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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다 찍는 경찰의 소형비디오카메라-엑손 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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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전 시사인칼럼에서 “테이저건 만든 회사의 으스스한 신제품” 칼럼을 통해 미국경찰이 도입을 고려중인 선글래스에 붙이는 담배 한개비 크기의 비디오카메라를 소개한 일이 있다. 마치 스마트폰 역할을 하는 카메라가 달린 구글글래스를 연상케하는 제품이다.

전기충격기 테이저건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테이저인터내셔널이 내놓은 ‘엑손 플렉스 비디오카메라’라는 이 제품은 경찰관의 선글래스에 장착해서 2시간 분량의 비디오를 저장할 수 있다. 경관이 시민에게 법집행을 하는 현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경관의 시선에서 녹화할 수 있는 이 제품이 실제로 경찰에 보급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했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일년이 지난 지금 실제 이 제품을 도입해 사용한 한 미국지방경찰의 사례가 공개되었다. 경찰 한명한명이 소위 ‘블랙박스’를 달고다니면 어떤 변화가 나올지 뉴욕타임즈기사리알토시의 자료(PDF)를 참고해 소개한다.

사진출처:테이저인터내셔널

사진출처:테이저인터내셔널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근교 리알토시의 경찰서장 월리엄 파러씨는 일년전 자청해서 이 실험에 나섰다. 비디오카메라로 경찰의 활동을 낱낱이 기록하는 것이 경찰과 시민의 관계개선에 도움이 되는가를 평가해 보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비디오카메라를 착용한 경관들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접수와 불미스러운 사고건수가 줄어드는가를 측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2012년 2월부터 인구 10만의 이 도시에 근무하는 54명 제복경관중 절반을 매일 무작위로 선택해 이 카메라를 착용하게 했다. 물론 “빅브라더의 감시를 받기 싫다”는 경관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모르는 사이에 시민들에게 경찰에게 불리한 장면이 찍히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경찰쪽에서 완전하게 상황을 찍어놓는 것이 낫다”고 설득했다.

그래서 시민과 접촉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카메라를 작동시키도록 했다. 근무가 끝난 경관은 경찰서에 돌아와 이 카메라를 충전기에 꼽으면 자동으로 그 내용이 인터넷을 통해 업로드되어 evidence.com이라는 클라우드서비스에 올라가 증거자료로서 자동분류, 보관된다. 이후 단순히 법규를 위반한 시민을 검문하는 동영상뿐만 아니라 긴박하게 범인을 뒤쫓는 영상등 수많은 자료가 실시간으로 쌓였다. 흥미로운 점은 이 카메라에는 “Pre-event video recording”이란 비디오버퍼가 있어서 녹화버튼을 누른 시점에서 30초전의 영상부터 녹화가 된다는 것이다.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는지 맥락 파악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모수가 대단히 많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어쨌든 도입이후에 확실히 건수가 줄었다.

물론 모수가 대단히 많은 것은 아니다. 그래도 어쨌든 도입이후에 확실히 건수가 줄었다.

카메라를 도입한 이후 1년간의 결과는 놀랍다. 도입 이전과 비교해서 시민들의 경관에 대한 불평민원신고가 88% 줄어들었다. 그 뿐이 아니다. 경관이 법집행을 위해서 무력을 사용한 경우도 60% 줄어들었다. 설사 무력이 사용된 경우도 카메라를 착용하지 않았던 경우가 착용한 경우보다 2배 높았다. 카메라를 착용했을 경우 경관이 법집행과정에서 행동을 조심하려 한 것이 역력한 것이다.

카메라의 존재를 의식한 시민들도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 효과가 있었다. 카메라의 모습이 드러나게 디자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순전히 자기중심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가 동영상을 보고 순순히 물러난 경우도 있었다. 이 동영상을 계속 관찰해온 경관은 인터뷰에서 “카메라로 찍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마자 시민들의 태도도 바로 변한다. 온순하게 행동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이 NYT기사를 읽으면서 이런 내용이 앞으로 구글글래스같은 안경형 스마트기기가 광범위하게 보급된 세상이 어떻게 될지 힌트를 준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의 안경이나 시계 등에 달린 카메라가 나도 모르게 나의 모습을 항상 촬영하고 즉시 인터넷에 올리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의 양해없이는 촬영을 못하게 하는 방법이 나오겠지만 빈틈을 타서 사방에서 모습이 찍히고 내 목소리가 녹음당하는 세상이 올 것이다. 프라이버시의 종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다 카메라가 되는 세상이 되니까 말이다. 리알토 경찰의 사례처럼 구글글래스가 보급되면 사람들이 좀더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 조심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경찰이 법집행과정에서 카메라를 착용하는 것은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있지 않을까 싶다. 공공기관의 법집행은 투명하게 하면 할수록 좋기 때문이다. 테이저사에는 미전역의 경찰에서 이 비디오카메라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나도 앞으로 경찰을 만날 때는 내 모습이 촬영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조심해야겠다.

테이저인터내셔널의 ‘엑손 플렉스 비디오카메라’홍보동영상.

Written by estima7

2013년 4월 25일 , 시간: 12:23 am

5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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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떤 곳에서 봤는데, 영화 찍을 때 메이킹 필름 만든다고 카메라 들이대면 무례하던 배우들도 점잖아진다고 하던 게 기억나네요.

    김다타

    2013년 4월 25일 at 1:19 am

  2. 비슷한 ? 소재로 제이크 질렌할이 출연한 엔드오브왓치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Byung Jun So

    2013년 4월 25일 at 7:47 am

  3. […] 감정노동에 대처하는 현대카드의 응대. 정신나간 존대를 고친 것도 좋다. 모든 것을 다 찍는 경찰의 소형비디오카메라-엑손 플렉스와 함께 (공공)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있어야 하겠다. 모든 […]

  4. […] “모든 것을 다 찍는 경찰의 소형비디오카메라-엑손 플렉스“라는 글을 쓴 일이 있다. 그 내용은 미국 리알토시 경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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