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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번성하는 포스퀘어에 놀라다(시사인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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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서울을 7개월만에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다. 불과 7개월사이에 만나는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들떠 있었다. 침을 튀겨가며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했다. 그들의 손에는 한결같이 아이폰이 들려있었다.

발매된지 불과 3개월여의 아이폰이 가져온 변화는 엄청났다. 말로만 듣던 모바일인터넷의 파워를 직접 체험하며 다양한 아이폰앱의 세계를 접한 사람들은 금세 한국바깥의 세상이 어찌 변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체험담을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많은 이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그처럼 변화를 직접 몸으로 체감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보니 나도 기뻤다. 한국인 특유의 쏠림현상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번 하면 순식간에 쫓아가는 한국인의 저력을 다시 느꼈다.

그런데 또 놀란 것이 있다. 위치기반SNS인 포스퀘어(Foursquare.com)가 한국에서도 의외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 아닌가.

포스퀘어는 약 1년전에 시작한 모바일기반SNS서비스다. 레스토랑이든 수퍼마켓이든 학교든 어떤 장소에 갔을때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현재 위치를 체크인(Check-in)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다. 예를 들어 내가 강남역근처 스타벅스에서 체크인한다면 스마트폰의 GPS기능을 통해 현재위치에서 가까운 점포의 리스트를 보여주며 거기서 스타벅스를 선택해 체크인하면 된다.

Loopt, Google Latitude 등 기존 위치기반SNS서비스와 포스퀘어의 가장 큰 차별점은 현재위치를 자동으로 친구들과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로 체크인하도록 했으며 그 과정에 게임요소를 도입했다는 점이다.

포스퀘어유저들은 체크인횟수 등 활동성에 따라 포인트를 받는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들이나 그 지역 사람들을 대상으로한 랭킹을 매번 볼 수 있다. 어느 정도 레벨에 오르면 배지를 지급받는다. 어떤 장소에 몇번이상 체크인하면 ‘시장(Mayor)‘지위를 부여받는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의 경쟁심을 자극해서 더 열심히 체크인을 하도록 만든다.

포스퀘어는 이런 간단한 아이디어로 지난 1년간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급성장했다. 작년에 나도 포스퀘어의 이런 아이디어가 너무나 인상적이었기에 내 블로그를 통해서 소개한 일이 있다. 그 이후에 한국에서도 조금씩 포스퀘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한국방문에서 깜짝 놀란 것은 이미 한국에서도 예상이상으로 포스퀘어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태원의 중국집, 강남역의 라면집, 심지어는 회사의 화장실까지도 이미 포스퀘어에 누군가 등록을 해놓았고 당당히 ‘시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새롭고 신기한 서비스에 대한 한국인의 호기심과 아이폰의 폭발적 성장이 빚어낸 현상이 아닌가 싶다.

안타까운 점은 정작 한국은 신경도 쓰지 않는 포스퀘어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에) 한국시장에서 이렇게 저변을 넓히고 있는 동안 한국의 인터넷업체들은 손발이 묶여 있다는 점이다. 시대착오적인 온갖 위치관련 법령, 규제에 묶여 한국업체들은 위치관련 인터넷서비스를 시작할 엄두도 못내는 사이, 해외서비스가 한국에 들어와 사실상 시장을 휩쓸고 있다는 사실… 참 아이러니하다.

한국업체들이 위치정보관련된 서비스를 만들 꿈도 못꾸는 사이, 포스퀘어는 1년동안 50만명유저를 확보했다는 뉴스가 지난주 떴다. 그리고 일주일만인 오늘 또 10만명을 더해 60만명의 유저수에 도달했다는 놀라운 뉴스를 내보냈다. 제 2의 트위터탄생이다.

한국인들도 할 수 있다.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장벽만 없애주면 된다고 믿는다. 아이폰과 함께 우리 정부의 시각도 대승적으로 바뀌기를 기대한다.

Written by estima7

2010년 4월 15일 , 시간: 10:02 pm

8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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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대착오적인 온갖 위치관련 법령, 규제에 묶여 한국업체들은 위치관련 인터넷서비스를 시작할 엄두도 못내는 사이, 해외서비스가 한국에 들어와 사실상 시장을 휩쓸고 있다는 사실… 참 아이러니하다.

    위 말이 참으로 와닿습니다.
    안타까움을 금할수 없습니다.ㅠ.ㅠ

    별따는수야

    2010년 4월 15일 at 10:35 pm

  2. 한국이 그 정도인 줄은 몰랐습니다. 돌아가는 양상을 보니, 정부가 손놓고 있는 사이 – 물론 자발적인 것은 아니고 뭘 몰라서 어, 어, 하는 사이겠죠 아마 – 네티즌들은 이미 몇 발자국 앞서가 버린 듯합니다. 정부가 얼마나 유연하고 대승적이고 장기적으로 사안을 바라보고 대응하느냐가 무척 중요할 듯싶네요.

    김상현

    2010년 4월 15일 at 10:47 pm

  3. 제주소년의 느낌…

    에스티마님 – 서울에서 번성하는 포스퀘어에 놀라다…

    handk85's me2DAY

    2010년 4월 15일 at 10:49 pm

  4. 왜 재미있는지 설명하라는 꼰대의 요구에… 댔다고 했단. ^^;

    @JOMOSI

    2010년 4월 16일 at 12:00 am

  5. 최근들어 SNS와 모바일 환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입니다. 깊이있고 머리속에 쏙쏙 들어오는 글이 너무 좋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윤혁

    2010년 4월 16일 at 10:37 am

    • 감사합니다. 깊이있는 글은 아닌데….ㅎㅎ

      estima7

      2010년 4월 16일 at 10:50 am

  6. 갑자기 포스퀘어 친구신청이 엄청 들어와서 인기가 있긴 있구나 했는데 화장실의 시장까지 등장했을 줄이야… ㅎㅎㅎ

    sungmoon

    2010년 4월 16일 at 10:57 am

  7. […] 그 가능성에 대해 주목했던 일이 있다. 그리고 올해 3월에 한국에 갔다가 서울에서 번성하는 포스퀘어에 놀란 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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