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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ut up, listen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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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 커리어코치이자 멘토이신 이스라엘 아주머니 사라와 저녁을 같이 했다.

이 분은 30여년전 이스라엘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 오신뒤 EMC 등 IT업계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뒤 은퇴, 지금은 컨설턴트로 이스라엘과 보스턴을 오가며 일하시는 분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양쪽을 이해하는 이 분을 통해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기업문화에 대해 많이 배웠다.

오늘은 마침 지난번 내가 이스라엘출장때 겪은 경험을 이야기했다. 텔아비브에서 이스라엘본사 사람들과 함께 회의를 하는데 그렇게 격렬하게 논쟁을 하고 공격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처음봤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어떻게 교육을 받고 문화가 형성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Extrovert(아주 외향적인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그런 부분이 너무 지나쳐서 내향적인 성격인 나는 좀 불편하기도 했다. 서로 자기가 먼저 말하겠다고 나중엔 다같이 고함을 질러댈 정도였다. 워크숍이 끝나고 나니 오히려 우리 미국에서 온 멤버들에게 “왜 너희들은 그렇게 조용하냐. 좀 Speak up해라”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사라는 원래 이스라엘에서는 그렇게 교육을 받고 자라기 때문에 정말 사람들의 성향이 공격적인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자신도 이스라엘에 있을 때 그랬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조심스럽게 한마디했다.

“Extroverts can learn from being quiet, listen up and be strong leaders.“(공격적인 사람은 조용히 있으면서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그렇게 해서 좋은 리더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사실은 아래 글이 떠올라서 했던 말이다. “Shut up”이라는 말을 쓰기가 부담스러워서 돌려말한 것이었다.

Introverts can learn to step up, speak up and be strong leaders.

Extroverts can learn to shut up, listen up and be strong leaders.

그러자 사라가 문득 떠오른 것이 있다는 듯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줬다. (아주 정확하지는 않지만 생각나는대로 옮긴다)

“내가 30여년전에 미국에 왔을때는 지금처럼 영어를 잘 하지 못했다. 그때는 이스라엘도 영어로 나오는 TV방송도 없던 시기였다. 이스라엘회사에 취직을 했는데 내가 맡은 일은 동부의 고객회사들을 담당하는 것이었다. 동부의 도시들을 출장다니며 기존 제품 구매고객들이 서비스계약까지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제품가격의 20%해당하는 금액을 매년 서비스유지보수비용으로 내도록 계약을 따내는 것이었는데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빠듯한 예산을 운영하는 각 기업의 구매담당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는 영어도 못하는데다 미국문화도 몰랐기 때문에 미팅을 하면서 그들이 하는 말의 절반도 못 알아들었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 배운대로 공격적이고 논쟁을 좋아하는 내 강한 리더쉽성향은 살아있었다. 그들은 특별히 필요없을 것 같은 유지보수서비스를 매년 계약을 맺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주저했다. 어떻게 그들을 설득해야할까?

일년이 지난뒤 회사는 내게 동부뿐만이 아니라 중부, 서부까지 미국전체를 관할하도록 더 큰 역할을 맡겼다. 내가 세일즈매니저로서 성공적으로 일을 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럼 내가 어떻게 했을까?

비결은 내가 구매담당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줬다는데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내가 영어를 잘 못했기 때문에 (할수없이) 입을 닫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입을 닫고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위해 열심히 경청했다. 그런데 그들은 내가 우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 흡족해했고 결과적으로 매번 성공적인 딜을 해낼 수 있게 됐었다. 결국 “shut up, listen up”이 효과를 거둔 것이다.
그게 내가 미국에서 처음 배운 중요한 레슨이었다.”

Update : 방금 우리 재무팀장과 1대1 미팅을 하면서 문득 느낀 것인데 내가 미국에 와서 2년반동안 그럭저럭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위 사라아주머니와 비슷한 이유가 아니었던가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영어가 짧고 미국비즈니스를 잘 몰랐기 때문에 어쨌든 열심히 듣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견지했다. 그런 모습이 직원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 아닌가 싶다. 물론 언제까지나 그렇게 하기에는 한계도 있지만.

Written by estima7

2011년 9월 20일 , 시간: 10:16 pm

1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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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내용을 읽고 드는 망측한 생각은 유태인은 공격적 성격 때문에 영어못하는 것도 장점이 되는 반면,한국인들의 남의 평가에 눈치보는 성격이 영어를 못했을 때는 존재감마저 사라지는 최악의 결과가 오게된다는 거네요. 그러고보면,유태인들을 제일 잘 다루는 민족은 중국인 같애요.들은 척 만 척하고 시간 끌다가 자기가 원하는 것만 말한다고 항상 유태인들이 불평하던데…. 문화와 습관을 바꿀 것인가? 아니면 습관을 강화해서 장점으로 생존방식을 삼을 것인가의 문제는 언제나 딜레마죠. 한국인들은 이 점에서도 좀 더 어려움을 겪는 것 같네요. 좋은 내용 잘 읽었습니다

    bodhian kim (@bodhian1)

    2011년 9월 20일 at 11:21 pm

    • ㅎㅎ 눈치를 보면서 영어를 못하다가 안좋은 결과가 온다고요? 제가 그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조용한 성격에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말을 섣불리 꺼내지 않는 편인데 물불을 안가리고 무조건 말부터 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으려니 상당히 주눅이 들더군요.

      어쨌든 각기 다른 민족의 특성을 어느 정도 경험하고 나니까 이제는 같은 상황에 놓이면 좀 덜 당황하겠다 싶기는 합니다.^^

      estima7

      2011년 9월 21일 at 7:24 am

  2.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누구나 이론적으로는 아는 진리인데,
    나이가 들수록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하늘다래

    2011년 9월 21일 at 12:42 am

    • 성공하면 할수록 지나친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진리를 되새김질하면서 조심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estima7

      2011년 9월 21일 at 7:26 am

  3. 이미 읽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창업국가’라는 책에서 이스라엘의 벤처업계 얘기를 다루고 있는데, 거기서도 저러한 공격적인 토론문화?를 이스라엘의 한 특색으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얼마전에 읽었는데, 실 사례를 또 보니 재밌네요ㅎ

    Michel Han

    2011년 9월 21일 at 2:20 am

    • 예, 저는 작년에 처음 이스라엘 방문하면서 그 책을 오디오북으로 사서 다 들었고요. 이스라엘사람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책 내용이 좀 미화일변도인 내용은 있지만 대개 맞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estima7

      2011년 9월 21일 at 7:32 am

  4. 이스라엘 사람들은 정말 그렇습니다.
    “I’m sorry, but you’re just wrong.” 이라는 표현을 서슴치 않죠.
    억척스러운 민족성이 있는 듯 합니다.

    inbaelee

    2011년 9월 21일 at 3:15 am

    • 맞습니다. 그렇게 직선적으로 말하도록 교육받았다고 합니다. 제 앞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많이 접했습니다.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합니다.^^

      estima7

      2011년 9월 21일 at 7:33 am

  5. 에전 유대인에 관한 다큐를 보는데 탈무드를 가지고 도서관에서 두명씩 토론을 열심히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한가지 문제를 다양한 사고로 논쟁하는 것은 충분히 좋다고 여겨집니다.^^ 헌데 심리학적으로는 레포(친근감)를 만들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사고와 감정은 다르기 때문이죠. 사업상 여러 상황에 맞춰서 잘 대처해야할 듯 합니다. 첨 댓글 남깁니다. 글이 많은 도움됩니다.

    EDLeeJK

    2011년 9월 21일 at 10:24 am

  6. 어디서든 경청이 중요하군요 🙂 기억하겠습니다

    revirth

    2011년 9월 22일 at 9:34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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