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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독서의 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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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지하철 내부 모습. 좌석 한칸에 앉은 승객 전원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광경이 드물지 않다.

서울의 지하철 내부 모습. 좌석 한칸에 앉은 승객 전원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광경이 드물지 않다.

일년에 한두번씩 한국에 출장을 올 때마다 매번 느끼는 것이 있다. 갈수록 심화되는 사람들의 스마트폰 중독 현상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 공공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있는 것을 보는 것이다. 무엇을 하는지 자세히 보면 대부분 게임을 즐기거나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사람도 많다. 이렇다 보니 공공장소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는 사람은 이제 희귀동물처럼 느껴지는 세상이 됐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분들을 만났다. 사상 최악이라고 한다. 소위 출판계의 대형 악재라는 올림픽·대통령선거가 겹친 지난해에도 최악이라고 그랬다. 그런데 그때보다도 더 책이 안 팔린다는 것이다. 어떤 책이든 도대체 초판 이상을 찍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추세는 통계조사로도 뒷받침된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신간도서 발행량은 모두 1만8450종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3.2% 감소했다. 가구당 서적구입비도 처음으로 2만원대가 무너져 1만9000원이 됐다.

 이처럼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기술의 진보는 출판업계를 죽이는가?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더는 책을 읽지 않게 되었나.

 미국의 예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종이책 판매는 줄고 있지만 전자책과 오디오북의 성장으로 미국의 전체 출판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북스탯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 미국의 상업출판시장은 전년 대비 6.9% 성장했다. 줄어든 종이책 판매를 메꾼 것은 전년 대비 44% 늘어나 미국 출판시장의 20%를 점유하게 된 전자책의 성장이었다. 또 흥미로운 점은 책을 성우가 읽어주는 오디오북시장이 최근 몇년간 매년 두자릿수씩 급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오디오북을 쉽게 내려받아서 들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디오북은 예전에는 바빠서 책을 읽을 여유가 없었던 사람들을 새로운 독자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은 운전하면서 혹은 운동하면서 책을 ‘듣는다’. 스마트폰은 이처럼 사람들이 책을 소비하는 방법을 변화시키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책을 바로 사서 볼 수 있는 아이북스스토어(US), 오른쪽은 오디오북을 사두었다가 언제든지 들을 수 있는 Audible app.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책을 바로 사서 볼 수 있는 아이북스스토어(US), 오른쪽은 오디오북을 사두었다가 언제든지 들을 수 있는 Audible app.

 이런 생각을 하면서 60대 여성인 미국의 지인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열렬한 독서가인 그분에게 나는 6년 전 당시 처음 나온 아마존의 전자책 리더기인 킨들을 선물했다. 이후 그분은 아이폰·아이패드까지 첨단기기를 모두 구입해 애용하고 있다. 나는 그분에게 “킨들 이후 독서습관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궁금하다”고 썼다. 그러자 캘리포니아에 살다가 지금은 프랑스 파리에서 일하고 있는 그분에게 이런 답이 왔다.

 “킨들 이후 나는 예전보다 훨씬 많은 책을 사고 읽게 됐습니다. 새로운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책을 언제 어디서나 즉시 사서 읽을 수 있다는 ‘즉시성’을 너무 사랑하게 된 것이죠. 지금 나는 파리에 살고 있기 때문에 지하철을 매일 이용하는데 항상 어디서나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책을 가지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이 큰 기쁨입니다. 문제는 책 욕심에 다 읽지도 못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책을 구입하게 됐다는 것이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디지털기기가 출판업계에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르네상스를 가져다줄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위기는 기회다. 좋은 책을 전자책으로 적극적으로 내고 구입하기 편하게 만들면 이런 진성 독자들과 더욱 강하게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 아닐까. 많은 한국의 독서가들은 “읽고 싶은 책이 전자책으로 나오지 않아 불편하다”고 말한다. 출판업계의 혁신과 분발을 기대한다.

***

2013년 8월 6일자 한겨레 ‘임정욱의 생각의 단편’으로 기고한 글. 한국에 올때마다 온 국민이 더욱더 스마트폰에 열중하는 모습이 걱정이 되서 한번 써봤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지라 이런 지적을 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고백하면 책에 호기심만 있지 사실 많이 읽지도 못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정말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문명의 이기인데 대부분이 게임, 메신저, TV보기에만 열중하는 모습은 좀 지나친 것 같다. 더구나 사람들이 계속 메신저에 답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뉴스조차도 아주 짧은 호흡으로 휙휙 넘겨보는 습관이 정착된 것 같다. 긴 글을 정독하는 습관이 사라져가는 것 같기도 하다. 초등학생부터 다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모습도 지나치다.

그 결과로 신문, 잡지, 책 등 종이매체가 퇴조하는 것은 일견 당연한 트랜드로 보인다. 요즘은 일부 유행을 탄 책을 제외하고 1만부 이상이 판매된 책이 극히 드물고 아무리 좋은 책도 1쇄 이상 찍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출판계분들에게 많이 들었다. 책에 대한 호기심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비약하면 “스마트폰이 온 국민의 우민화를 진행하고 있는가”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어쨌든 미국에서도 종이책의 판매감소와 오프라인서점의 퇴조가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전체 출판시장 자체는 불황은 아니라는 점을 칼럼에서 소개하고 싶었다. 오디오북 덕분에 독서의 저변인구가 늘고 있다는 얘기도 있고, 위에 소개한 분처럼 오히려 종이책시대보다 더 많은 책을 소비하는 독서가들도 많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라는 걸출한 인물이 2007년도 킨들을 내놓으며 전자책시장을 그야말로 새로 만들어냈다. 아마존의 막강한 힘으로 출판사들이 전자책을 모두 내도록 단기간내에 유도해냈으며 구매하고 읽기 편한 구매프로세스와 전자책 리더(와 소프트웨어)를 내놓아 전자책사용경험이 없는 독서가들을 자연스럽게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냈다. (그렇기 때문에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한 그가 신문업계에 어떤 변화를 끌어낼지 더욱 궁금하다.)

우리나라에도 출판업계를 구하기 위해서 이런 강력한 게임체인저가 등장했으면 싶다. 지금 한국의 출판계와 미디어는 스마트폰이 자신들을 죽인다고 불평만 할 뿐, 과감하게 전자책을 종이책과 동시에 내고 독자입장에서 진정 쓰기 편한 플렛홈을 만드는 노력은 부족해 보인다. (물론 아주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사람들이 좋은 콘텐츠에 지갑을 여는데 인색한 점도 아쉽다. 결국 이러다가 2009년 아이폰이 처음 상륙했을 때처럼 아마존, 애플, 구글 같은 외세(?)의 힘으로 또 한번 떠밀려서 변화를 겪을지도 모르겠다.

Written by estima7

2013년 8월 9일 , 시간: 6:02 pm

10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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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항상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나날되세요.

    유창완

    2013년 8월 9일 at 6:58 pm

  2.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아크몬드

    2013년 8월 9일 at 7:51 pm

  3. 전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들의 비율은 피쳐폰 때부터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떻게든 읽겠지만 문제는 책을 읽지 않아도 쉽게 많은 정보와 놀이에 노출된다는 것. 포털사이트를 돌아다니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이런 영양가없는 컨텐츠들이 없는 것같은데 포털은 클릭 수에 의존하는 비지니스이기때문에 것보기에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컨텐츠들을 경쟁적우로 올리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redreamer

    2013년 8월 9일 at 8:30 pm

    • 피처폰때부터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죠. 하지만 요즘처럼 아니었고 또 그나마 신문을, 무가지라도 읽는 모습이 많이 보였는데 그게 스마트폰으로 다 바뀐 것 같습니다. 그리고 책이외의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정보와 놀이로 치면 사실 영어권이 휠씬 풍부한 것 같은데 꼭 포털탓은 아닌 것 같네요.^^ 참, 위에 미처 쓰지는 못했는데 지하철안에서도 잘 연결되있는 무선인터넷인프라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estima7

      2013년 8월 10일 at 4:07 pm

  4. 좋은글 감사합니다.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문제라 더욱 공감이 가네요..
    혹자는 “60년대에 인공위성을 쌓아올린 컴퓨팅 파워로 우리는 새를 쏘아 올린다. (앵그리버드)” 라고 할정도로
    활용을 못하는 것 같습니다.
    누굴 비판할 문제는 아닌거 같고.. 과연 방법이 없을까요? 게임체인저가 나와야한다는 것보다 더 구체적으로
    뭐가 있을까요?…

    Ji Hoon Park

    2013년 8월 10일 at 1:48 am

    • 사람들의 관심을 메신저나 게임에서 책으로 다시 돌리는 방법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캠페인을 한다고 될 일은 아니고… 한국인들 사이에서 초대박 수퍼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이 나왔는데 바로 전자책 버전이 같이 나오고 스마트폰이나 타블렛버전도 너무 잘 만들어서 너도 나도 그 책을 읽는 것이 유행이 되고… 덕분에 사람들의 스마트폰 사용패턴이 바뀌고… 그냥 상상입니다.ㅎㅎ

      estima7

      2013년 8월 10일 at 4:24 pm

  5. 전 한국에도 오디오 북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은 부족한데 책은 휴대도 귀찮고 책 읽을 만큼 집중할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디오북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죠..
    한국에는 오디오북은 커녕 정보성 파드캐스트 조차 찾기 힘든 상황이어서 안타깝습니다.
    파드캐스트는 대부분 너무 길거나.. 너무 정치적이어서 가볍게 듣기 어렵더군요.. ㅠㅠ

    Hwang Sum

    2013년 8월 10일 at 3:45 am

    • 저도 동감입니다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시도를 하신 분들이 있는데 한국에는 워낙 “책을 듣는다”는 문화자체에 생소한 것 같네요. 팟캐스트에 대해서는 저도 또 동감입니다.^^ 너무들 길게 만드셔서….

      estima7

      2013년 8월 10일 at 4:32 pm

  6. 저는 미국에 있지만, 크레마 이북과 아이폰에 YES24eBook 앱을 설치하여 한국책을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Kindle과 비교하면 여러가지 문제점이 많습니다. (비교 후기를 한번 올려봐야겠군요.)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간단히 중요한 요점만 언급하자면, 첫째, 신간서적 자체가 eBook으로 나오지 않아서 구매하려고 해도 구매할 수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우선, 신간서적이 나오면 그래도 조금씩 사용자가 늘어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독서습관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시절, 특히 초등학교에서 독서 교육이 되어서 독서가 습관화 되어야 하는데, 미국과 비교하면 독서 교육이 취약하다고 봐야합니다. 어릴적 부터 독서 습관이 체득화 되면 스마트폰 앱이나 이북기기를 통해서 보는 것도 자연스러워 질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Elca Ryu (@elcaryu)

    2013년 8월 11일 at 6:07 pm

  7. 저만해도 스마트폰에 책을 다운받아도 잘안읽게되네요~스마트폰속에는 유혹이너무많아서..오디오북 괜찮은 대안같네요!잘읽고갑니다~

    hanna

    2013년 8월 13일 at 4:21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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