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티마의 인터넷이야기 EstimaStory.com

Thoughts on Internet

“MBA가 이끄는 회사에 다녔다면 백번은 잘렸을 겁니다.”

with 21 comments

IMG_1341

보스턴에 살 당시 근교인 플레밍햄을 지나다가 우연히 Bose본사건물을 본 일이 있다. 고급스피커로 유명한 Bose브랜드에는 익숙해있기에 “아니 저 회사가 여기 있었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들과 그 이야기를 하다가 Bose는 원래 MIT출신 교수가 창업한 회사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그 교수가 회사의 대부분의 주식을 MIT에 기부했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했다. 보스턴지역에 넘쳐나는 비즈니스감각을 갖춘 백인사업가일 것이라고 여기고 지나갔다.

그런데 어제, 7월12일 그 Amar G Bose교수가 향년 83세로 별세했다는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처음 접했다. 그리고 읽어본 NYT의 부고기사가 너무 좋아서 간단히 소개해 본다. 그가 인도계였다는 것을 비롯해 몇가지 의외인 점이 있었다.

-인도 독립운동가의 아들

Screen Shot 2013-07-14 at 11.57.50 AM

부모님과 함께한 Amar Bose. 출처 유튜브 동영상.

1929년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서 자란 그는 영국지배에 저항하다가 인도에서 옥살이를 하고 미국으로 탈출한 독립운동가의 아들이다. 일찌기 기계를 다루는데 재능이 있었던 그는 13살때 용돈벌이로 라디오수리를 시작했는데 2차대전당시 어려웠던 집안살림을 돕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Bose를 창업한 계기

Bose 901 스피커시스템(출처:ebay사진)

Bose 901 스피커시스템(출처:ebay사진)

클래식음악 애호가였던 그는 50년대 MIT학생일 당시 샀던 고가의 스테레오시스템의 소리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데 실망했다. 그때부터 음향공학에 대한 관심이 싹텄다. 그는 콘서트홀에서 경험하는 소리의 80%가 사실은 벽과 천정을 통해 간접적으로 청중에게 전달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이 원리를 응용해 새로운 디자인의 스테레오스피커를 개발해냈고 64년에 멘토이자 MIT교수인 Y W Lee교수의 권유로 Bose를 창업한다. 이후 68년 그가 만들어낸 Bose 901 Direct/Reflecting 스피커시스템은 25년간 베스트셀러가 되어 Bose가 자리잡는데 큰 역할을 한다. 이후 Bose는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카스테레오시스템 등을 내놓으며 급성장한다.

-Bose Corporation은 비공개회사

2012년 매출이 2조8천억원정도로 추정되며 직원수도 1만명에 육박하는 Bose가 상장기업이 아니라는 것에도 놀랐다. 이것은 Bose박사가 장기적인 비전을 갖는 R&D를 위해서는 기업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매분기 실적을 발표해야하는 공개기업이 되면 월스트리트의 압력에 굴복해 단기실적을 맞추는데 급급하기 쉽다.

“I would have been fired a hundred times at a company run by M.B.A.’s. But I never went into business to make money. I went into business so that I could do interesting things that hadn’t been done before.”-Dr. Bose.

“MBA가 이끄는 회사에 있었다면 백번은 잘렸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결코 돈을 벌기 위해서 비즈니스를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흥미로운 것들을 해볼 수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시작한 겁니다.”-Dr. Bose.

-가르침에 대한 열정

그의 연구에 대한 열정 못지 않게 가르치는 것에 대한 열정도 대단했다. 그는 56년에 MIT교수가 된 이후 45년간 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의 강의는 특히 공학뿐만 아니라 인생이야기까지 곁들인 MIT에서 소문난 명강이었던 것 같다. 동료교수와 학생의 이야기.

“He talked not only about acoustics but about philosophy, personal behavior, what is important in life. He was somebody with extraordinary standards,” Professor Oppenheim said.

“그는 음향학뿐만 아니라 철학, 개인의 자세,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대단히 훌륭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His class gave me the courage to tackle high-risk problems and equipped me with the problem-solving skills I needed to be successful in several careers. Amar Bose taught me how to think.”

“그의 수업은 높은 위험을 가진 문제를 대처할 수 있는 용기와 여러 커리어에서 성공하는데 필요한 문제해결능력을 배울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아마르 보스는 ‘생각하는 방법’을 제게 가르쳐주었습니다.”

Bose교수는 엔지니어링에 대해 자세히 가르치면서도 풍부한 사례와 관련된 배경을 설명해서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자신의 소유주식 대부분을 MIT에 기부

2011년 그는 자신의 주식 대부분을 MIT에 기부했다. 다만 MIT는 매년 현금배당금을 받을뿐, 이 주식을 양도하거나 회사경영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조건이었다. ‘Majority stock’이라고 나와있으므로 이 주식에 Voting right이 있다면 회사경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인 것 같다. 구체적인 기부금액은 대외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2008년 포브스 미국부자랭킹에서 15억불의 자산가치로 321위에 올랐을 정도의 부호였으므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MIT기부금액은 조단위 가치일 것이 분명하다.

Vanu Inc 홈페이지에서 Bose박사의 아들 Vanu의 소개페이지

Vanu Inc 홈페이지에서 Bose박사의 아들 Vanu의 소개페이지

그는 억만장자였지만 소박하게 살았다. 그가 2011년 한 영국신문 인터뷰에서 했다는 말이다.

 “I don’t want a second house, I have one car, and that’s enough. These things don’t give me pleasure, but thinking about great little ideas gives me real pleasure.”

“나는 별장을 갖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차 한대가 있는데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런 것들은 내게 기쁨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작지만 훌륭한 아이디어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이 나의 진정한 즐거움입니다.”

그는 슬하에 자녀가 둘이 있는데 자식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려고 한 것 같지는 않다. 아들인 Vanu는 MIT를 공학전공으로 졸업하고 역시 아버지처럼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Vanu Inc를 창업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 같다.

참 멋진 인생, 멋진 부고기사다. 위 내용은 대충 요약한 것이니 원문을 한번 읽어보시길.

Amar G. Bose, Acoustic Engineer and Inventor, Dies at 83 (NYT)

Screen Shot 2013-07-13 at 11.33.43 PM

Written by estima7

2013년 7월 13일 , 시간: 11:42 pm

21개의 답글

Subscribe to comments with RSS.

  1. 보스 스피커, 처음 들었을때도 너무 좋았더랬죠.
    처음 들었던 게 901 이었는데 모양도 이전에 보았던 스피커랑 다르게 가로가 긴 스피커여서 좀 더 호감이 갔더랬는데…
    좋은 경영자가 작고하셨군요.

    자유

    2013년 7월 14일 at 12:50 am

  2. 잘 읽었습니다.

    Choonsik Yoo

    2013년 7월 14일 at 1:27 am

  3. 와우… 보스 박사가 인도계였군요.
    몰랐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강신규

    2013년 7월 14일 at 6:51 am

  4. RIP Amar Bose.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돈(이익)을 제일의 가치로 두지 않은 회사 운영 방침이, 즉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연구하고 발전시키고 상품화함으로 인해 Bose가 종국에 인정받고 빛을 발했다는 의미에서 배울 점이 많이 있다고 봅니다.

    deuxdoom

    2013년 7월 14일 at 4:54 pm

  5. 오너 기업의 바람직한 모델이군요. 모든 오너 기업들이 이런 식으로 운영되기만 한다면 한국에서도 재벌들에 대해 이렇게까지 비판적이지는 않았을텐데…

    언제나청춘~

    2013년 7월 14일 at 10:03 pm

    • 그러게요. 저도 한국의 재벌들 생각을 좀 했습니다. ㅎㅎ

      estima7

      2013년 7월 18일 at 6:02 pm

  6. 그냥 들리던데로 듣던 막귀(?) 였는데 보스의 홈시어터 시연룸에서 오페라를 들으면서 등에 소르이 돗았던 감동은 잊을수가 없구나….그러면서 저런걸 집에 … 하는 생각했었지…잘 지내는것같구나 건강해라

    송인출

    2013년 7월 15일 at 8:22 pm

    • 전 사실 오디오매니아가 아니라서 잘 모르는데…ㅎㅎ 감사합니다.

      estima7

      2013년 7월 18일 at 6:03 pm

  7. 확실히 Bose가 돈 벌이에 관심이 적다고 생각됫던건 차량용 스테레오도 after market에는 제품을 팔지 않는다는 점이죠..
    요즘에는 Bose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회사가 늘고 있지만 그래도 B&O에 비하면 프리미엄 차량에 적용되는 경우도 적었던 것 같습니다.

    Sangwon Byeon

    2013년 7월 16일 at 12:28 am

    • 그렇군요. 확실히 그런데서도 철학이 나타나는군요.

      estima7

      2013년 7월 18일 at 6:02 pm

  8. 오디오쪽에 있어 인도계 창립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리 훌륭하신 분이었다는 건.,. 소개 감사합니다.

    유철재

    2013년 7월 16일 at 1:47 am

  9. 이런 바람직한 인간상에 대한 스토리를 전달해 주는 친구의 역할이 고맙구려.
    읽으면서 무언가 생각하게 만들고 나를 반추해 보게 해주는 글들이
    가슴을 따듯하게 머리를 맑게 해줍니다.

    Byung Koo Park

    2013년 7월 18일 at 7:49 am

  10. 보스박사를 알게 된 정말 유익한 정보였습니다. 보스라는 회사의 탄생 배경과 그 이후 경영과정도 매우 흥미로웠어요. 감사합니다.

    webkim

    2013년 7월 18일 at 5:45 pm

    • 경황이 없어서 전혀 댓글을 못달았었는데… 이렇게 이 글에 관심을 가져주시니 놀랍습니다. ^^ 감사합니다.

      estima7

      2013년 7월 18일 at 6:01 pm

  11. […] “MBA가 이끄는 회사에 있었다면 백번은 잘렸을 겁니다. 하지만 나는 결코 돈을 벌기 위해서 비즈니스를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동안 시도되지 않았던 흥미로운 것들을 해볼 수 있기 때문에 비즈니스를 시작한 겁니다.”-Dr. Bose. via “MBA가 이끄는 회사에 다녔다면 백번은 잘렸을 겁니다.” 130713| 에스티마의…. […]

  12. 참 멋있는 분이셨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3년 8월 26일 at 5:36 pm

  13. 인도계 창업자였다니…이런 멋진 분을 에스티마님 블로그를 통해서 또 알게 되네요. 우리나라도 창업도 중요하지만, 창업자 정신/철학도 중요함을 새삼 느낌니다.

    Elca Ryu (@elcaryu)

    2013년 8월 28일 at 1:32 pm

    •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었다면 결코 이런 회사가 나올 수 없었겠지요.^^

      estima7

      2013년 8월 28일 at 2:34 pm

  14. Prof. Kim's Daily Life에서 이 항목을 퍼감.

    김종현

    2013년 9월 7일 at 1:01 am

  15. 몇년 전 하와이에서 뵈었던 분이였죠.. 여러가지 얘기를 나누었지만 그분의 스피커에 대한 열정정은 대단하셨어요.
    1970년대 용산 미군 기지 생길때 소리는 스피커의 위치가 중요하기때문에
    직접 오셔서 스피커 배치를 하셨다고 하시더라구요..

    kaylee

    2014년 5월 2일 at 9:36 am

    • 아니 보스박사를 생전에 뵈었다고요? 놀랍고 부럽습니다. ^^

      estima7

      2014년 5월 2일 at 9:44 am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