지만 한번 읽어볼만한 칼럼이니 일독을 권한다. 그리고 존 메케인은 지켜본 결과 상당히 합리적인 사람이며 오히려 테크놀로지쪽에 이해도 깊고 많은 공헌을 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개인취향으로 문자를 안썼을 수도 있는데 좀 억울하기도 했겠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만큼, 자리가 자리인만큼 그가 컴맹이라는 사실이 실리콘밸리 등에서는 많이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맥케인도 대선이후에는 트위터를 시작했다. (미리 계정을 만들어놓았겠지만 어쨌든 본격적으로 쓰고 있다) 아주 많은 글을 올리지는 않지만 적어도 본인이 쓰는 것 같은 느낌은 난다. 적어도 멕케인도 이제는 트위터 할 줄 안다. 트위터가 뭔지 이제는 이해한다.

Written by estima7

2009년 10월 7일 at 12: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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