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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 킨들, 애플타블렛 그리고 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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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타블렛 발표를 하루 앞두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다. 내가 친하게 지내는 미국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어제 있었던 애플의 놀라운 실적발표와도 무관하지 않은 이야기다.

나는 캘리포니아에 친삼촌처럼 모시는 아저씨가 계시다. 성함은 리치. 독신이며 자식이 없으신 그 분은 중견 부동산개발관리회사를 운영하시는 CEO시다. 나와는 거의 20년가까이 알고 지내는 사이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환갑이 넘으신  이 분은 컴퓨터와는 거리가 먼 분이시다. 이메일은 고사하고 웹서핑조차 눈길도 주지 않으셨다. 그런데 컴퓨터는 아랫사람에게 시키면 된다는 철학을 가진 그 분이 최근 몇년 사이에 변화하고 있다.

-몇년전부터 집에 PC랩탑을 가져다 놓으셨다. 또 1년쯤 지나니까 초고속인터넷을 가입해서 연결해놓으셨다.

-그 랩탑을 쓰시는 이유는 구글어스가 첫번째. 업무상 지도를 펴놓고 투자할 지역을 연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글어스가 아주 편리한 도구라는 것을 깨달으셨다나.

-다만 화면이 작아서  일부러 대형 PDP TV에 연결해서 구글어스를 보신다. 그래서 일년전에 방문했을때 사용하기 편하도록 무선공유기와 무선키보드, 마우스를 사서 달아드렸다.

-이번에 방문해서 이야기를 하다보니 요즘 IT시장의 움직임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애플타블렛’이 이번주에 나온다는 것도 알고 계시고 아이폰도 사야겠다고 말씀하실 정도. (다음버전을 기다려보시라고 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가지고 계신 랩탑으로 Youtube 1080p의 고해상도 동영상을 보여드렸는데 속도가 느려서 플레이가 잘 안된다.

-이런 분에게 어떤 컴퓨터가 가장 사용이 편할까 조금 생각하다가 결국 같이 애플스토어로 향했다. 가져다가 그냥 전원코드만 꼽으면 해결되는 iMac을 사시는 것이 어떤가 하고 보여드리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제품을 보시고는 마음에 드셨는지 그냥 그 자리에서 27인치 iMac을 질러버리셨다. 엑셀, 파워포인트파일을 읽기 위해서 오피스 for Mac도 함께 구매. 나중에 애플스토어에서 한시간정도 1대1 교육을 시켜준다고 하니 조금 안심이 되기는 한다.

-집에 가지고 와서 맥을 연결하고 파이어폭스를 설치. 설치를 원하시는 소프트웨어는? 구글어스, 스카이프. 그리고 Netflix웹사이트 북마크! 아 그리고 아이튠스… 아이팟은 이미 사용하고 계시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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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분 소개. 페기.

이 분은 오렌지카운티에서 LA시내까지 매일 출퇴근을 하시는 분이다. 회사통근 때문에 적어도 매일 3시간은 차속에서 소비하시는 분. 역시 환갑이 지나셨다. 그런데 이 분의 BMW 뒷 트렁크를 열어보니 오디오북이 가득. “이거 다 들으셨어요?” 워낙 책을 좋아하셔서 흥미로운 오디오북이 보이면 일단 사서 차에 넣어둔다고 한다. 오디오북 하나가 보통 10시간에서 20시간 분량이니 보통 1주일에 1.5권 정도를 소화하는 것 같다. 그 긴 출퇴근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은 오디오북 덕분.

평소에도 오전에는 NYT, 점심시간에는 LA타임즈를 읽으실 정도로 ‘텍스트’를 좋아하시는 이 분에게 지난해 킨들을 선물해드렸다. 킨들1이다. 갖고 싶었는데 살까말까 주저했는데 너무 고맙다고 기뻐하시던 모습이 선하다.

다시 만나서 그동안 킨들로 구입한 책이 몇권정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60권”. 헉. “아니 그거 다 읽으셨어요?” 아니다. 역시 충동구매다. 좋은 책이 보면 읽어야지 하는 욕심에 그 자리에서 한두권씩 사다보니 벌써 그렇게 됐단다. 휴가나 출장이라도 갈려치면 예전에는 두꺼운 책 여러권을 챙기느라 힘들었는데 킨들 덕분에 아주 편해졌다는 이야기다. 절친한 동네친구 쉐런도 킨들을 사서 최근 여행을 갔는데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한다. ebook마다 다르지만 최대 6대의 킨들까지 하나의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어 6명이 킨들북클럽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다.

이 분은 오랜 맥유저다. 다만 요즘은 회사에서는 맥을 쓰고, 집에서는 PC를 쓴다. 집에서는 인근 대학의 온라인강좌를 듣는데 PC만 지원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예전에는 PDA로 팜을 쓰다가 몇년전에는 블랙베리로 바꾸셨고, 일년전부터는 아이폰을 사용하신다. 아이폰은 다 좋은데 타이핑이 어려워서 타이핑할때만은 블랙베리가 그립다고 한다.ㅎㅎ 아이폰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는 랩탑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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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기의 집 건너편에는 페기의 아버님 딕이 사신다. 90세. 2차대전때 함장으로 활약하셨던 분으로 아직도 정정하시다. 이 분도 요즘 컴퓨터를 쓰신다고 해서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TV를 열심히 보시는 딕은 홈쇼핑을 통해 필요없는 물건을 구입하시는 경우가 많다고.^^ 그러다가 몇달전에 랩탑을 구입하셨다고 한다. 그런데 굉장히 싸다고 해서 구입했는데 알고 보니 PC와 함께 온갖 필요없는 부속품을 많이 끼워보내서 어쩔 줄을 모르셨던 것 같다. (미국은 기사까지 와서 친절하게 설명하고 조립해주는 경우가 거의 없다. 따로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자기가 직접해야한다) 결국 딕할아버지는 딸에게 SOS를 청했고 구매29일째 되는 날 사태를 파악한 페기는 한달이 지나기 전에 반품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대신 아버지에게 iMac을 구매하도록 안내했다.

평생 컴퓨터를 써본 일이 없으셨던 딕할아버지는 지금 아주 즐겁게 맥을 활용하고 계신다고 한다. 넷플릭스DVD를 빌려서 TV대신 주로 맥으로 시청을 하고 계신다고 하고, 인터넷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선수의 동정을 쫓는데 열심이시라고 한다. 워싱턴DC에 있는 아들가족의 손자, 손녀와 스카이프를 이용해 화상채팅도 즐기신다. 얼마전에는 커뮤니티센터의 PC강좌에 보내드렸는데 ‘시시하다’고 안듣겠다고 하셨다고 한다^^ 딕할아버지의 휴대폰은 이미 아이폰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이폰보다는 아이팟나노로 음악을 듣는 것을 더 즐기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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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이야기가 장황해졌다. 물론 지금 소개한 사례는 일반적인 미국인의 사례가 아닐 수도 있다. 비교적 물질적으로 여유있는 백인층의 이야기일 수는 있다. 하지만 나는 몇가지 재미있는 트랜드가 보인다.

우선, 맥이 모멘텀을 넘었다. 8~9년정도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인데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맥으로의 스위치를 고려하고 있다. 맥이 PC보다 좀 비싸기는 하지만 사용하기 편하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내 입장에서도 리치아저씨에게 추천할만한 컴퓨터를 생각했을때 맥을 권유할 수밖에 없었다. 쉬우니까. 그리고 미국에서는 맥을 쓴다고 불이익을 당할 일이 거의 없다. MS는 진짜 긴장해야 한다. 맥으로의 이동이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그리고 킨들같은 첨단기기를 일반인들이 거부감없이 받아들여서 잘 쓴다는 것도 신기하다. 이런 신형 디바이스에 대해서 생각보다 일반인들의 거부감이 없다. 문화의 차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페기는 맥유저기는 하지만 그렇게 얼리어답터는 아니고 Geek도 아니다. 쓰기 편해서 좋아하시는 것 뿐이다. 대신 콘텐츠에 대한 욕구가 왕성한 분이라고 할까? 이런 분들이 킨들을 구매하고 적극적으로 이북소비에 앞장선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분은 그래도 종이책이 더 좋다는 이야기는 안하신다. 콘텐츠 자체가 좋으신 것 뿐이다. 그게 종이를 통하든, 킨들을 통하든, 오디오북으로 나오든 상관없다. 내용이 중요한 것이다)

우편으로 DVD를 대여하는 Netflix같은 서비스도 이 분들이 각자 다 이용하고 있다는 것도 놀랐다. 물론 블록버스터같은 비디오 대여점에 다니는 것보다 편하기는 하지만 환갑이상 지난 분들… 아흔살 할아버지까지 편리하게 인터넷연동형 서비스를 쓰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에 대해서 편리하다면 미국인들은 참 거부감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 집에 초대했던 하버드의대 교수 부부의 경우도 오디오북 인터넷포털인 Audible.com을 이용하고 있다고 해서 조금 놀랐었다.

역시 생각해보면 참 미국은 잠재력이 대단한 시장이다. 새로운 시도를 해도 이렇게 잘 받아주는 소비자들이 있는 마켓이기 때문에 새로운 혁신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내가 한 단면만 보고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전혀 안그런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

어쨌든 애플타블렛발표 전야에 하고 싶은 이야기여서 그냥 두서없이 써봤다. 이런 마켓이라면 애플타블렛이 성공할 가능성은 아주 커보인다. 애플타블렛이 나온 뒤 1년쯤 뒤에 이 분들이 이 새로운 기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흥미거리가 아닐 수 없다.

Written by estima7

2010년 1월 27일 , 시간: 12:49 am

Webtrends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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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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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감해요.. 제 부모님도 맥미니를 쓰시는데, 모멘텀을 넘엇다라는 말씀에 와닿네요…. 서울에 오시면 뵈요

    동감

    2010년 1월 27일 at 1:16 am

    • ㅎㅎ 그래요. 서울에서 봐요ㅎㅎ

      estima7

      2010년 1월 27일 at 1:36 am

  2. 제가 속해 있는 Menlo Park 장로교회 성가대에는 은퇴한 백인들이 많습니다. iPhone을 대부분 가지고 다니는 한편, 스타트업 회사에 투자하고 board of director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미국 모든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다 이렇게 technology를 빨리 받아들이지는 않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확실히 여유 자금이 많은 캘리포니아와 동부 사람들이 먼저 쓰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서 정착하고 또 발전해나가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운전해보면 Prius가 말도 안되게 많습니다. 나온 지 몇 년 안된 차인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미국 소비 문화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는 그게 미국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sungmoon

    2010년 1월 27일 at 1:31 am

    • ㅎㅎㅎ 그 동네야 당연한 것 아닌가요? 제가 위에 소개한 분들은 오렌지카운티에 사시고 IT업계와는 아주 무관한 분들입니다.

      estima7

      2010년 1월 27일 at 1:37 am

  3. 일반적으로 해외에서는 한국인들이 얼리어답터라고 하는 인식이 있는데 그건 그럼 수정되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얼리어답터 기질들은 여전히 남아있는데 서비스 사업자들의 walled garden으로 인해 기회를 차단당한다고 봐야 할까요.

    다른 예일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들어서 미국에서 한창 virtual goods에 환장하는 걸 보면 어떻게 도토리 몇알이라도 나눠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모바일 페이먼트는 이제와서 뜨고 있는것 같고요. 그런걸 보면 한국이 참 앞섰었는데 말이죠.

    Chang

    2010년 1월 27일 at 1:56 am

    • 음. 굳이 한국인을 얼리아답터라고 보는 인식을 수정할 필요는 없겠지요. ㅎㅎ 하지만 저는 꼭 어느 나라는 얼리어답터가 많고 적고를 따질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의 경우 용광로니까 정말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지요. 다만 시류에 떠밀려서 ‘스마트폰 안쓰면 루저’라고 해서 필요도 없는데 사는 그런 분위기보다는 실용적으로 그 기계보다 ‘콘텐츠’나 ‘서비스’가 필요해서 사는 그런 분위기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알맹이 없이 빨리 발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해요. 모든 것은 늦게 가더라도 제대로 진화단계를 밟아서 제대로 가야 비즈니스모델도 제대로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억지로 밀어붙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죠.
      Virtual Goods같은 것도 한국이 그렇게 노하우가 앞섰다면 미국에 와서 성공을 하고 입증을 해야하는데… 넥슨말고는 그다지 성공사례가 없는 것 같아서 안타까와요.
      어쨌든 위와 같은 사례를 보면서 해외진출을 하려면 정말 문화적차이까지 깊이 이해를 하고 들어가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estima7

      2010년 1월 27일 at 12:4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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