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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틸 강연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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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5일 오후 3시반에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에 있는 서울컨벤션에서 피터 틸 강연회를 개최했습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피터 틸의 ‘제로투원’한국판을 발간한 한경BP와 함께 네이버 후원으로 이 강연회를 개최했습니다. 기록해 두고 싶어서 간단히 그 후기를 써봅니다.

원래 저는 Zero To One이라는 책이 지난 9월 미국에서 출간됐다는 것은 알았지만 미리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한경BP에서 연락을 주셔서 “번역해볼 생각이 없느냐”고 하셔서 그때는 고사했습니다. 도저히 여유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 뒤에도 계속 추천사를 부탁하시는등 제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유럽 출장 등으로 바빠서 사실 추천사도 쓰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책이 나오고 나서 1월에 연락을 또 주셔서 피터 틸을 초청하는 건으로 의논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피터 틸이 한국 강연을 하면 한국의 스타트업생태계를 위해서 좋은 자극이 될 것 같아서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습니다.

고민은 어떻게 하면 피터 틸이 한국에 오게 할 수 있을까에서 시작됐습니다. 피터 틸이 대중강연에 적극적이고 일본에서도 책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아시아투어를 할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에 오도록 꼬셔보는 정중한 편지를 하나 써서 보내보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개런티를 얼마 줘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개인전용기를 타고 다니는 사람에게 퍼스트클래스 비행기표를 보내주는 것도 말이 안되고요. 돈이 아쉬운 사람은 아니니 일단 좋은 명분을 담은 편지부터 보내보자고 이야기했습니다. (피터 틸의 자산은 2조3천억원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힐러리 같은 정치인들은 몇억을 줘야 옵니다.

그리고 나서 얼마 안되서 한경BP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피터 틸이 오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먼저 제안을 한 것이 아니라 그쪽에서 먼저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에 가겠다고 연락이 왔다는 것입니다. 덕분에 강연료나 여비는 전혀 지불하지 않고 강연회를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행사장 대관료와 통역비용 등은 저희가 부담했습니다.)

그렇게해서 피터 틸의 내한 일정이 정해졌습니다. 그는 학생, 일반인을 대상으로 각각 한번씩 두번의 대중강연회와 방송, 신문 각각 한번의 인터뷰를 하겠다고 알려왔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연세대에서 강연회를 갖고 일반인 대상 강연회는 저희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맡아서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언론은 방송은 KBS, 신문은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저희 25일 일반강연회는 3시반에 시작하는데 가능하면 그가 한국의 스타트업사람들을 좀 만나서 잠시라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강연시작전에 조촐한 간담회를 준비했습니다.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대표, 미미박스의 하형석대표, 퓨처플레이의 류중희대표, 매쉬업엔젤스의 이택경대표 등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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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예상했던대로) 직전 일정인 KBS 녹화가 늦게 끝나서 피터 틸은 30분이상 지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정확히 25분 정도 가볍게 대화를 나누다가 강연장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런데 피터 틸은 참 열정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그를 처음 만나면서 엄청나게 바쁜 일정에 지쳐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사실 첫인상이 조금 지쳐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피곤하지 않느냐”라고 했더니 아니라고 특유의 열정적인 목소리로 이야기하더군요.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는 특히 한국이 활기차게 느껴진다는 얘기를 여러번했습니다. 빈말인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자기 말만 하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창업 생태계는 어떠냐?”, “한국에도 Y콤비네이터 같은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가 있느냐” 등등 질문을 하면서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피터 틸 “아이디어만 좋으면 창의적 인재는 따라온다” 간담회에서 오간 이야기를 소개한 한국경제 박병종기자의 기사입니다.

전날 인터뷰를 한 조선일보 윤형준기자는 “피터 틸이 질문에 대해 아주 열정적으로 열심히 대답해줘서 아주 즐거운 인터뷰였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성공한 사람들을 실제로 만나보면 거만하거나 질문에 대해 대충대충 성의없이 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피터 틸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물론 한국에 대해서 깊이 있게 잘 알고 있지는 못했습니다.

강연을 시작하기 직전에 저는 그의 강연 내용이야 사실 책 내용으 요약해 전달하는 것이니까 강연은 짧게 하고 Q&A를 길게 하면 좋겠다고 그에게 말했습니다. “인터렉션이 많은 것이 좋다”며 그도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강연을 길게 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한 20분만 해줬으면 했는데 한 30여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피터 틸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며칠간 고심했습니다. 나름 고심해서 질문을 많이 만들어두었고 트위터, 페북을 통해서 사전질문도 받았습니다. 뻔한 내용보다는 제가 정말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고자 했습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의미있는 질문을 하고 답을 받고자 했습니다. 질문내용은 강연회 시작 몇시간전에 미리 페이스북을 통해서 공개했습니다. 저는 특히 핀테크쪽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질문을 2개 했습니다. “당신이 창업한 페이팔은 한국에서 서비스가 안되고, 당신이 투자한 트랜스퍼와이즈는 한국에서는 불법이다”라는 얘기를 하니 웃더군요.

현장에서는 Symflow라는 모바일 강연Q&A플랫폼을 통해 청중들의 질문을 직접 받았습니다. 거의 1천명의 청중이 오셨는데 직접 손을 들고 질문을 하기엔 어려운 분위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4시가 조금 넘은 시점에서 Q&A세션을 시작했습니다. 제가 준비한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준비한 질문을 반정도 소화한 시점에서 4시30분에 세션을 끝내달라는 메시지가 메신저로 와서 당황했습니다. 피터 틸을 수행하는 매니저가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그 메시지를 받은 시점에서 5분이내에 끝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끈질기게 더 질문했습니다. 그리고 청중에게서 질문도 Symflow를 통해 1개를 받아서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분위기가 좋아서 그랬는지 피터 틸이 질문을 1개 더 받겠다고 해서 청중질문을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당시 Symflow를 통해서 놀랍게도 총 79개의 질문이 들어왔습니다. 그중에 겨우 2개밖에 소화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도 제 질문이 재미있었는지 피터 틸이 미소를 지으면서 잘 대답을 해줘서 보람이 있었습니다. 원래 끝내달라고 한 시간보다 한 15분 더 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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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틸은 강연회가 끝나고 공저자 블레이크 매스터스와 나란히 앉아 책에 사인도 열심히 해주고 갔습니다. 솔직히 공항으로 바로 떠나야 하는 바쁜 일정이었는데 책 사인회시간을 냈다는데 좀 놀랐습니다. 굉장히 줄을 선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다 사인을 해주고 갔습니다. (정작 저는 책에 사인을 못받았습니다.) 그는 행사를 마치고 대만, 일본, 한국에 이어 마지막 일정인 베이징으로 갔습니다. 전용기를 타고.

정신없이 행사를 진행하느라 정작 피터 틸과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가 대답하는 동안 스마트폰을 곁눈질하면서 남은 시간도 체크하고 Symflow로 들어오는 청중 질문도 신경쓰고 그러느라고 신경이 곤두서 있었습니다.

강연 Q&A내용은 워낙 많은 미디어에서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아래 기사들을 읽어보시면 됩니다.

제로투원 저자 피터틸 강연후기(아웃스탠딩)

피터 틸 9문9답 “독점이 나쁘다고? 성공하려면 독점하라”(이코노믹리뷰)

원래 영어가 짧은데다 그런 자리에서 영어로 대담을 하면 더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고 청중들에게 대화내용 전달도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저는 한국말로 질문하고 피터 틸은 통역을 통해서 질문 내용을 전달받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질문 내용을 통역사에게 미리 전달하기도 해서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일본에서 그렇게 하기에 따라했습니다.)

어쨌든 저는 제로투원에 대한 한국독자들의 반응이 이렇게 뜨거울지는 몰랐습니다. 강연회 공지를 온라인에 올렸을때 1천명이 불과 몇시간만에 이렇게 빨리 매진될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무료강연이기 때문에 No show가 절반가까이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했습니다만 거의 1천명 다 와주셨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큼 지금 한국의 창업열기가 뜨겁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번 강연회는 총력을 다해서 SNS에서 밀어봤습니다. #ZeroToOne 해시태그로 페이스북과 트위터에서 최대한 많이 버즈(Buzz)가 일어나도록 했습니다. SNS를 많이 보시는 분들은 그래서 25일에 저희 강연회 내용을 담은 트윗이나 페북 포스팅을 피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피터 틸 강연 생중계 트윗 모음.

이번 강연회에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상으로 피터 틸 강연회를 마친 간단한 소감 메모를 마칩니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2월 28일 at 11:43 오후

세계의 혁신을 주도하는 미국의 비밀병기 : H1B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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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미국인 과학자인 미치오 카쿠가 지난 2011년에 한 토론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뒤늦게 봤다. 그의 이야기가 내가 미국에서 살면서 비슷하게 느꼈던 점이기에 공감했다. 그는 미국의 과학교육이 엉망인데도 미국의 과학기반이 경쟁력을 잃지 않는 이유를 “H1B비자라는 비밀병기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3분이 안되는 동영상이니 한번 보길 추천한다.)

미국의 비밀병기가 무엇인지 압니까? 그 무기는 H1B입니다. H1B가 없으면 이 나라의 과학기반은 폭삭 주저앉아버릴 겁니다. 구글, 실리콘밸리? 다 잊어버리세요. H1B가 없으면 실리콘밸리도 없습니다.”(America has a secret weapon! That secret weapon is the H-1B, without the H-1B the scientific establishment of this country would collapse! Forget about Google. Forget about Silicon Valley, there would be no Silicon Valley without the H-1B.)

해외에서 온 인재로 가득찬 실리콘밸리에서 살면서 나도 그 점을 절감했다. 쿠퍼티노에서 우리 가족이 살던 아파트단지는 가히 ‘리틀인디아’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인도사람들이 많았는데 얘기해보면 거의 대부분 인도의 명문대학을 졸업하고 뱅갈로르의 IT회사에서 일하다가 애플, 오라클 등에서 H1B비자를 받고 온 사람들이었다. 우리 아들의 가장 친한 친구인 마난의 아빠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이들은 미국에 정착한 다음에는 스타트업 창업에 나서거나 유망한 스타트업에 조인하는 경우가 많았다. (관련 포스팅 : 아시안이 점령한 스티브 잡스의 고향)

일부 천재 백인엔지니어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가본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허리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은 거의 대부분 인도, 중국, 한국, 유럽출신 사람들인 경우가 많았다. 이제 실리콘밸리에는 서울공대, 카이스트, 포항공대 출신들도 굉장히 많다. 한국의 인재유출이 실제로 걱정될 정도다. 미치오 카쿠가 얘기하는 것처럼 중국이나 인도의 인재들은 상당수 본국으로 돌아가 자국의 ‘실리콘밸리’를 만들고 있기도 하다. 한국은? 글쎄 별로 그렇지는 못한 것 같다.

어쨌든 “H1B가 없으면 실리콘밸리도 없습니다.” 정말 공감하는 얘기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2월 21일 at 5:24 오후

상생의 비즈니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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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미국에서 오신 분들을 점심과 저녁에 연달아 만난 일이 있다. 각각 동부와 서부에서 오래 사신 동포분들인데 그 분들과 한국의 비즈니스문화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느낀 것이 있었다. 기억해 두고 싶어서 간단히 메모해본다.

***

첫번째로 만난 분들은 지난 라스베가스 CES에서 뵙고 인사한 분들이었다. 전자제품을 기획해서 한국에서 제작한 다음 미국에서 유통하는 일을 오래 해오셨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에는 한국대신 중국 주하이와 심천쪽의 업체들과 일을 하게 됐다고 한다. 한국업체들과 일하면서 안타까왔던 점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셨다.

“한국거래처와 일할 때 자주 듣는 것이 ‘우리가 다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한 업체에서 물량을 다 소화하기에는 무리일 것 같은데도 ‘다 할 수 있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다른 업체에 일감을 나눠주면 왠지 질투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고집을 피우니 결국 주문을 다 한 업체에 했는데 나중에 납기 일주일 남겨놓고 ‘어려울 것 같다’고 사고가 터집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한국에 출장 나와서 간신히 문제를 해결한 일이 몇번 있습니다. 반면 요즘 중국업체들과 일해보니 그들은 자기가 잘하는 것만 합니다. 하나만 집중적으로 팝니다. PCB면 PCB만 하고 나머지는 주변의 협력업체에 맡기는 것이죠. 서로 유기적으로 잘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주문양도 적절히 나눠서 잘 처리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은 중국회사들이 더 합리적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중국업체들의 성장이 눈부시다는 얘기를 한다. 몇명이 앉아 있는 단칸방 공장에 갔다가 일년뒤에 가보면 그 회사가 수십명 아니 백명이 넘는 회사로 성장해 있는 것을 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번 심천에 갔을때 방문한 Atsmart라는 회사. 각종 IoT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직원이 50명쯤 된다. 그런데 이 회사가 설립된지 불과 1년 2개월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지난번 심천에 갔을때 방문한 Atsmart라는 회사. 각종 IoT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직원이 50명쯤 된다. 그런데 이 회사가 설립된지 불과 1년 2개월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

두번째로 만난 분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나서 자라서 현지 인터넷회사에서 일하다가 30년만에 한국으로 와서 한국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분이다. 한국에 대해서 배우고 조국에 공헌하고 싶어서 일부러 한국행을 택한 멋진 분이다. 그가 미국에서 담당했던 업무는 주로 사업개발(Business development). 그런데 한국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여러가지 문화충격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 한가지.

“미국에서 제가 평생동안 배우고 실행한 기업간의 파트너십 개념과 한국에서의 파트너십 개념이 완전히 다른 것 같아서 놀랐습니다. 미국에서 파트너십이란 장기적인 관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에게 도움이 되야 하고 나의 성공이 파트너의 성공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파트너십관계를 맺을때 ‘내가 저 회사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장기적이고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맺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들은 파트너십은 뭐랄까 승자독식(Winner take all)에 가까왔습니다. 단방향입니다. 규모가 크고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회사는 더 작은 회사에 대해 압력을 행사하는 것 같습니다. 작은 회사의 입장을 봐주지 않고 큰 회사가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이익을 취하려는 것 같습니다. 물론 미국에도 이런 회사들이 없다고 할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작은 회사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는 줍니다.

이렇게 하면 생태계가 생기지 않습니다. 마치 나중에는 텅빈 연못에 큰 물고기 한마리만 남아 있는 것 같은 모양새입니다. 더 많은 큰 물고기가 나올 수 있는 여지를 없애버립니다. 이런 파트너십 문화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그에게 그게 바로 한국 특유의 ‘갑을관계’라고 말해줬다.

***

그날 만난 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 나는 한국의 비즈니스문화가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그리고 자영업자들까지 포함해서 ‘상생’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자란 탓일까. 상대방에 대한 배려보다는 경쟁자를 밟고 올라가야 한다고 배운 것일까.

자신이 잘 하지 못하고 부족한 부분은 직접하지 말고 외부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값을 주고 사서 쓰면 되는데 한국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회사들이 너무 많다. 어쩌다 필요해서 외부 서비스를 받을 때도 필요이상으로 그 댓가를 깎으려는 경우가 많다. IT프로젝트 하청을 주면 최대한 가격을 깎은 담당자가 칭찬을 받는다. 같이 프로젝트를 하게 될 을회사의 입장을 걱정해주는 경우는 별로 없다. (내 경험에서 하는 얘기다.)

반면 내가 미국 라이코스에서 CEO로 일했던 3년동안 느낀 점은 그곳에서는 핵심이 되는 일 이외에는 모두 외부서비스를 사서 쓴다는 점이다. 급여처리서비스, HR서비스, 각종 IT서비스 등 각 틈새시장별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여기저기 숨어있다. 작은 회사라고 차별하지 않고 정해진 가격대로 대금을 지급한다. 직원들에게 너무 비싼 것 같다고 깎을 수 없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랬더니 원래 그런 것이라고 그런 서비스에는 그 정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늦게 주는 일도 없다. 왠만한 서비스는 한달사이클로 대금을 지급한다. 콘트롤러(재무팀장)은 제때 돈을 지급해야 한다고 신경을 곤두세운다. (늦으면 회사 신용에 영향이 온단다.)

돌이켜보면 그런 문화가 있기 때문에 수많은 미국의 작은 스타트업들이 의미있는 틈새 서비스를 만들어 미국내의 수많은 대기업들에게 판매하면서 성장하고 중견기업, 대기업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성장한 기업들이 또 상대방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사준다. 그렇게 서로 도와가면서 성장해 간다. 그야말로 상생의 기업 생태계다. 놀랍게도 중국에서도 이런 상생의 기업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CES에 어떻게 1천개 가까운 중국회사들이 참가하게 됐는지 이제는 이해가 간다.

CES에 참가한 한 심천회사의 부스. 참가하는데 총 비용이 몇천만원이 들지만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왔다고 한다.

CES에 참가한 한 심천회사의 부스. 참가하는데 총 비용이 몇천만원이 들지만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왔다고 한다.

반면 한국기업들은 다 직접하려고 한다. 과실이 있으면 나누지 않고 독식하는 구조다. 그룹내에서 왠만한 것은 다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두툼한 마진을 챙겨주는 거래회사들은 오너의 관계회사인 경우가 많다.) 하청으로 먹고 사는 작은 업체들은 대기업 눈치를 심하게 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심지어는 정부조차 작은 기업들이 만드는 인터넷서비스, 소프트웨어나 앱을 직접 만들어 보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래서는 작은 기업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다. 몇몇 대기업집단 빼고 다들 힘들어하는 상황이다.

이런 문화가 바뀌어야 한국에서도 진정 강소기업들이 쏟아져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굵직굵직하고 건강한 물고기들이 가득 찬 아름다운 연못 같은 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상생’이라는 말을 많이 듣기는 했지만 미국에서 온 분들과 이야기하면서 그 의미와 중요성을 제대로 깨닫게 된 느낌이었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2월 18일 at 10:29 오후

기자중의 기자, 밥 사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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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는 유난히 미국언론인들을 둘러싼 뉴스가 많았다. NBC뉴스 간판앵커 브라이언 윌리암스의 스캔들과 데일리쇼의 존 스튜어트(그는 코미디언이지만 언론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의 급작스러운 데일리쇼 하차 예고 발표가 뜨거웠다.

그리고 두 뛰어난 저널리스트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미국언론계를 흔들었다. CBS뉴스의 밥 사이먼과 NYT의 데이빗 카다. 밥 사이먼은 교통사고로 데이빗 카는 편집국에서 갑자기 쓰러졌다가 세상을 떴다.

특히 60미닛을 진행했던 밥 사이먼은 (그의 얼굴은 TV에서 가끔 봐서 익숙하지만)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기자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인지 몰랐다. 그는 어떤 사건을 보도하는데 있어 그만의 시각과 탁월한 문장력을 바탕으로 멋진 이야기로 만들어 내는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기자였다고 한다. 내가 놀란 것은 CBS뉴스소속으로만 47년간을 활약한 이 73세의 노기자에 대한 소속사를 초월해 쏟아지는 미국언론인들의 추모다.

이것은 CBS뉴스의 추모보도다. 한데 다른 방송사나 신문들도 일제히 그에 대한 기사를 크게 냈다.

밥 사이먼이 어떤 스토리텔링을 했는지 보여주는 60미닛 에피소드 한편을 소개한다. Joy in the Congo. 콩고에서 울려퍼지는 베토벤의 합창교향곡이다. 꼭 보시길 추천드린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멋진 스토리다.

또 내가 아주 좋아하는 스토리텔러인 스티브 하트먼은 CBS이브닝뉴스에 밥 사이먼을 추모하는 내용을 내보냈다. (스티브 하트먼의 On the road 소개 포스팅 링크) 그가 몰래 밥 사이먼의 뉴스보도를 보고 또 보고 외우기까지 할 정도로 따라하면서 스토리텔링에 대해 배웠다는 고백이다. 아마도 이번주에 방영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꼭지가 있었을텐데 위 리포트는 밥 사이먼의 부음을 듣고 급히 만들어서 내보내는 내용인 듯 싶다. 하지만 기자로서 진솔한 이야기가 가슴을 때린다. 그도 자타가 공인하는 뛰어난 스토리텔러다. 하지만 그가 ‘질투’하고 몰래 따라했던 사람이 밥 사이먼이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 사이먼은 아주아주 겸손했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73세의 나이에도 현장을 뛰며 직접 취재하고 대본을 쓰고 영상을 편집하고 나레이션을 입히는 기자가 우리나라에 있을까 싶다. 3년만 더 했으면 저널리스트로서 50년을 채웠을텐데 그의 죽음이 아쉽다. 60미닛의 PD가 된 친 딸과 작업한 마지막 60미닛 에피소드가 오늘 방영된다고 한다.

어쨌든 누군가 세상을 떠났을때 이처럼 그의 일생을 기리며 추모하는 ‘Remembering’의 문화가 나는 아주 부럽다. 우리도 가까운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때 자녀들 이름과 빈소위치만 적은 부고글만 내지 말고 고인의 일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글을 다같이 써보면 어떨까. 그것이 진정한 추모일 것 같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2월 15일 at 10:08 오전

스타 앵커 브라이언 윌리암스의 갑작스러운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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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BC뉴스.

출처 ABC뉴스

내가 2009년 2월 미국으로 간 뒤부터 지금까지 만 6년간 거의 매일처럼 (팟캐스트를 통해) NBC나이틀리뉴스에서 얼굴을 대하던 브라이언 월리암스가 갑자기 앵커직에서 하차했다. 12년전 이라크전에서 과장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6개월동안 무급 정직처분을 당한 것이다. 그의 연봉은 1천만불(110억원)로 알려져 있다. 6개월동안 연봉 55억원도 함께 못받게 될 듯 싶다.

브라이언 윌리암스가 누구인가. 미국방송계를 대표하는 1등뉴스앵커다. 9백30만명이 매일 그가 진행하는 저녁뉴스를 본다. NBC뉴스가 1등 시청율을 올리는 이유가 그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정된 뉴스진행, 묵직한 목소리, 신뢰감을 주는 얼굴, 적당한 유머감각 등 지난 6년간 그의 뉴스를 즐겨보면서 항상 감탄했었다. 내가 워낙 많이 NBC뉴스동영상을 소개했었기 때문에 내 트윗을 자주 보는 팔로어분들께도 그가 친숙할 것이다. 뉴스앵커이자 NBC뉴스룸을 이끄는 Managing director(한국식으로 하면 보도국장쯤 된다)인 그가 이처럼 한방에 날라갈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그가 이번에 집중포화를 맞고 하차하게 된 것은 2003년 이라크전 취재 당시 그가 실제보다 상황을 과장해서 보도한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의 언론인으로서의 정직성과 신뢰도에 흠집이 간 것이다. 그는 당시 그가 타고 가던 군용헬기가 로켓포탄을 맞아서 위험했으나 군인들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위기를 모면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는 포탄을 맞은 헬기가 아닌 다음 헬기에 타고 있었다는 것이다. 실제보다 내용을 부풀려 멋진 무용담으로 만든 셈이다.

그는 지난주에 무공훈장을 받은 군인을 소개하는 뉴스꼭지에서 2003년 당시 상황을 다시 언급했다. 자신이 그 헬기에 타고 있었던 것처럼 말한 것이다. 그러자 당시 그 헬기를 조종했던 군인들이 페이스북에 댓글을 남겼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Screen Shot 2015-02-12 at 1.04.09 AM이것은 포탄을 맞은 헬기 조종사의 댓글이다. “미안한데 당신이 내 비행기에 타고 있었던 것을 기억못하겠다. 한시간뒤에 나타나서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오지 않았냐”고 썼다.

Screen Shot 2015-02-12 at 1.04.25 AM

이것은 브라이언 월리암스를 실제로 태우고 갔던 헬기조종사가 쓴 댓글이다. “거짓말장이!”라면서 당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12년전 상황이고 어찌보면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을 이렇게 실명을 걸고 댓글을 남기는 문화가 놀랍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성조지가 기사를 썼다. 브라이언 월리암스는 버틸 수가 없었다. 바로 방송에서 자신이 실수한 것이라고 사과했지만 사태는 일파만파 번져갔다. 그리고 NBC방송은 그의 6개월 정직을 오늘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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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뉴스 President인 데보라 터너는 “이것은 브라이언정도 위치의 사람에게는 아주 잘못되고 부적절한 일이다”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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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유니버설 CEO인 스티브 버크도 “그의 행동은 변명할 여지가 없으며 이 정직처분은 혹독하며 적절한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그를 내치면 시청률에 큰 타격이 올 수 있는데도 NBC가 회사의 스타앵커이자 고위간부인 그에게 주저없이 이렇게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미국에서 언론인에게 요구되는 도덕률은 특히 높다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브라이언 월리암스의 팬으로서 그가 이번 일을 깊이 반성하고 6개월뒤에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보면서 다시 한번 SNS의 힘을 실감했다. 12년간 유야무야 넘어갔던 거짓말이 드러난 것은 페이스북 댓글 덕분이었다. 이제는 숨길 수가 없다. 특히 공인이라면 항상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말도 안되는 황당한 이야기를 기자들앞에서 늘어놓고도 시치미를 떼고 거짓을 일삼으면서도 끝까지 사퇴하지 않고 버티는 우리 총리후보를 보면서 공인의 도덕률에 대한 우리의 기준은 외국과 아직 참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브라이언 월리암스의 6개월 정직처분 소식을 전하는 CBS뉴스꼭지.

Written by estima7

2015년 2월 12일 at 1:23 오전

스위스콤 경영진의 한국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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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의전사회’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지나친 의전문화를 꼬집은 글을 쓴 일이 있다. 높은 사람들이 실질보다 형식을 너무 따지고 과도하게  대접받는 것에 익숙한 한국식 의전문화의 폐해에 대해서 써봤던 것이다. 그리고 이후 이런 과잉 의전문화가 관뿐만 아니라 일반 대기업에도 폭넓게 퍼져있다고 해서 더 놀랐다. 물론 모든 기업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 회장이나 고위임원을 제왕처럼 모시는 문화가 한국은 너무 지나친 감이 있다. 이런 귀빈이 행사에 나오거나 어디 출장을 간다고 하면 밑에 있는 사람들은 미리 동선을 짜고 예행연습을 하느라고 죽어난다. 이런 쓸데없는 일에 신경을 쓰느라 진짜 해야 할 일을 못한다. 의전에서 실수하면 진짜 중요한 업무에서 실수한 것보다 승진에서 더 큰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한국의 의전 문화를 보면서 해외기업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야 원래 수평한 문화로 유명한 곳이니 이런 의전문화가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유럽의 대기업들은 한국회사와 비슷한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스위스콤의 최고경영진을 만나면서 꼭 그렇지만은 않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서 그때 경험을 메모해 둔다.

***

실리콘밸리에 있는 후배의 소개로 지난해 12월에 이야기는 시작됐다. 후배를 통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스위스콤 벤처스의 헤드를 소개받았다. 우리는 이메일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스위스콤의 CEO 및 최고경영진이 1월말에 한국에 방문할 예정인데 한국의 스타트업을 만나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스위스콤이 어떤 기업인가. 스위스의 KT, SKT 같은 기업이다. 2013년 전체 매출은 14조7천억원규모, 영업이익은 2조7천억원쯤 되는 공룡기업이다.(스위스콤홈페이지의 재무정보 링크) 스위스의 통신시장의 60%쯤을 점유하고 있으며 유선전화, 휴대전화, 브로드밴드, IPTV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KT와 흡사하다. (KT는 2013년 연결기준 매출 23조8천억원, 영업이익은 8천7백억원. SKT는 2013 매출 16조6천억원 영업이익 2조원) 스위스콤은 공개기업은 아니지만 구글파이낸스에서 검색해보니 현재 대략 37조원정도의 기업가치를 가진 회사다. 이 정도 기업의 최고경영진이 오는데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들을 만나보겠다니 사실 좀 놀랐다. 어쨌든 후보 스타트업 명단을 만들어 보냈고 1월말의 금요일 오후에 우리 사무실에 방문해 스타트업들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그리고 1월말 스위스콤미팅에 앞서서 스위스대사관만찬에 초대받았다. 연륜이 풍부한 스위스대사와 함께 한국을 막 방문한 스위스콤 경영진 일행을 만났다. CEO와 CTO, 마케팅, 전략 담당 임원 등 4명이었다. 내가 놀란 것은 그들이 단 4명만 왔다는 것이었다. 최소한 (이번 미팅을 조율한) 스위스콤벤처스에서 누군가 올 줄 알았다. 아니면 비서실 소속 부장이나 과장정도 실무진이 CEO와 임원들을 직접 수행하고 다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최고경영진 단 4명만 왔다고 해서 좀 뜻밖이었다.

스위스콤 일행중 회사 홈페이지 경영진명단 제일 위에 나와있는 CEO와 CTO.

스위스콤 일행중 회사 홈페이지 경영진명단 제일 위에 나와있는 CEO와 CTO.

스위스콤 CEO는 이번 첫 한국방문을 1. 세계에서 가장 앞서있다는 한국의 막강 브로드밴드 환경에 대해서 배우고 2. 또 모바일인터넷서비스는 어떤 것이 나와있는지 살펴보고, 그리고 3. 한국의 스타트업들을 만나보고 싶어서라고 목적을 이야기했다. 급변하는 통신업계의 환경을 생각해보면 스타트업에서 혁신을 가져와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그리고 섣불리 스타트업을 인수했다가 그 혁신을 죽여버리는 경우가 많으므로 참 조심해야 하고 그래서 고민이 많다는 얘기도 했다. 어쨌든 그들은 이렇게 배우기 위해 한국에 왔기 때문에 KT, 네이버, 다음카카오, SK플래닛, 삼성전자 등을 방문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사관만찬을 갖고 사흘뒤 스위스콤 일행은 귀국 직전 마지막 일정으로 스타트업을 만나기로 했다. 그리고 스타트업과 미팅을 갖기에 앞서서 국내VC들과의 점심식사를 갖기로 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헬리콥터 착륙지연으로 스위스콤 일행이 식사시간에 한시간 지각을 했다. 구미의 삼성공장에 다녀온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그 임원 4명이 움직였을뿐 따로 수행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스위스대사관에서 상무관이 나오기는 했는데 그는 따로 연락을 받고 식사장소에 먼저 와 있었고 스위스콤 일행과 같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늦을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처음 알려온 것도 누굴 통해서가 아니라 김포공항에서 CTO가 직접 나에게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왔다.

스위스콤 경영진과 한국VC오찬.

스위스콤 경영진과 한국VC오찬.

일정이 지체되고 있어 식사를 빨리 주문해놔야 할 것 같아서 메뉴 사진을 찍어서 CTO에게 문자(iMessage)로 보냈다. 식사장소는 양식당이었다. 그랬더니 “햄버거 4개를 주문해 달라”고 즉각 답이 왔다. 이 CTO는 스위스콤 경영진 홈페이지에서 CEO 다음으로 서열 2번째에 있는 사람이다.

대절한 차를 타고 일행이 레스토랑에 지각 도착했다. 식사하는 중에 임원이 한명 안와서 어디갔냐고 물어봤더니 스타트업미팅을 마치고 바로 공항으로 가야 하므로 짐을 우리 사무실로 올려두러 우리 직원과 같이 올라갔다는 것이다. 그는 짐을 가져다 놓고 10분뒤에 왔다.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늦게 왔다고 정말 미안해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 있는 큰 회의실에서 스타트업 6개사와 미팅을 시작했다. 2시15분부터 6개팀을 각 20분씩 만나고 아무리 늦어도 4시반에는 대기하는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야했다. 6팀이 모두에게 공평하게 만날 기회를 줘야 하므로 거의 쉴 시간도 안주고 6팀의 발표세션을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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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도 잘 안통하는 좁은 회의실에 모셨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안했는데 이들은 게으름 피우지 않고 화장실에 잠깐 다녀오는 시간을 빼놓고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열심히 스타트업의 발표를 듣고 질문을 했다. 그리고 끝나자마자 바로 공항으로 떠났다. 미리 대절해둔 차가 와서 4명이 그대로 공항으로 향했다.

금요일밤 비행기를 타고 돌아간 스위스콤 CTO는 내게 토요일 오후 2시에 메일을 보내서 (미리 약속했던대로) 그룹내 스타트업 담당임원을 소개해줬다. 스위스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메일을 쓴 것 같다.

솔직히 이들의 출장일정을 보면서 말도 잘 안통하는 나라에 처음 갔는데 수행비서를 데리고 와서 같이 다니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거대기업의 최고임원진이 거들먹거리지 않고 이렇게 소탈하게 출장 일정을 소화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으로 느껴졌다. 또 스위스인들이 참 실용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어쨌든 이 분들이 모처럼 한국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고 방문했는데 준비부족으로 너무 누추한 곳에 정신없이 모신 것 같아서 미안한 생각이 계속 남아있다. 잘 될지는 모르지만 이것을 인연으로 스위스콤이 한국스타트업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길 바란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2월 1일 at 2:07 오후

중국시장에서 각축을 벌이는 애플과 샤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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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우는 심천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곳은 화창베이 전자상가. 용산전자상가의 10배~20배쯤 되는 규모라고 생각하면 된다. 세운상가 같은 곳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현대적인 큰 빌딩들이 즐비하고 그 안에 가득히 각종 전자제품가게들이 채워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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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조금만 걸어다녀보면 애플과 샤오미사이에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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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들은 워낙 애플과 샤오미가게가 붙어있는 것이 많이 보여서 몇군데 찍어본 것이다.

샤오미는 99%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심천에는 이렇게 샤오미대리점(?)이 많아서 좀 당황스러웠다. 알고 보니 이곳 전자상가업자들이 손에 넣은 제품들을 (샤오미 허락도 없이) 샤오미 간판을 달고 판매하는 것이다. 애플공식스토어가 심천에 있기도 하지만 이런 비공식(?) 애플스토어가 휠씬 많다. (애플 브랜드가 저렇게 마구 사용되는 것을 보면 스티브 잡스가 무덤속에서 막 화를 낼 것 같다.)

애플이나 샤오미 짝퉁을 파는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전시중인 제품을 자세히 살펴봤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심천은 짝퉁천국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화창베이 전자상가를 겉으로 보기에는 별로 그렇지 않았다. (물론 전자상가의 어딘가에서는 그런 것들을 잔뜩 쌓아놓고 팔고 있겠지만 저렇게 겉으로는 그런 제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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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은 아니지만 화창베이근처에서 본 가장 노골적인 짝퉁제품은 이 뉴 바룬(?)운동화였다. 뉴밸런스와 똑같다. ㅎㅎ

통신사의 대리점은 거의 없고 (아마도) 모두 언락폰을 파는 것도 특이했다. 고객은 원하는 폰을 사가서 마음대로 쓰던 USIM을 바꿔끼워서 쓰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더더욱 거센 스마트폰 판매경쟁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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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저렇게 샤오미를 가두판매하는 곳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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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수리센터에 붙어있는 로고를 보면 어느 회사 제품이 가장 인기인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애플, 삼성, 샤오미, 화웨이 로고가 붙어있다.

물론 삼성로고를 붙인 가게들도 많이 있었지만 잘보이는 곳에서는 거의 애플과 샤오미가 한판 붙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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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3대 메이커에 대한 중국후발주자들의 맹렬한 추격도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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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거대기업답게 아주 깔끔한 자체매장을 선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폰자체가 사람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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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중 가장 많이 보이는 간판은 Oppo였다. 아이폰6보다 얇다는 R5가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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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IZU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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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O라는 브랜드도 여기저기서 눈에 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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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패드도 꽤 큰 심천회사라도 들었는데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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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보도 스마트폰이 있고 ZTE라는 큰 회사에서 스마트폰도 있다. 그밖에 잘 모르는 브랜드도 많았다. 폭스콘에서 만난 분은 “화창베이에는 거의 100개의 중국 스마트폰브랜드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중 다크호스가 오포, 메이주 같은 업체들이다”라고 말했다. 제2의 샤오미가 되기 위해서 난리다. 만져보면 다 디자인도 괜찮고 쓸만해 보인다.

이상하게도 LG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G3가 괜찮은 폰인데도 말이다. 똑같이 노키아 등 윈도우폰도 안보이고 소니에릭슨 같은 브랜드도 전혀 없다. 애플, 삼성 대 중국연합군의 대결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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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가 심천 화창베이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기는 했다. 거리 한편에 MS 스토어를 공사중인 모습이 보였다. (설마 진짜 MS스토어겠지?)

샤오미는 정말 잘나가고 관심의 촛점인 것 같다. 서점마다 샤오미의 마케팅 성공전략을 쓴 ‘참여감’이란 책이 잘 보이는 곳에 놓여있다. 내가 손에 들고 뒤적이자 점원이 웃으면서 와서는 “샤오미를 좋아하냐?”하고 막 뭐라고 하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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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남방항공 기내지에도 샤오미의 레이준이 크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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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간 상해, 심천을 다니며 스마트폰을 쓰는 중국인들을 유심히 봤다. 지난 4분기에 애플이 중국에서 스마트폰 판매 1위를 탈환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판매대수로 애플, 샤오미, 삼성, 화웨이순이었다.)

정말 중국인들이 아이폰 많이 쓴다. 다른 중국산스마트폰보다 월등히 비싼데도 그렇다. 샤오미도 많이 보이기는 하지만 애플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샤오미의 가능성도 대단한 것 같다. 전자상가 상인들이 저렇게 자진해서 샤오미 브랜드 간판을 달고 대리점을 자처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만큼 일반 소비자들이 샤오미를 원하니까 저렇게 하는 것이 아닐까. 이미 중국에서 스마트폰 브랜드가치로는 삼성에 필적하게 올라온 것이 아닌가 싶다.

삼성은 샌드위치신세다. 위로는 애플에 막혀있고 아래에서는 샤오미 등이 막 치고 올라온다. 중국에서의 이 전세가 글로벌하게 퍼지면 어떻게 하나하는 생각도 든다. 삼성의 분발을 바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미 이 정도 제품을 자력으로 내놓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업계가 과연 팬택같은 회사에 관심을 가질까 하는 생각도 든다. (특허포트폴리오정도에 관심을 가질 수는 있겠다.) 아쉽게 주저앉아버린 팬택이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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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샤오미를 좀 제대로 이해해보고 싶어서 샤오미대리점(?)에서 MI4모델을 하나 사왔다. 가격은 1999위안. 한화로는 대략 35만원정도 한다. 샤오미생태계가 어떤 것인지 좀 자세히 들여다 봐야겠다.

Written by estima7

2015년 1월 31일 at 10: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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